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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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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의 여기 VAR] 축구와 게임의 만남, ‘윈-윈’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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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0 ek리그 우승팀인 안산 그리너스 선수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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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일본프로야구(NPB) 최고 투수 중 한 명이었던 이가와 게이(42)는 자신이 즐기는 야구 게임에 등장하고 싶어서 프로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8년 한신 타이거즈 입단으로 소원을 이뤘으나, 동생의 친구에게 “형은 마쓰자카 다이스케보다 능력치가 낮아서 도저히 못 쓰겠다”는 말을 들은 뒤 충격을 받아 더욱 훈련에 매진했다. 결국 그는 일본프로야구 다승왕·최우수선수(MVP) 등을 휩쓴 뒤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다.

이가와 게이처럼 특수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스포츠 게임이 전통 스포츠 참여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몇 차례 발표된 바 있다. 게임을 통해 스포츠팀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됐거나, 선수들과 자신을 동일시한 이용자들이 실제 해당 팀의 경기를 더 많이 관람했고 구단 관련 상품도 더 적극적으로 구매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전통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게임 몰입과 지속 이용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 3월 발표된 한국체육학회지 60권 제2호를 보면, 김태희 성균관대 교수(스포츠경영학) 등은 스포츠 게임 이용자들이 팀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정도와 스포츠 종목에 대한 관여도가 클수록 더욱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논문을 보면, 스포츠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을 통해 단순히 유희를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스포츠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 자신이 평소 생각했던 전술을 직접 적용해보거나, 원하는 선수를 기용하는 경험을 통해 현실에서 이룰 수 없던 욕망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한국이(e)스포츠협회는 ek리그를 공동 개최했다. 올해로 두 번째 시즌을 맞는 이번 대회는 인기 게임 피파온라인4와 프로축구 K리그를 접목한 대회로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승인도 받았다. 게임이 이스포츠로 성장한 상황에서, 이스포츠와 전통 스포츠를 접목해 ‘윈-윈’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축구게임의 정수로 꼽히는 피파 시리즈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도 직접 프로게이머를 만나 설명을 들을 정도로 관심을 보이는 이스포츠 종목이다.

ek리그는 각 구단 대표로 선발된 참가자들이 해당 팀 유니폼을 입고,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각 팀 실제 선수들로 선발 명단을 구성해 대회를 치른다. 선수기용과 배치를 결정할 수 있고, 선수를 조작해 직접 경기도 운용할 수 있다. 주최 쪽은 이런 경험을 통해 피파온라인과 K리그 양쪽에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프로스포츠 전반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이 있지만, 온라인 시청률도 감소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인다. 어느 종목도 예외는 아니다. 반면 이스포츠는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며 전통 스포츠의 자리를 위협하는 듯한 모양새다. 최근 네이버는 스포츠 뉴스 부문에서 이스포츠를 사실상 따로 분리해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이스포츠 관심도가 늘었다는 방증이다.

ek리그는 전통 스포츠와 이스포츠가 단순히 ‘제로섬’ 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둘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라운드가 어디든, 스포츠의 본질적 재미와 감동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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