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그의 나이 일흔을 넘어섰다. 야구 해설위원. 그에게 가장 적합하고 잘 어울리는 직함이다. 작고한 하일성 전 KBO 사무총장과 쌍벽을 이루며 프로야구 해설의 선구자이자 개척자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이 한국 프로야구 40년에 즈음해 『그라운드는 패배를 모른다』를 펴냈다.
그는 이제 그야말로 ‘원로’ 대접을 받는 해설위원이다. 프로야구 40년 동안 숱한 역사의 현장에서 애환을 함께했던 허구연 해설위원은 이 책에서 ‘한국 프로야구사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포착, 역사의 더께를 파헤쳐 숨결을 불어넣고 그 의미를 재조명했다.
허구연 위원은 “(한국프로야구) 역사가 40년에 이르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역사 보존과 사실 규명이 정확하지 않은 게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실을 알려줄 야구인들이 한두 분씩 타계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제대로 된 사실을 확인하고 후대에 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출간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래서 내놓은 산물이 바로 『그라운드는 패배를 모른다』이다.
『그라운드는 패배를 모른다』는 한국 프로야구 증언록으로 규정지어 마땅하다. 허구연 위원이 이번 저술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 여태껏 그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거나 소홀히 다루었던 한국 프로야구 출범이나 신생 구단 탄생 비화였다는 점에서 더군다나 그러하다.
허구연 위원이 새롭게 발굴한 것 중에 눈길을 사로잡는 일화는 1982년 한국 프로야구 탄생 의 태동 초기에 일어났던 박영길 당시 실업야구 롯데 자이언츠 감독(롯데 자이언츠 초대 감독)의 증언이다.
그에 따르면, 박영길 전 감독이 전두환 정권의 청와대 비서실 실세들인 경남고 출신 이학봉 민정수석, 부산고 출신 허삼수 사정수석, 이상주 교육문화수석 등을 만나 프로야구 출범의 자문을 해 준 사실을 밝혀냈다.
허 위원은 그와 더불어 제9, 10구단 창단 과정에 기여하면서 새겨놓은 일화를 낱낱이 털어놓았다. ‘운명의 만남이 있다(NC 다이노스)’, ‘열정과 뚝심으로 탄생한 제10구단(kt wiz)’을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탄생한 순간’과 함께 이 책의 맨 앞부분에 버무려놓았다.
『그라운드는 패배를 모른다』는 야구의 이닝과 마찬가지로 모두 9장으로 구성했다. 구단이 태어나는 순간을 제1장으로, 그 뒤로 ‘야구는 우승이다, 5대 왕조와 명장들, 한국 프로야구의 별들, 오늘도 그라운드를 달립니다, 생애 한번은 드림팀을 꿈꿉니다, 세계 속의 한국 야구, 방송도 야구만큼 신나게, 인프라에서 시작해 인프라로 끝난다, 시대도 야구도 변한다’는 내용으로 꾸몄다.
그가 부딪혀온 현장의 ‘결정적인 순간들’과 역사를 써낸 야구계 여러 인물 탐구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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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위원은 한국 프로야구 이면사를 정리하는 책을 대략 10년 터울로 정리, 출간했다. KBO 리그 출범 10년 만에 펴낸 『홈런과 심진 사이』(1992년)를 비롯해 『허구연의 야구-그라운드 20년 마이크 30년』(2008년)에 이어 내놓은 『한국 프로야구 40년-그라운드는 패배를 모른다』까지, 일련의 저술이 한국 프로야구를 살찌웠다.
허구연 위원의 서울 마포 공덕동 사무실에는 야구 관련 책, 그와 인연을 맺었던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이나 피트 로즈 같은 유명 선수들과 나란히 찍은 사진들, 기념비적인 야구 사인공과 모자 따위의 소품들로 가득 차 있다. 박물관을 차려도 될 만큼 야구 관련 자료로 넘쳐나는 그의 사무실은, 그가 왜 젊은이들이 판을 치는 야구 해설의 현장을 반백 년 가까이 지켜낼 수 있었던 가를 여실히 알 수 있는 지식의 창고이다.
그는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노익장이란, 바로 그를 두고 해야할 말이다. 그 연장 선상에서 나온 부산물이 그의 일련의 저술이고, 이번에 출판한 『그라운드는 패배를 모른다』는 그 정점에 놓여 있다.
글/ 홍윤표 OSEN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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