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30일 도쿄올림픽 최종 명단 발표 후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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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도쿄에서 사고 한번 치고 싶다.”
김학범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30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도쿄행 비행기에 오를 태극전사 18명을 발표한 뒤 비장하게 말했다. 김 감독은 황의조(보르도) 권창훈(수원 삼성) 김민재(베이징 궈안) 등 3명의 와일드카드(WC·25세 이상 선수)를 포함한 최종 명단을 꺼내들면서 “각 구단의 도움 없이 이런 선수 구성이 힘들었을 것이다. 머리 숙여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그러다가 그는 잠시 울먹였다. 18명 명단에 집어넣지 못한 제자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그는 “최종 명단에 들지 못했으나 그동안 함께한 선수들, 우리나라 축구를 끌고 갈 앞길이 창창한 선수들이다. 함께하지 못해서 굉장히 미안하고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올림픽팀은 역대 가장 치열한 경쟁으로 눈길을 끌었다. 올림픽 연령대(도쿄 대회는 24세 이하) 선수 중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이강인 정우영 등)가 있었을 뿐 아니라 K리그에서도 U-22 룰을 통해 여러 재능이 발견되면서 경쟁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례적으로 올림픽팀은 최근 1~2차 소집 훈련을 통해 서바이벌 형식으로 최종 명단을 구성했다. 그 사이 1차 소집(30명)에 포함됐던 이승우, 백승호 등 연령대 대표 주자가 연달아 탈락의 쓴맛을 봤다. 김 감독은 1차 소집 이후 9명을 떨어뜨리고 송민규와 김대원을 추가로 포함해 23명으로 지난 22일부터 29일까지 2차 소집 훈련을 시행했다. 최종적으로 WC 3명을 제외하고 15명을 결정했다. 김 감독은 “어젯밤까지도 (최종 명단이) 20명, 23명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부의 세계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며 선택에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A대표팀 핵심 요원인 수비수 김민재(왼쪽)와 공격수 황의조. 스포츠서울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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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 황의조 백의종군·김민재는 ‘아직 물음표’…플랜B 있다
최대 관심사였던 WC 3명은 A대표팀 ‘붙박이 원톱’ 황의조와 ‘괴물 수비수’ 김민재, 멀티 플레이어 권창훈이 선택을 받았다. 황의조와 김민재는 김 감독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사령탑 시절에도 함께 뛰며 금메달을 목에 건 적이 있다. 이전까지 WC 자원은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선수가 중용됐으나 김 감독은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2012년 런던 대회 동메달 이상)’이라는 목표에 걸맞게 둘을 다시 호출했다. 최종 명단에 승선한 골키퍼 송범근도 올림픽 연령대 선수이나 3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병역 혜택을 받은 자원이다.
황의조의 발탁은 예견돼 있었다. 올림픽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니어서 소속팀에 차출 의무가 없다. 그러나 김 감독은 한국 축구 대체 불가 원톱 골잡이인 황의조 발탁을 위해 대한축구협회(KFA)와 일찌감치 보르도 구단과 접촉했다. 지난 2차 소집을 앞두고 오랜 기간 팀 내 원톱으로 활약한 조규성, 오세훈을 동시에 탈락시킨 것도 황의조의 합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황의조는 아시안게임 이전만 하더라도 존재 가치가 뚜렷하지 않았다. 김 감독의 선택을 받아 아시안게임에서 득점왕에 오르는 등 맹활약을 펼쳤고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아 꿈에 그리던 유럽 무대에 진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는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김 감독이 부르면 올림픽에서 모든 것을 쏟겠다고 오래전부터 말했다.
김민재 역시 중앙 수비 강화를 우선으로 여긴 김 감독에게 필수 자원이다. 다만 김민재는 최근 소속팀 베이징 궈안을 떠나 유럽행을 추진 중이다. 아직 팀이 결정되지 않아 KFA 차원에서 올림픽 차출 협상 루트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김 감독은 “김민재는 (거취가) 조만간 결론이 날 텐데 꼭 필요한 자원이라고 생각해서 우선 명단에 넣었다. 만약에 안 된다고 해도 플랜B를 세워놨다”고 밝혔다. 플랜B로는 A대표팀 자원인 박지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은 각국 축구협회 측에 4가지 상황(코로나·질병·부상·소속팀 차출 거부)이 발생할 시 올림픽 조별리그 1차전(한국은 7월22일 뉴질랜드전) 24시간 전까지 예비 50명 내에서 선수를 교체하도록 규정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를 인지하고 ‘김민재 변수’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독일 분데스리가 생활을 청산하고 K리그1 수원 삼성으로 복귀한 권창훈은 애초 지난 상반기 경기 출전 시간이 부족해 와일드카드 선발에 먹구름이 끼었으나, 최근 A대표팀 월드컵 예선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서 선택을 받게 됐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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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조직력이다!…로드 투 도쿄
‘김학범호’는 7월2일부터 파주NFC에 최종 18명이 소집돼 훈련한다. 도쿄 출국 하루 전날인 16일 프랑스와 출정식을 겸한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아직 상대가 결정되지 않았으나 그에 앞서 13일에도 국내 평가전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1~2차 소집 기간 올림픽 기간 도쿄 무더위를 극복할 체력에 중점을 두며 훈련한 김 감독은 “이제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감독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세트피스 훈련이다. 세트피스에서 30% 이상 득점이 발생한다. 이번에 그런 것까지 고려해서 선수를 선발했다”며 “우리 팀에 왼발잡이가 3명(이강인 이동경 권창훈)이다.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주 포인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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