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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이슈 [연재] 매일경제 '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회전수 줄었는데 더 강해졌다. 이의리 그 괴물 같은 진화[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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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슈퍼 루키 이의리(19)는 강력한 패스트볼이 주무기인 투수다. 프로 입문 후 손에 익힌 체인지업의 위력도 빼어나다.

두 구종을 앞세워 KBO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의리가 어떤 투수인지 더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무엇이 이의리의 성공을 이끌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빠르기만 하기 때문일까? 그의 투구는 늘 일정한 위력을 갖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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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리의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이의리는 좀 더 세련되고 안정된 구위를 보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진=MK스포츠 DB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의 도움을 받아 이의리의 트래킹 데이터를 분석해 봤다.

이의리가 4이닝 3실점으로 주춤했던 4월15일 롯데전 데이터와 5.2이닝 10K로 최고의 투구를 펼친 6월16일 SSG전 데이터를 비교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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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리의 4월15일 경기 데이터다.

이 때만해도 이의리는 거친 면이 도드라졌다. 패스트볼이 위력을 가질 수 있는 데이터를 찍기는 했지만 이의리가 완벽하게 컨트롤 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려웠다.

일단 회전수는 좋았다. 2406rpm을 기록하며 리그 평균인 2250rpm을 훌쩍 뛰어 넘었다.

회전이 많이 걸리니 수직 무브먼트에도 힘이 실렸다. 51,98cm로 리그 정상급 무브먼트를 보여줬다.

체인지업은 2022rpm을 기록했다. 다소 많은 회전이 걸렸다. 수평 무브먼트가 L31.85로 움직임이 많지는 않았다. 체인지업은 회전이 덜 걸릴 수록 많은 움직임을 보이며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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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리가 최고의 투구를 했던 6월16일 데이터다.

4월15일 경기에 비해서는 다소 얌전해진 무브먼트를 보였다. 하지만 이 수준 정도가 이의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범위임을 보여줬다.

패스트볼 회전수는 2378rpm으로 4월15일 경기보다 다소 줄어들었다.

회전수가 줄어드니 무브먼트도 제한 됐다. 44.61cm를 기록했다. 움직임이 많이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이것이 이의리가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보다 많은 무브먼트를 기록하면 움직임을 커질 수 있지만 이의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 제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44.61cm 정도의 무브먼트는 이의리가 통제 가능한 수준임을 성적으로 보여줬다. 이날 이의리가 10개나 삼진을 잡아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힘 있는 패스트볼이 자리잡고 있었다.

무조건 강하고 힘이 들아거 있는 공이 아니었다. 회전수와 무브먼트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이의리가 통제 가능한 수준의 패스트볼이었기 때문에 위력은 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체인지업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회전수가 1956rpm으로 줄어들며 움직임이 커졌다. 수평 무브먼트가 L33.35로 커졌다. 체인지업이 좀 더 많은 변화를 일으켰음을 알 수 있다.

불과 두 달여 사이만에 이의리는 큰 폭의 진화를 이뤄냈음을 알 수 있다.

패스트볼의 무브먼트를 줄여 컨트롤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체인지업은 변화의 폭을 넓혀 상대가 공략하기 더 어려운 공으로 만들었다.

반드시 회전이 많이 걸리고 움직임이 많은 패스트볼이 좋은 것 만은 아니다.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수준이 되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투수가 통제 가능한 수준인가가 중요한 이유다.

이의리는 두달 만에 그 범위를 스스로 깨닫고 그 범위 안에 패스트볼을 담아 두는데 성공했다. 타고난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구속은 2km 정도 더 빨라지고 있다. 이의리의 패스트볼이 더욱 정교하고 빨라졌음을 알 수 있다. 괴물 같은 진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부분은 또 있다. 이의리의 투구폼이 일정한 범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4월15일에도 1.77m이었던 익스텐션(투구시 발끝에서 손끝 사이의 거리)이 6월16일에도 1.77m였다. 릴리스 포인트만 고작 2cm정도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완성형 투구폼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의리는 아직 성장하고 있는 투수다. 자신의 통제 범위 안에 패스트볼을 두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자유 자재로 변화를 줄 수 있다. 패스트볼에 힘이 실리면 체인지업도 덩달아 춤 출 수 있게 된다. 패스트볼의 진화는 이의리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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