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대회 재개, 15일 티샷
1860년 창설한 ‘스포츠 대회 효시’
비바람 극복하는 골프의 본질 기대
디 오픈이 개최되는 잉글랜드 로열 세인트 조지 골프장 6번 홀 전경. 이곳의 악천후는 골프가 멘털 스포츠라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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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에 갇힌 시간이 길어지면서, 코로나19 이전 일은 마치 전생의 기억인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그중 하나가 디 오픈 챔피언십이다. 다른 메이저 대회는 지난해 날짜를 늦춰 열렸지만 디 오픈은 그렇지 못했다. 디 오픈이 열리지 못한 건 2차 대전 이후 75년 만에 처음이었다. 2019년 대회는 절경인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의 폭풍 속에서 열렸는데도 매우 아련하다. 지난해 가을과 올 봄 마스터스와 US오픈이 두 번씩 열려 디 오픈의 기억은 더 희미하다.
올해 대회는 오는 15일(한국시각) 잉글랜드 샌드위치 인근의 로열 세인트 조지스 골프장에서 개최된다. 개막 이전부터 시끄럽다. “선수에 대한 방역이 과하다”며 미국 선수들이 대회를 보이콧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 출전 거부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불참자가 많다. 올해 그린재킷의 주인공 마쓰야마 히데키, 마스터스 2회 우승자 버바 왓슨, 마스터스와 디 오픈 챔피언인 잭 존슨이 불참한다. 특급 신예 매튜 울프도 나가지 않는다.
한국 출전자는 안병훈뿐이다. 임성재와 김시우는 올림픽 준비를 위해, 이경훈은 딸 출산과 맞물려 불참한다. 교포인 케빈 나는 “여행이 어렵다”며 불참하고, 대니 리는 몸이 아파 기권했다.
1860년 창설된 디 오픈은 골프 대회를 넘어 스포츠 대회의 효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니스의 윔블던(1877년)보다 17년 오래된, 최고(最古)의 대회다.
젊은 선수들은 디 오픈에 불만이 있다. 날씨가 궂고, 공정성도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로리 매킬로이는 2011년, 우승 후보로 꼽혔다가 7오버파 25위를 기록한 후 “디 오픈의 악천후가 싫고, 내가 경기할 때 비바람이 심해 불리했다”고 불평했다.
그 비바람이 없었다면 골프도 없었다. 영국의 바닷바람은 모래 둔덕을 만들었다. 비는 땅을 굳히고, 잔디를 키웠다. 모래땅이라 물이 잘 빠지기 때문에 질척거리지 않는 이 황무지는 놀이터로 쓰였다. 이곳에서 골프가 태어났다. 골퍼라면 그 비바람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비바람은 누가 더 현명하고 의지가 강한지를 드러낸다. 디 오픈은 다른 메이저대회에 비해 노장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데, 이는 골프가 육체보다 정신의 게임이란 걸 알게 해준다.
골프 성인 보비 존스는 처음 링크스에서 라운드하다 스코어카드를 찢어 버렸다. 잘 친 공이 기울어진 페어웨이에 맞아 벙커에 빠지는 것 등이 불공정하다고 여겨서다.
그러나 그는 바람 부는 링크스에서 행운을 경계하고 불운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길게 보면 행운은 평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골프의 진정한 테스트는 불운도 이겨내야 하는 링크스에서 이뤄진다고 여겼다. 타이거 우즈와 잭 니클라우스도 그랬다. 10년 전 로열 세인트 조지스의 강풍 속에서 불평했던 매킬로이는 이제 아버지가 됐다. 그는 13일 바로 그 골프장에 와서 “내 생각엔 디 오픈이 가장 위대한 최고의 대회”라고 했다.
디 오픈을 여는 링크스 코스는 융단 같은 페어웨이를 깐 오거스타 내셔널처럼 아름답진 않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에 올리지 않는 평범함, 혹은 비루함도 우리 삶의 일부다. 골프는 인생의 거울이며, 자연이 만들어준 링크스에서 경기하는 디 오픈이 그 본질을 보여준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우울한 마음이었는데 다시 열리는 디 오픈을 앞두고 가슴이 뛴다.
성호준 골프전문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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