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이 들어서 밤잠 설쳐 1시간 잔 기분
원 팀 돼 4강 진출, 만족하지 않고 2경기 마무리 잘 해서 보답"
한국 배구대표팀 김연경이 4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 한국과 터키의 경기에서 승리한뒤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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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이 들어서 잠을 설쳤어요. 판정 항의요? 일부러 했어요.”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 진출을 이뤄낸 김연경(33)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김연경은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8강전 터키전에서 세트스코어 3-2 승리를 이끌었다. 5세트 고비마다 득점을 올리며 28점을 몰아쳤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김연경은 “진짜 그 누가 저희가 4강을 갈 거라고 생각했을까 싶을 정도였는데, 원팀이 돼 4강에 진출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연경은 3세트 24-23에서 석연찮은 판정을 두고 항의하다가 경고를 받기도 했다. 김연경은 “1세트 때부터 심판 콜이 마음에 안 들었다. 상대가 항의하면 그 뒤에 콜을 불어주더라. 그래서 강하게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인 김연경.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경기를 앞두고 어젯밤 잠을 설쳤다고 했다.
-한국배구 역사에 남은 경기를 치른 소감은.
“진짜 그 누가 저희가 4강을 갈 거라고 생각했을까 싶을 정도였는데. 저희가 원 팀이 돼 4강에 진출했다. 한 명의 배구인으로서 좋은 배구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터키를 상대하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긴 했다.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 한 번 해봤던 팀 이기도 하고, 감독님이 전술과 전략을 잘 짚어줘 좋은 결과가 있었던 같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4강 진출 했을때와 비교하면, 언제가 더 짜릿한가.
“런던 때는 4강의 의미를 몰랐던 것 같아서, (이번이) 의미가 더 크게 온 것 같다. 도쿄올림픽을 자신 있게 많은 준비를 했고, 많은 선수들이 고생해서 좀 더 값지다.”
-목소리가 쉬었는데
“관중이 없어서 제 목소리가 많이 들릴 것 같은데. 소리 질러서. 오늘, 내일 잘 관리해서, 4강전에도 소리 질러야 할 것 같다.”
-작전 타임 때 선수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줬나.
"5세트 때 앞선 상황에서 상대가 타임아웃 불렀을 때 '차분하게 하나만 하자'고. 선수들이 다 차분하게 잘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석연찮은 판정에 강하게 항의했는데.
“1세트 때부터 심판 콜이 마음에 안 들었다. 상대가 항의하는 것에 대해 꼭 불어주더라. 양효진의 페인트가 홀딩이라고 항의하면, 그 뒤에 콜을 불어주더라. 항의나 콜을 했을 때 반응하는 심판이라고 생각했다. 강하게 얘기하지 않으면, 흐름을 끊는 게 있어서. 생각한 것보다 얘기를 하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좋게 마무리했다. 선수들 모아 놓고 욕도 하고 그런 상황이었다(웃음). 레드(카드)까지 몰랐는데, 레드를 주더라. 당황하긴 했지만, 그 다음은 퇴장 당하기 때문에 다들 조심했어야 했다.”
김연경을 비롯한 배구 대표팀이 4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배구 8강전 터키와의 대결에서 심판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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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트에 강한 비결은.
“안 그래도 4세트 끝나고 들어가기 전에 선수들이 ‘우리가 5세트는 다 이겼다. 무조건 우리가 다 이길거다’고 선수들이 얘기하더라. 믿는구석과 자신감 있었다. 5세트도 고비가 있었다. 지고 있다가 잡았다가, 그런 경우가 많았는데 결국 서로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솔직히 8강 상대로 터키를 원했나.
“사실 터키는 아니었다. 다른 팀이었다. (터키가) 쉽지 않아요. 아무튼 이제는 준결승 상대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러시아든 브라질이든, 4강전 잘 준비해서 잘 치르겠다.”
-메달에 대한 간절함이 있나.
"어쨌든 4강은 저 말고도 (다른선수도) 경험이 있다. 4강전과 8강전 마찬가지다. 이제는 물러설 곳이 없다. 한 점 한 점, 정말 중요한 승부가 될거고. 한 점을 누가 가져갈지 간절함이 들어가야 하고, 선수들과 얘기하겠다."
-지면 떨어지는 토너먼트다.
"어제 잠을 못 잤다. 너무 못자서. (오전 9시 경기라서)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경기를 준비했다. 어젯밤에 10시 반 정도에 취침하려고 누웠는데. 잠을 저 뿐만 아니라 모든선수들이 잠을 잘 못 이뤘다. 9시 경기가 쉽지 않다."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잠을 설친건가.
“잡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그렇게 잘 잤는데 잡생각이 많아져 잠을 설쳤다. 눈감고 뜨니 아침이더라. 한 시간 잔 기분이었다. 잠이 안올 때마다 같은방 쓰는 표승주 선수에게 ‘자냐?’고 물었다. 옆에서 (나때문에) 못 자더라(웃음). 그렇게 준비해서 나왔다.”
-한국에서 인터넷 중계에 동시접속이 100만뷰에 달했다고 한다.
“진짜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어쨌든 배구가 중요한 경기를 이겨서 관심 받는다는 건 너무 기쁜 일이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4강, 그 이상 결승. 2경기가 앞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잘 마무리해서 보답 드리고 싶다.”
한국 배구대표팀 김연경이 4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 한국과 터키의 경기에서 득점한뒤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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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런던에서의 김연경’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그냥 준비한 만큼 시합할 때 했으면 좋겠고. 그걸 믿고 있다. 많이한 걸. 저도 알고 있고 그걸 믿고 있고. 다들 준비됐다는걸 믿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최선을 다해서, 한점 한점 후회 없이 하고 싶다.”
-동료 선수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오늘 전 선수가 출전했다. 코트에 나섰다. 매경기다 전 선수 출전하고 있는 것 같다. 잠깐 들어와서 하는 선수도 언제든 뛸 거라는 생각으로 준비한다. 결국 원 팀이 되지 않았나 싶다. 박은진이 서브를 잘 넣을거라고 알고 있었고, 정지윤이 들어와 공격 성공했다. 다 연습할 때 했던 부분이다. 잘 버텨줬다.”
-팀 분위기는 2012년 런던 때가 최고인가, 지금이 최고인가.
“제가 지금이 최고라고하면 (런던 때) 언니들한테 혼날 수도 있다. (언니들에게) 죄송하지만, 지금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웃음).”
-3개월 넘게 올림픽을 준비했다.
“진짜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외부활동을 한 번도 못했다. 직전에 vnl이 있으면서 밖에 나가지 못했고, 호텔 안에서도 버블상태고, 자가격리, 코호트 훈련, 진천선수촌 훈련까지. 하고 싶은 게, 해야 될게 많다. 그래도 ‘이걸 위해서 버텼구나’. 뭐가 중요한지 선수들도 알게 됐을거 같다.”
-혹시 눈물을 흘렸나.
“전혀 안 울었어요. 너무 기뻐서”
도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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