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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연재] '이현우의 MLB+'

[이현우의 MLB+] 'KBO 역수출 신화' 쓰는 플렉센,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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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또 하나의 'KBO리그 역수출 신화'가 탄생했다.

지난해 KBO리그 두산 베이스에서 활약했던 크리스 플렉센(27·시애틀 매리너스)이 그 주인공이다. 플렉센은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7피안타 2실점 2볼넷 6탈삼진 호투로 시즌 10승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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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츠 소속으로 활약했던 2019시즌까지 플렉센은 '실패한 유망주'에 가까웠다. 2012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14라운드에서 뉴욕 메츠의 지명을 받은 플렉센은 적응기를 거쳐 상위 싱글A와 더블A에서 6승 1패 61.1이닝 평균자책점 1.76을 기록한 2017시즌, 트리플A를 건너뛰고 만 22세의 나이로 빅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메이저리그에서 그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플렉센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MLB 3시즌 동안 3승 11패 68이닝 평균자책점 8.07에 그쳤고, 결국 2019시즌을 끝으로 메츠에서 방출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한국행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이 플렉센의 커리어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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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센은 2020시즌 KBO리그에서 8승 4패 116⅔이닝 30볼넷 132탈삼진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했다. 시즌 중 두 차례나 타구에 맞아 부상을 입는 바람에 누적 성적은 부족했으나, 포스트시즌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승 1패 1세이브 28⅓이닝 평균자책점 1.91이란 압도적인 성적으로 소속팀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이러한 KBO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플렉센은 2021시즌을 앞두고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거부권 포함 보장금액 2년 475만 달러(약 55억 원) 옵션 포함 최대 1475만 달러라는 좋은 조건으로 빅리그에 복귀했고, 복귀 첫해인 올 시즌 10승 5패 115⅓이닝 75탈삼진 평균자책점 3.75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KBO리그에서 보낸 1년 동안 플렉센의 어떤 점이 달라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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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눈에 띄는 점은 커브볼의 구사율 변화다. 메츠에서 마지막 해였던 2019시즌 플렉센은 커브볼을 3.6%밖에 구사하지 않았다. 문제는 플렉센이 슬라이더조차 구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패스트볼 계열 구종(포심, 커터)과 체인지업 계열 구종(체인지업)을 뒷받침해줄 '브레이킹볼 계열 구중(커브볼, 슬라이더)'이 전무하다시피했다.

하지만 두산 입단 후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前 두산 투수코치)의 조언 덕분에 지난해 커브볼 구사율을 12.6%까지 높이면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고, 빅리그에 복귀한 올해 플렉센의 커브볼은 구사율 15.5% 피안타율 0.258 헛스윙률 23.3% 분당 회전수 2690rpm으로 우타자 상대 결정구로서 톡톡히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플렉센의 리그별 9이닝당 볼넷 변화

2018년 (트리플A) 9이닝당 3개
2018년 (MLB) 9이닝당 8.5개
2019년 (트리플A) 9이닝당 2.4개
2019년 (MLB) 9이닝당 8.6개
2020년 (KBO) 9이닝당 2.3개
2021년 (MLB) 9이닝당 1.9개

하지만 플렉센의 가장 달라진 점은 따로 있다. 바로 '자신감'이다. 메츠 시절(2017~2019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플렉센의 9이닝당 볼넷은 7.1개에 달했다. 반면, 트리플A로만 내려가면 2개 대로 줄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플렉센의 투구 스타일과 관련이 깊다. 선발 등판시 플렉센의 평균 93마일(약 150㎞/h)대 패스트볼은 마이너리그 기준으로는 매우 위력적인 구위다.

그러나 이러한 구위는 빅리그를 기준으론 딱 평균이다(2020시즌 MLB 평균 93.1마일). 그러다 보니 마이너리그에선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하다가도 빅리그에선 장타를 피하기 위해 코너워크를 의식하게 되고, 그게 다시 불리한 볼카운트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쿼터플A급이라 불리는 투수들이 흔히 겪는 문제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올리는 경험을 바탕으로 플렉센은 올 시즌 9이닝당 볼넷 1.9개로 빅리그에서도 자신 있는 투구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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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플렉센의 성공 신화는 비슷한 위치(AAA와 MLB 사이)에 있는 20대 중반 선수들의 KBO리그 진출 러시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올 시즌 두산의 외국인 에이스로서 7승 4패 79⅓이닝 66탈삼진 평균자책점 2.38을 기록하고 있는 워커 로켓(27) 역시 메츠 시절 팀 동료였던 플렉센의 조언을 받아 한국행을 결정했다.

과연 플렉센은 'KBO리그 역수출 신화'를 시즌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남은 시즌, 플렉센의 활약을 계속 주목해보자.

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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