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의 구위는 곧바로 투수의 성적으로 연결 된다. 힘 있고 묵직한 공을 뿌리면 뿌릴 수록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구위가 좋아졌기 때문에 성적이 나빠졌다는 것은 어떤 뜻을 품고 있는 것일까.
LG 필승맨 정우영이 지난해 보다 좋은 구위로 업그레이드가 됐다. 전반기엔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해 스스로를 컨트롤 하지 못했지만 후반기부터는 확실히 자신의 공의 움직임을 파악했기 때문에 달라진 투구가 기대 된다. 사진=MK스포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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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위가 좋아져 성적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투수는 LG 필승조 정우영(22)이다.
정우영은 올 시즌 전반기서 4승2패1세이브15홀드, 평균 자책점 3.45를 기록했다. 드러난 성적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3.12였던 평균 자책점이 3.45로 올라갔고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도 적잖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전에는 정우영이 등판하면 승부가 끝나는 분위기였다면 이젠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정우영의 전반기를 성공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것은 LG 전력 분석팀의 견해였다. 여러가지 데이터가 향상 됐음에도 결과물이 따라오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11일 잠실 구장에서 만나 자료를 보여 준 LG 전력 분석팀 관계자는 "정우영은 지난해에 비해 확실히 구위가 좋아졌다. 타자들이 쉽게 칠 수 없는 공을 던졌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자신의 공에 자신이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위는 달라졌는데 대응 방식은 지난해의 방식을 고집했다.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제 달라진 자신의 구위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후반기에선 좀 더 좋은 투구가 기대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단 정우영은 구속이 상승했다. 지난 해 정우영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5km였다. 올 시즌에는 더 빨라졌다. 146.9km가 나오고 있다. 평균 1.6km정도 구속이 빨라진 것이다.
흔치 않은 경우다. 1km 이상 구속이 빨라지는 경우는 대단히 드문 케이스다.
LG 전력 분석팀 관계자는 "정우영은 볼 끝의 무브먼트로 승부를 거는 유형의 선수다. 볼 끝의 움직임이 많다. 공이 빨라지면 볼은 더 크게 변한다. 자신의 빨라진 스피드에 자신이 적응하지 못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볼 끝은 더 현란하게 움직였는데 정작 던지는 선수가 그에 대한 인식이 없다보니 제구가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컨트롤 하기가 대단히 어려웠을 것이다. 타자도 치기 힘들어졌지만 투수도 컨트롤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제는 어느 정도 달라진 자신의 구위에 적응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의 무브먼트도 지난해 보다 훨씬 많이 움직인다. 투심 패스트볼의 수직 무브먼트가 -0.7에서 -5.8로 5cm 이상 크게 움직였다.
볼 끝의 움직임이 5cm 이상 늘어나는 경우 역시 결코 흔치 않은 케이스다. 그렇게 하려고 해도 힘든 일이다. 그 무브먼트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움직임이다. 그만큼 타자가 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그 바뀐 움직임에 정우영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전보다 더 많이 떨어지는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면서 지난해의 감으로 해결하려 하니 제구가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올 시즌 볼넷이 늘언난 것도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바뀐 구위에 스스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LG 전력 분석팀 관계자는 "정우영의 공은 타자들이 제대로 공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업그레이드가 됐다. 다만 그 공을 쓰는 투수가 달라진 구위에 적응하지 못한 케이스였다. 타자들도 치기 어려워졌지만 던지는 본인도 대단히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움직임이 많은 공을 제구한다는 건 말 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릴리스 포인트를 일정하게 가져가는 것도 필요하다. 자신의 공이 얼마나 움직이는 지 알았으니 좋아지는 일만 남았다. 이제는 그런 부분들을 인지하고 공을 던지기 때문에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피드와 볼 끝의 움직임에 좀 더 신경을 쓰고 던지기 때문에 제구력 면에서 향상된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우영은 볼 끝의 움직임이 심해 타자들에게 위협적인 공을 던지는 투수였다. 그리고 그 움직임이 더 커졌다. 처음엔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컨트롤하지 못했지만 이젠 다르다. 얼마나 더 움직이는지에 대한 자각이 생겼다. 공을 컨트롤 할 수 있는 힘도 그만큼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보다 무서워진 정우영의 구위를 기대해 봐도 좋은 이유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힘이 장착된 정우영. 후반기의 정우영 투구에 좀 더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잠실)=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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