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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연재] '이현우의 MLB+'

[이현우의 MLB+] 오타니의 MVP·사이영상 동시석권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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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가 투·타에서 원맨쇼를 펼쳤다.

오타니는 19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원정경기에 선발투수 겸 1번타자로 출전해 마운드에선 8이닝 동안 6피안타 1실점 0볼넷 8탈삼진으로 호투를 펼치면서 시즌 8승째를 거뒀고, 타석에선 8회 초 시즌 40호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2위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35홈런)와 격차를 5개로 벌렸다.


이 홈런으로 오타니는 아시아 출신 선수 중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40홈런을 친 타자가 됐다. 한편, 40홈런은 레지 잭슨(1982년)의 39홈런을 넘어 구단 역사상 좌타자 최다 홈런 기록이기도 하다. 구단 단일시즌 홈런 기록인 트로이 글로스(2000년)의 47홈런까진 7개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면서 '타자 오타니'의 홈런 페이스에 대한 메이저리그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오타니의 최근 활약상만 놓고 봤을 때,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마운드에서 모습이다. 오타니는 7월 이후 선발등판한 6경기에서 5승 무패 40이닝 4볼넷 37탈삼진 평균자책점 1.58을 기록 중이다. 이는 같은 기간 아메리칸리그(AL)에서 30이닝 이상 던진 투수 가운데 다승·평균자책점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그러면서 어느새 '투수 오타니'의 2021시즌 성적은 8승 1패 100이닝 39볼넷 120탈삼진 평균자책점 2.79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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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타자로서 오타니의 실력은 올 시즌 전에도 이미 검증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타니는 MLB 진출 후 2018-19시즌 2년간 평균 105경기 20홈런 62타점 11도루 타율 0.286 OPS 0.883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44경기 7홈런 24타점 타율 0.190에 그쳤으나, 팔꿈치 부상의 여파로 인한 것이었을 뿐 '건강한 오타니'의 장타력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투수 오타니로 넘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오타니는 진출 첫해인 2018시즌, 팔꿈치 부상을 입으면서 51.2이닝 소화에 그쳤다. 결국 시즌 종료 후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2019시즌에는 한 차례도 등판하지 않았다. 단축시즌으로 진행된 2020시즌 투수 복귀를 시도했지만, 2경기 만에 굴곡근에 염증이 생기면서 이후엔 타자로만 나섰다. 3시즌 합계 4승 3패 53.1이닝 ERA 4.39.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올 시즌 시작 전, 오타니의 투타겸업에 대한 시선은 일본프로야구(NPB) 데뷔시즌이었던 2013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부정적으로 변해있었다. 그렇다면 올 시즌 오타니는 어떤 점이 달라졌기에 투수로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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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점은 역시 '몸 상태'다. 오타니는 올 시즌 시작 전 꾸준한 재활 운동과 좋아하는 계란을 끊는 등 철저한 자기 관리로 수술 이전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한편, 광학 추적 카메라와 레이더 측정 장비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해 선수의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훈련 시설인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을 찾아 몸에 밴 나쁜 습관을 교정했다.

이를 통해 오타니는 2019년 왼쪽 무릎 슬개골 수술 후 타격 시 흔들리던 축발을 단단히 고정했고, 2018년 팔꿈치 수술 후 투구 시 몸이 일찍 열리는 문제도 고칠 수 있었다. 위 [영상]은 토미존 수술 전/후 오타니의 투구폼을 비교한 자료다. 수술 후 오타니는 무의식적으로 팔꿈치를 보호하기 위해 팔 스윙이 느려졌고, 몸도 너무 일찍 열렸다.

그리고 이러한 투구폼의 변화는 구속 저하와 제구 불안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겨울<드라이브라인>을 다녀온 오타니는 올 시즌 다시 진출 초기의 투구 밸런스를 되찾았고, 그 결과 시즌을 치를수록 제구력이 안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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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5월까지 6.4개에 달했던 오타니의 9이닝당 볼넷은 이후 2.1개로 줄어들었다. 이는 오타니가 구속에서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제구에 신경 쓴 덕분이기도 하다(패스트볼 평균 4월 96.9마일→8월 95.4마일). 그 결과 9이닝당 탈삼진이 6월까지 12.5개에서 이후 8.2개로 줄었지만, 공격적인 투구로 맞혀잡기 시작하면서 오타니는 더 많은 것을 얻었다.

적은 투구 수로도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6번의 등판에서 오타니는 한 번도 투구 수 100개를 넘기지 않으면서 최소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이번 디트로이트전에서도 오타니가 90구로 8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공격적인 투구가 한몫했다.

최근 6번의 등판에서 오타니의 투구수/이닝

7월 7일 (BOS전) 89구 7이닝 2실점 0볼넷 4탈삼진
7월 20일 (OAK전) 96구 6이닝 0실점 1볼넷 8탈삼진
7월 27일 (COL전) 99구 7이닝 1실점 0볼넷 5탈삼진
8월 5일 (TEX전) 86구 6이닝 1실점 0볼넷 6탈삼진
8월 13일 (TOR전) 99구 6이닝 2실점 3볼넷 6탈삼진
8월 19일 (DET전) 90구 8이닝 1실점 0볼넷 8탈삼진

경기 후 조 매든 에인절스 감독은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을 비롯한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오타니가 사이영상 후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그는 모든 수상의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물론 잔여 시즌 6번가량 등판이 남았다는 걸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오타니의 올 시즌 사이영 수상은 쉽지 않다.

현재 100이닝을 기록 중인 오타니는 남은 6경기에서 모두 완투를 한다고 하더라도 규정이닝(162이닝)을 소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타니가 올 시즌 현재까지 타자로서 116경기를 뛰면서 타율 0.269 40홈런 87타점 18도루 OPS 1.011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이닝 수다.

이런 오타니의 활약에 대해 USA 투데이의 밥 나이팅게일은 "더 이상 오타니가 MVP를 수상할지 여부가 아니라, 만장일치로 수상할지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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