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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SW추석특집] KT ‘요리왕’ 데스파이네 “감독님 입맛도 자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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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문화가 달라 입맛이 생소할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 KT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4)는 올해 한국생활 2년 차다. 이미 한국문화에 모두 적응했는데 전통 방식으로 명절을 보낸 기억이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이다. 한국 선수 집에 찾아가 같이 명절을 보내는 일도 경험하지 못했다. 정규시즌이 한창인 만큼 야구장에서 명절 분위기를 느껴본 일이 전부다. 그나마 한 가지 달라지는 일은 식단. 홈구장 수원 KT위즈파크와 원정 케이터링 업체가 마련한 명절 음식으로 한국의 추수감사절이 왔음을 깨닫는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데스파이네가 한가위가 다가왔음을 체감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작년에도 추석에는 시즌 중이었기 때문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경기를 치른 기억만 있다”면서도 명절 음식에 관한 궁금증은 숨길 수 없다. 지난해 추석에 경기를 마친 뒤 먹고, 뜯고, 즐겼다면 올해는 직접 요리를 대접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데스파이네는 “한국 음식 조리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누군가 소개해주거나 요리법을 말해주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데스파이네의 요리에 관한 자신감의 원천은 경험이다. 데스파이네는 자칭 ‘요리왕’이다. 야구장서 퇴근해 수원 집에 입성하면 무대는 마운드가 아닌 주방. 유니폼 대신 앞치마를 두르고, 글러브 대신 양념통과 조리도구를 손에 쥔다. 아내 아를레니스와 첫째 딜런, 둘째 멜라니, 셋째 루카 등 5인 가족 요리사로서 식사를 만들며 실력을 단련했다. 동료를 집으로 초대해 직접 만든 요리를 대접할 정도로 요리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베테랑 주부도 어렵게 느끼는 명절 음식을 두고도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데스파이네는 “나는 내 수준이 셰프 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그니처 메뉴는 쿠바스타일의 돼지고기구이 요리다. 쿠바 전통 음식 ‘유까(고구마와 마, 감자를 섞은 요리)’와 볶음밥, 갈색 콩 요리도 언제든지 주문 가능이다. 소형준과 윌리엄 쿠에바스(이상 KT)뿐만 아니라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 아리엘 미란다(이상 두산)을 집에 초대해 음식을 대접한 적도 있다. 데스파이네는 “동료를 불러 치킨, 소고기와 돼지고기, 밥 요리를 해서 같이 먹었는데 맛있다고 얘기했다”고 웃었다.

민족 대명절인 만큼 데스파이네의 초대 명단도 달라진다. 조리법만 익힌다면 이강철 KT 감독을 비롯해 박승민 투수코치까지 집으로 초대해 직접 만든 요리를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맛에 대한 설명이 없는 일은 ‘내가 만들면 무조건 맛있다’라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데스파이네는 “쿠바는 추수감사절이 없다. 한국은 다 함께 먹는 스타일이지 않나”면서 “누구든지 오셔도 내가 항상 요리를 해왔고 잘하기 때문에 자신 있다. 감독님이든 코치진이든 모두 입맛을 만족하게 할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데스파이네의 집에 방문해 음식을 맛본 경험이 있는 소형준은 “동료를 초대해서 음식을 해주는 게 진짜 정성이 필요한 일이지 않나. 데스파이네가 열정적으로 해주는 모습이 감동이었다”면서도 “토마토소스를 베이스로 한 닭 요리였다. 짰다. 먹고 있는데 자꾸 옆에서 ‘맛있지, 맛있지?’라고 물어서 힘들었다. 맛은…”이라고 말을 흐렸다. 잠깐 뜸을 들인 소형준은 “아무래도 식습관의 차이가 큰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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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데스파이네 아내 아를레니스, KT위즈 제공

전영민 기자 ym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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