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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텍사스' 추신수 MLB 활약상

"올림픽, 선수만 잘못은 아니다" 추신수는 현재와 미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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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SSG 추신수가 지난달 23일 문학 롯데전에서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문학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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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냉정히 보면 선수 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기록은 머릿속에 없었다. 단지 소속팀의 승리와 한국야구의 미래만 바라봤다. SSG 추신수(39)가 빅리그 16년, 프로 경력 21년 베테랑 입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주저하지 않고 털어놓았다.

추신수는 지난 5일 잠실 LG전에서 KBO리그 최초로 만 39세 20홈런·20도루 달성자가 됐다. 4회초 상대 선발투수 이민호의 초구 패스트볼을 공략해 5점차 리드를 만드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이 홈런으로 추신수는 2007년 만 38세였던 삼성 양준혁을 넘어 가장 많은 나이에 20·20에 성공했다.

건재함을 증명했지만 20·20에는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경기 후 추신수는 “미국에서 보통 선수가 은퇴를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다고 한다. 몸이 안 좋아서, 배트스피드가 느려져서, 그리고 성적이 안 나와서 선수들이 은퇴한다”며 “내가 생각하는 은퇴시점은 2루에서 큰 타구에 득점을 못할 때다. 그게 내가 은퇴하는 시점”이라며 20도루를 통해 주자로서 경쟁력을 보인 점에 점수를 줬다.

이어 그는 “팀이 우승하는 데 도움이 되려고 한국에 왔다. 지금 순위경쟁을 하고 있는데 20·20을 했고 주위에서 축하해주시는데 좀 덤덤하다”며 “우리가 가야할 목표가 있다. 나도 20·20보다 더 큰 목표가 있다. 좋은 기록을 달성했으나 아직 기록에 들뜨거나 좋아하기는 이른 것 같다”고 차분함을 유지했다.

하지만 한국야구 인프라, 그리고 유소년 야구 육성 방향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시범경기 막바지였던 지난 3월말 잠실구장 원정 라커룸에 아쉬움을 드러냈던 추신수는 더 나은 환경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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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1번타자 추신수가 지난달 23일 문학 롯데전에서 홈런을 친후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문학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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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KBO리그는 한국의 메이저리그(ML) 아닌가. 물론 ML와 같은 시설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시설은 갖춰야 한다”면서 “경기 내내 벤치에 앉아있다가 대타로 고우석의 공을 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스윙 몇 번하고 투수의 공을 치는 게 정말 어렵다. 배팅케이지 조차 없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재차 아쉬움을 드러냈다.

ML 구장은 보통 라커룸에서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통로에 배팅케이지를 마련한다. 구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100년이 넘은 리글리 필드에도 원정 선수 한 두명이 타격 훈련을 할 케이지가 작게 자리하고 있다. 추신수는 “타자가 열심히 기계 볼을 치고 나가도 제대로 치기 힘든 게 야구다. 이 부분은 KBO도 잘못이고 선수협회도 잘못이라고 본다. 큰 돈이 들어가는 일도 아니다”고 힘줘 말했다.

두 달 전 도쿄 올림픽 노메달에 그쳤던 순간을 돌아본 추신수는 “올림픽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성적으로 돌아왔다. 경기장에서 뛴 것은 선수들이고, 그 성적을 낸 것도 선수들이다. 하지만 냉정히 보면 선수들 만의 잘못은 아니다”며 보다 한국야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환경적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유소년 야구의 방향성 차이도 설명했다. ‘양현종이 귀국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즐기며 야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는 말에 “솔직히 이제 와서 우리 선수들에게 즐기면서 야구하라고 요구하기는 힘들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승리만 바라보며 야구를 했다. 나도 미국에서 뛰면서 마인드를 바꿔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아이들이 미국에서 야구를 배우는 것을 봤다. 미국과 한국은 가르치는 것 자체가 다르다. 실수에 대해 절대 얘기하지 않는다. 실수 외에 좋은 점만 얘기한다. 자신감을 주는 게 미국 야구다. 지금 우리 어린 선수들이라도 그런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아마추어 야구가 다른 방향으로 전진하기를 바랐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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