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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지난해까지 다저스에서 뛰었던 '전천후 유틸리티' 키케 에르난데스(30·보스턴 레드삭스)가 가을야구에서 역대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키케는 19일(한국시간)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PS)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3차전에서 2번 타자 겸 중견수로 출전해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팀의 12-3 대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키케는 최근 6경기에서 17안타(5홈런)를 기록, 역대 PS 6경기 구간 최다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키케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스카우트인 엔리케 에르난데스 시니어의 아들로, 6살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키케는 어린 시절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국제 청소년 야구대회에 참가하는 등 뛰어난 야구실력을 자랑했지만, 아메리칸 밀리터리 고교 입학 당시 키가 5피트 6인치(약 168cm)에 불과했기에 프로선수로서 잠재력을 높게 평가 받지 못했다.
그러나 고교 3학년 때 키가 5피트 11인치(약 180cm)까지 성장했고, 기본적인 신체 조건마저 갖추게 된 키케는 2009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6라운드에서 휴스턴의 지명(계약금 15만 달러)을 받고 프로 무대에 진출할 수 있었다. 마이너리그에서 5년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성장한 그는 2014년 7월 2일, 휴스턴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데뷔 후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키케는 제러드 코자트와 제이크 매리스닉, 콜린 모란 등이 포함된 3대3 트레이드를 통해 마이애미 말린스로 이적했다. 그리고 그해 겨울, 키케는 다시 한번 다저스(IN 크리스 해처, 오스틴 반스, 앤드류 히니, 키케)와 마이애미(댄 해런, 디 고든, 미겔 로하스, 현금)의 3대4 트레이드를 통해 다저스의 유니폼으로 바꿔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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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시절 키케는 내·외야를 오가는 전천후 유틸리티로 활약했다. 다저스 시절 키케가 소화한 포지션은 7개(2루수 200경기, 중견수 179경기, 좌익수 127경기, 유격수 90경기, 우익수 75경기, 3루수 33경기, 1루수 15경기). 이러한 잦은 포지션 변동에도 키케는 1루수를 제외한 포지션에서 모두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수비기여도(DRS)를 보여줬다
그러나 수비에서와는 달리, 타석에선 제한적으로 기용됐다. 이적 첫해 타율 0.307을 기록했지만, 두 번째 시즌 우완 투수들의 브레이킹볼에 약점을 드러내며 1할대 타율을 기록한 후부터 키케에게는 주로 좌완 투수가 등판할 때 선발 출전하는 플래툰 시스템이 적용됐다(통산 우완 상대 타율 0.227 OPS 0.690 / 좌완 상대 타율 0.262 OPS 0.826).
21홈런으로 장타력에 눈을 뜬 2018년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런 다저스의 기용은 키케가 보스턴으로 이적한 계기 중 하나다. 2021시즌 이후 FA 자격을 취득한 키케는 주전 2루수를 노리고 보스턴과 2년 14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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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올 시즌 전반기까지 타격만 놓고 봤을 때, 다저스의 판단은 그리 틀리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전반기까지 키케의 타격 성적은 타율 0.237 11홈런 OPS 0.747. 좌완에겐 강점을 보이지만, 우완에겐 약하다는 점도 다저스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후반기 키케는 타율 0.266 9홈런 OPS 0.832을 기록하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는 그가 후반기 코로나19로 부상자명단에 등재되었을 뿐만 아니라, 복귀한 후 34타수 4안타로 부진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매우 유의미한 성적 변화다. 특히 우완 투수들의 브레이킹볼에 대응하기 위해 홈 플레이트에 더 붙어서기 시작한 마지막 13경기에선 타율 0.283 3홈런 7타점 OPS 0.897을 기록, 가을야구에서의 활약을 예고했다.
키케 PS 최근 6경기 활약상
DS 2 : 6타수 5안타(1홈런) 3타점
DS 3 : 6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DS 4 : 4타수 1안타 1타점
CS 1 : 5타수 4안타(2홈런) 2타점
CS 2 : 4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CS 3 : 4타수 2안타
6경기 17안타 타율 .586 5홈런 9타점
PS 5경기 구간 키케가 세운 기록
장타 : 9개 (역대 1위)
안타 : 15개 (역대 1위)
토털베이스 : 34개 (역대 1위)
그리고 PS 들어 뜨겁게 타오른 키케의 방망이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을 시작으로 최근 6경기에서 키케는 17안타(2루타 4개) 5홈런 9타점 타율 0.585를 기록 중이다. 앞선 ALCS 2차전에서 역대 PS 5경기 구간 안타(15) 장타(9) 총루타(34) 신기록을 수립한 키케는, ALCS 3차전에서도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기록을 경신했다.
이런 타석에서 활약과 더불어 키케의 성실한 훈련 자세와 그라운드에서 넘치는 에너지는 보스턴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팀원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전략 회의가 끝날 무렵, 카일 슈와버는 팀원들을 향해 "키케처럼 하자"고 말했고, 실제로 ALCS 3차전에서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과연 플래툰이란 굴레에서 벗어난 키케는 보스턴의 21세기 들어 5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 수 있을까? 남은 가을, 키케의 활약을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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