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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킹은 법 위에 있나? 피해자가 징계 더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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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2일 LA 레이커스와 디트로이트 피스턴즈의 NBA 경기에서 르브론 제임스(왼쪽)가 아이제이아 스튜어트(오른쪽)를 뚫고 슛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경기 중 팔꿈치로 상대 선수의 얼굴을 가격한 미국프로농구(NBA) 르브론 제임스(37·LA 레이커스)의 징계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발단이 된 사건은 22일(한국시간) 디트로이트 피스턴즈와 경기였다. 3쿼터 도중 아이제이아 스튜어트와 리바운드를 다투던 제임스는 팔꿈치로 그의 얼굴을 쳤다. 눈 주위에서 피가 난 스튜어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제임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동료, 심판 등 현장 인원들이 간신히 말리면서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막았지만, 제임스와 스튜어트는 나란히 퇴장당했다.

경기장 폭행으로 끝나는 듯했던 이 사건은 두 선수에게 내린 징계 때문에 더 큰 논란을 만들었다. NBA 사무국은 23일 제임스에게 1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피를 흘렸던 스튜어트는 2경기 출전 징계를 받았다. 얻어맞은 선수에게 더 무거운 징계가 내려지자 공정성 논란이 일어났다.

NBA 사무국은 “제임스가 과격한 행위로 스튜어트를 가격해 코트 내 싸움이 벌어지는 발단을 제공했다. 스튜어트는 계속 공격적인 태도를 보여 코트 내 험악한 분위기를 악화시켰다”고 징계 이유를 설명했다. 제임스의 가격보다 폭력 후 스튜어트의 대응을 더 문제 삼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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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에게 맞고 흥분하는 스튜어트.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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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에서는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징계 내용에 찬성하는 이들도, 반대하는 이들도 ‘살아있는 전설’이자 농구의 ‘왕(king)’으로 불리는 제임스의 존재감을 언급했다. FOX 스포츠 프로그램 ‘언디스퓨티드’의 진행자인 미국프로풋볼(NFL) 해설가 섀넌 샤프는 “제임스가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행동에는 고의성이 없었다. 스튜어트가 그런 식으로 반응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 모두 징계를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프로그램 공동 진행자인 칼럼니스트 스킵 베이리스도 “사무국의 결정을 지지한다. 뉴욕 닉스와 빅 매치를 앞두고 제임스를 뛰지 못하게 했다. 사무국 입장에서는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의 샴스 카라니아도 “제임스는 사과하기 위해 스튜어트의 연락처를 수소문했다. 고의가 아니었다는 점을 전하려 했다. 그는 이런 일이 처음일 것이다. 사무국이 이 점을 고려했다고 본다”며 제임스의 편에 섰다.

반면 징계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뜨겁다. 제임스가 NBA의 간판선수이기 때문에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는 것이다. CBS 스포츠는 “스튜어트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르브론에게 달려들었다. 추한 장면이었고, (실제 보복이 벌어졌다면) 더 추해질 수 있었다. 2경기 징계를 받을 만했다”면서도 “전례를 보면 제임스가 받은 1경기 출전 정지는 가벼워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지난 2015년 JR 스미스는 거의 똑같이 상대 선수를 가격해 플레이오프 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며 “르브론이 팔을 휘두르며 스튜어트를 돌아보는 모습이 명백하다”고 전했다. 르브론의 동작에는 고의성이 의심된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이 사태는 레이커스 구단에 그리 나쁘게 작용하지 않았다. 레이커스는 사건 당일 디트로이트전에 4쿼터 역전승을 거뒀다. 레이커스는 24일 닉스전에서 제임스를 내지 못하고 6점 차로 패하긴 했다. 그러나 제임스의 나이를 고려하면 1경기 출장 정지는 일상적인 휴식에 가까웠다.

징계로 인해 제임스의 연봉(4118만 달러) 중 28만 4004달러(3억 3779만원)가 차감된다. 레이커스 구단은 그만큼의 재정적 이익을 얻었다. 러셀 웨스트브룩, 제임스, 앤서니 데이비스 등 대형 선수들을 보유한 레이커스는 올해에만 4500만 달러 이상의 사치세를 내야 한다. 이번 징계로 레이커스의 팀 연봉이 내려가 사치세도 함께 줄어들었다.

CBS 스포츠는 “레이커스는 제임스 일당의 절반인 14만 2002달러를 사치세에서 공제받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총 53만 2508달러(6억3337만원)를 아낄 수 있다. 팀 연봉이 1억5700만 달러(1867억원)에 이르렀던 레이커스는 사치세 부과 비중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승윤 기자 cha.seun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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