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의 짐을 손수레에 실어 가져간 80대 남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관광객은 1000만원어치의 금품이 사라졌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범죄를 증명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7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마성영 부장판사는 절도 혐의를 받는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 10일 오전 10시쯤 서울 마포구 노상에서 에코백과 오렌지색 비닐봉지를 자신의 손수레에 싣고 절취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인근 카페의 폐쇄회로(CC)TV에 범행을 저지르는 모습이 찍혔고,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콩 국적 관광객 B씨는 일행과 사진을 찍기 위해 10분 정도 길거리에 짐을 뒀는데 A씨가 이를 무단으로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B씨는 가방에 현금 700만원과 시가 300만원 상당의 카메라 1대, 여성 의류 등 총 1150만원어치의 금품이 들어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에코백과 비닐봉지를 가져간 사실은 인정되지만 가방 안의 물건을 훔쳤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가방과 봉지 안에 실제로 해당 물건들이 있었는지는 피해자의 진술만 존재할 뿐, 현금 700만원의 실제 환전 여부, 도난당한 의류가 한국에서 구매한 신상품인지 등에 대해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또 피해자들이 길가에 물건을 놔둔 시점에 누군가 물건들을 꺼내 가져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당초 경찰 발생 보고서에는 홍콩 여권과 신용카드 2장이 든 갈색 지갑 1개도 함께 도난당한 것으로 기재됐지만 피해자들의 진술서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없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진술 및 그 동행자의 진술을 비교해 도난품에 대한 진술 신빙성을 확인해야 하지만 이에 관해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진술서만으로는 가방과 봉지 안에 이들 물품이 들어있다는 주장을 믿기 부족하고 설령 이가 맞는다고 해도 피고인이 이들을 절취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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