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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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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릴라드보다 NBA에 먼저 뽑힌 토마스 로빈슨, 어떻게 삼성에 왔나 [서정환의 사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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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정환 기자] “서기자 저 0번 선수 어때? KBL에 오면 딱인데…” “감독님 저 선수는 KBL에 올 레벨이 아닙니다”

2012년 캔자스대학 대 오하이오주립대의 NCAA 토너먼트 4강전을 본 뒤 모 구단 감독과 기자가 나눴던 대화였다. 감독이 말한 0번 선수는 캔자스대학의 에이스 토마스 로빈슨(30, 삼성)이었다.

당시 로빈슨의 동료 제프 위디가 지난 시즌 오리온에서 뛰었다. 상대선수였던 제러드 설린저는 NBA를 거쳐 지난 시즌 KGC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제 로빈슨이 삼성에서 데뷔를 앞두고 있다. 사람의 앞일은 정말 모른다는 말이 맞다.

전미최고 농구명문 캔자스대학을 이끈 슈퍼스타 로빈슨

캔자스대학을 결승전으로 이끈 로빈슨의 다음 상대는 켄터키대학의 '갈매기' 앤서니 데이비스였다. 로빈슨은 18점, 17리바운드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데이비스가 야투율 10%, 6득점의 부진에도 불구 16리바운드, 5어시스트, 3스틸, 6블록슛으로 괴물같은 수비를 선보였다. 미래의 NBA선수 네 명이 포진한 켄터키대학이 67-59로 이겨 NCAA 우승트로피를 차지했다. 데이비스가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를 굳힌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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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은 기자와 개인적인 인연이 많은 선수다. 미국유학생 시절에 캔자스대학에 취재를 갔는데 당시 로빈슨이 1학년 후보선수였다. 콜 알드리치, 마커스 모리스, 마키프 모리스 등 NBA에 진출한 기라성같은 올아메리칸 선배들이 있어서 로빈슨은 후보였다. 1학년시절 로빈슨은 평균 7분 출전에 2.5점, 2.7리바운드를 올렸다. 출전시간에 비하면 괜찮은 활약이었다.

3학년시즌 에이스로 우뚝 선 로빈슨은 경기당 17.7점, 11.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빅12 컨퍼런스 최고선수로 올라섰다. 특히 리바운드는 NCAA 디비전1 전체 1위였다. 로빈슨은 엄청난 운동능력을 활용한 보드장악력이 일품이었다. ‘ESPN 올해의 대학선수상’을 수상한 로빈슨은 NBA 상위지명이 확실시됐다.

데미안 릴라드보다 NBA에 먼저 뽑힌 남자

기자는 뉴저지에서 열린 2012 NBA 드래프트 현장에도 취재를 갔었다. NBA에서는 로터리픽 지명이 확실시되는 대형유망주 14명 정도만 뉴욕에 초대한다. 로빈슨은 데이비스와 함께 언론의 주목을 가장 크게 받는 ‘빅네임’이었다. 로빈슨 주변에 미국기자들이 30명 이상씩 따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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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드래프트 현장에서 “로빈슨이 신장이 206cm(농구화 포함)로 NBA에서 뛰기에는 작고, 슛거리도 짧다”는 이유로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었다. 2순위도 자존심이 상한다고 인터뷰한 로빈슨은 결국 5순위로 새크라멘토에 지명됐다. 당연히 NBA에 지명되고도 로빈슨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는 “새크라멘토와 공개훈련도 하지 않았는데 지명이 됐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러니하게 로빈슨 다음 6순위로 포틀랜드에 지명된 데미안 릴라드는 위버주립대출신으로 철저히 무명이었다. 릴라드가 지명되자 미국기자들이 “위버스테잇이 대체 어디야?”라고 수근댔다. 로빈슨이 지명될 때 기자회견장에 수십명 있던 기자들이 릴라드가 지명되자 다 빠져나갔다. 릴라드의 인터뷰장에 본 기자를 포함해 기자가 단 4명 있었다.

화가 난 릴라드가 “당신들 내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라”고 했지만 기자도 코웃음을 쳤었다. ‘185cm 정도 되는 깡마른 가드가 NBA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기자의 엄청난 착각이었다. 지금 NBA 슈퍼스타로 성장한 릴라드와 한국에 온 로빈슨의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가 됐다. 완벽한 인생역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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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뒤에 지명된 선수 중 해리슨 반스(7순위), 안드레 드러먼드(9순위)는 미국대표팀까지 뽑히며 아직도 잘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에서 뛰는 앤드류 니콜슨이 19위였고, 프랑스 국가대표이자 뉴욕 닉스에서 뛰는 에반 포니에가 20등이었다. 설린저는 등부상 여파로 21위까지 떨어졌지만 NBA 경력은 로빈슨보다 훨씬 낫다.

심지어 2라운드 35등으로 뽑힌 선수가 바로 골든스테이트의 3회 우승주역 미시건주립대의 포워드 드레이먼드 그린이었다. KBL에 누가 온다면 정말 키 작은 트위너 그린이 올 줄 알았다. 기자가 또 한 번 크게 잘못봤다.

토마스 사토란스키(2라운드 32등), 피닉스 준우승 주역 재 크라우더(2라운드 34위), 밀워키 우승주역 올스타 크리스 미들턴(2라운드 39등) 등 2라운드에서 보물이 쏟아졌다. 로빈슨 지명으로 새크라멘토의 미래가 얼마나 망했는지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킹스는 2018년에도 마빈 베글리 3세를 전체 2순위로 뽑아서 철저하게 망했다. 킹스 스카우트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기자는 3년 뒤 2015년 뉴욕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올스타로 선발된 릴라드를 다시 만났다. 기자가 드래프트 때 이야기를 꺼내면서 몰라봐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릴라드는 “거봐 내 말이 맞잖아. 이제라도 알면 됐어”라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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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 대학최고선수의 끝없는 추락

돌이켜보면 대학시절이 로빈슨의 전성기였다. 이후 로빈슨의 커리어는 추락의 연속이었다. 기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2 NBA 서머리그도 현장에서 취재했다. 로빈슨의 경기를 관심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NBA에 뽑힌 신인과 D리그 선수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로빈슨은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NBA에서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로빈슨과 운동능력이 비슷했고, 신장은 더 좋았다. 로빈슨이 골밑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명문대를 나온 대형유망주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치열하게 목숨 걸고 싸우는 전세계 유망주들 사이에서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대학교때 너무나 대단했던 로빈슨의 추락을 직접 보면서 기자도 ‘NBA가 이렇게 살아남기 힘든 곳이구나!’라는 것을 절감했다. 로빈슨의 대학시절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반면에 드래프트 때 저평가를 뒤집고 올스타로 성장한 릴라드와 드레이먼드 그린, 크리스 미들턴은 또 무대 뒤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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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로빈슨은 새크라멘토, 휴스턴, 포틀랜드, 필라델피아, 브루클린, 레이커스까지 5년간 6팀을 전전하는 저니맨이 됐다. 대학교때 경력을 보고 복권을 긁는 심정으로 그를 데려왔던 팀들이 하나같이 실망하고 그를 내보냈다. 결국 2017년 해외리그로 눈을 돌린 그는 러시아, 중국, G리그, 터키, 푸에르토리코를 거쳐서 한국까지 오게 됐다.

로빈슨과 삼성과 궁합은 어떨까?

과연 로빈슨이 삼성에서는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과거 이름값과 현재 기량은 무관하다. 로빈슨이 NBA에서 자신을 계속 발전시켰다면 애초에 한국에 올 일이 없었을 것이다. NBA출신이라면 늘 기대감을 갖게 되지만, 다 한국까지 올만한 좋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는 말이다. 다만 로빈슨이 예전 기량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다면 한국에서는 ‘제2의 설교수’가 될 가능성도 보인다.

기본적으로 로빈슨은 운동능력이 좋고, 빠르며 골밑에서 전투적이다. 외국선수에게 외곽보다는 주로 골밑에서 뛰며 20점, 10리바운드를 요구하는 KBL 스타일에 잘 맞는다. 대학시절에도 매 경기서 더블팀에 시달렸던 로빈슨이라 킥아웃패스도 나쁘지 않다. 공수전환 스피드도 좋은 편이다. 로빈슨에게 제 때 패스를 건네줄 좋은 포인트가드 김시래도 있다. 로빈슨에게 아이재아 힉스가 했던 역할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3점슛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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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한 명이 가세했다고 최하위 삼성의 성적이 드라마틱하게 바뀔지는 의문이다. 농구는 결국 주전 5명에 식스맨, 감독의 전술까지 복합적인 요소가 어우러지는 화학반응이다. 로빈슨이 한국농구에 얼마나 잘 적응할지도 미지수다. NBA를 떠난 로빈슨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읽어보면 하나같이 “성질이 불같다”는 같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승부욕이 센 것은 그의 장점일 수 있지만, 다혈질인 성격은 돌발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 시즌 설린저는 KGC의 전력에 화룡점정을 찍으면서 플레이오프 10연승 무패의 신화를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대학시절 설린저와 전미최고의 파워포워드를 다퉜던 로빈슨도 충분히 잠재력이 있는 선수다. KBL에 존재만으로 팬들을 설레게 하는 선수가 오랜만에 등장했다. 그는 농구장에 직접 가서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선수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2021/12/14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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