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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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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도 실격' 우려가 현실로…이러려고 올림픽 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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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

매일경제

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전에서 마지막 골인 지점을 앞두고 류사오린 샨도르(2번·헝가리)와 런쯔웨이(54번·중국)가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고 있다. 류사오린이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결국 반칙으로 실격을 당했고 금메달은 런쯔웨이가 가져갔다. [AF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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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은 말이 없었다. 황대헌은 경기 뒤 "나중에 할게요"라는 말만 남기고 믹스트존을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갔고, 이준서 역시 취재진을 향해 말없이 고개를 숙인 뒤 통로를 지나갔다.

우려했던 '대놓고 중국 밀어주기'가 현실이 되며 석연치 않은 편파판정에 한국 쇼트트랙이 전멸했다.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한국체대)는 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각 조 1,2위로 통과하고도 실격당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무난히 준결승에 오른 황대헌은 다섯 바퀴를 남기고 인코스를 파고들며 선두로 올라서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을 시행하며 황대헌이 레인 변경 반칙을 범했다는 이유로 실격을 선언했다. 황대헌 대신 중국 런쯔웨이와 리원룽에게 결승 출전권이 돌아갔고, 바로 다음 조에서 경기를 치른 이준서까지 류사오린 샨도르(헝가리)와의 접촉을 이유로 실격당하며 그 뒤에 들어온 중국 우다징이 결승에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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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서는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2조 경기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레인 변경을 늦게 했다는 이유로 실격처리됐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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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헌과 이준서는 준준결승에서 넘어지며 부상을 입어 경기를 치르지 못하게 된 박장혁(스포츠토토)의 몫까지 더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침묵을 지킨 채 믹스트존을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결승전도 '어우중(어차피 우승은 중국)'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런쯔웨이와 류사오린이 치열한 몸싸움을 펼치며 경합을 펼쳤고 결국 류사오린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문뜩 스쳐가는 '어우중 시나리오'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류사오린은 경고까지 받으며 실격 처리됐고 런쯔웨이의 목에는 금메달이 걸렸다. 허탈함을 넘어 헛웃음밖에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관왕인 진선유 해설위원은 "선수 시절 '심판은 우리의 적이다'라는 말을 들으며 준비해왔는데 이번 대회는 심하다"고 말했고, 2014 소치동계올림픽 2관왕 박승희 해설위원도 "반칙이 아니라서 할 말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처럼 쇼트트랙에서 중국의 편파적인 판정이 지속되면서 올림픽 정신 대신 반중 감정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오죽하면 2020 도쿄올림픽의 배구 영웅 김연경이 자신의 SNS를 통해 "또 실격? 와 열받네!"라며 분노를 표했고, 네티즌들 역시 "한국 선수들이 중국 선수들을 추월하면 실격당하는 룰을 모르고 있었던 거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미 혼성계주 때부터 시작됐던 일이다. 한국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맏형 곽윤기(고양시청)는 전날 2020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혼성계주에서 발생한 '중국 봐주기 논란'에 대해 "중국이 우승하기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억울하고 미안한 감정이 든다. '내가 꿈꿨던 금메달의 자리가 이런 것인가'라고 반문하게 됐다"는 생각을 당당하게 밝히기도 했다.

곽윤기는 지난 6일 국내 취재진에게 "준결승을 직접 지켜봤는데 중국, 러시아올림픽위원회, 미국 등 3개 팀이 실격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뒤에서 보던 네덜란드 선수들도 같은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비디오 판독이 길어지면서 '설마'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한 뒤 "터치가 안 된 상황에서 그대로 경기를 진행한 것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반대로 다른 나라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결승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도 곽윤기의 발언에 주목해 그가 부당함을 토로했다고 설명했다.

쇼트트랙 혼성계주에 이어 개인전까지 이어지는 논란은 한국 선수뿐만이 아니라 러시아 등 다른 나라들도 "이해할 수 없다"도 말할 정도다. 러시아 스포츠신문 '스포르트 엑스프레스'는 "국제빙상경기연맹 심판들이 중국과 안현수 코치에게 혼성계주 금메달을 선사했다. 스캔들이라고 할 만하다"는 현지 여론 반응을 보도했다. 이 매체는 "베이징올림픽 혼성계주는 부정적인 쪽으로 러시아 스포츠 팬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중국이 어째서 미국 대신 결선에 진출했는지 의문이 많다"고 지적한 뒤 "중국의 애매모호한 준결승 통과는 아직도 개운하지 않은 느낌을 상당히 준다"고 꼬집었다.

남은 쇼트트랙 경기에서도 이 같은 일이 또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혼성계주에서 이해할 수 없는 실격을 당한 미국 대표팀과 러시아 대표팀은 파이널B 참가를 거부하며 판정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이 선수 간 터치 없이 금메달을 딴 상황에 대해 온라인에서는 '노터치 금메달' '블루투스 금메달' 등 다양한 유행어가 생산되기도 했다.

[조효성 기자 /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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