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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 '올림픽'

실수에 사과하고 좌절엔 위로…품격올림픽이라면 한국이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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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준결승 경기, 한국 황대헌이 캐나다 스티븐 두보아에게 사과하고 있다. [베이징(중국)=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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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올림픽이 있다면 대한민국이 1위를 다투지 않을까.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태극전사들의 품격 있는 행동과 말이 화제다. 메달 색깔과 순위에 상관없이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물론 실수를 사과할 줄 알고, 패자를 배려하는 행동은 충분히 박수를 보낼 만 했다. 무엇이 ‘올림픽 품격’인지 태극전사들이 제대로 이번 올림픽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실수에 과감하게 사과한 황대헌

13일 쇼트트랙 남자 500m 메달 사냥에 나섰던 황대헌(23·강원도청)은 준결선에서 탈락했다. 준결선 2조 주자로 나선 황대헌은 마지막 코너에서 추월을 시도하던 도중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와 부딪히며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한 뒤 실격 판정을 받았다. 경기 뒤 황대헌은 자신의 무리한 추월로 부딪힌 뒤부아를 찾아가 손을 내밀며 사과했다. 황대헌은 “캐나다 선수에게 미안해서 사과했다. 후회없이 미련없이 레이스를 펼쳤다”고 말했다. 뒤부아는 어드밴스로 결선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대헌이 금메달을 딴 남자 1500m 결선에서 뒤부아는 “황대헌의 뒤만 보고 따라 갔더니 은메달을 땄다”고 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딴 김민석(23·성남시청)은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7위에 그친 중국 선수 닝중옌(23)을 위로하는 모습으로 관심을 모았다. 8일 김민석은 동메달을 딴 직후 태극기를 몸에 두른 채 경기장을 돌다 벤치에 앉아 고개를 다리에 파묻고 좌절해 있는 닝중옌을 발견하고는 옆자리에 앉아 다정히 그의 등을 토닥였다. 동갑내기인 둘은 평소에도 절친한 사이로 통한다.
●저조한 성적에도 “나는 자랑스러운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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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대표팀의 김은지(30)는 12일 자신의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마친 뒤 환하게 웃으며 중계 카메라를 향해 자신의 손바닥을 펴보였다. 그의 장갑에는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란 문구가 적혀있었다. 김은지는 이번 올림픽 여자 스켈레톤 1~3차 시기에서 25명 중 23위를 기록했다.

멀리뛰기 선수였던 김은지는 2017년 스켈레톤으로 종목을 전향했다. 2018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김은지는 평창 올림픽에선 국가대표가 아닌 ‘전주자(트랙을 미리 타 상태를 점검하는 사람)’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만큼 태극마크가 간절했고 순위에 상관없이 자신의 이번 올림픽 마지막 경기에서 대표선수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의 품격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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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 프리쉐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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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한국 국가대표 아일린 프리쉐(30)는 8일 루지 여자 1인승 경기 4차 시기에서 트랙을 질주하다 썰매가 레이스 후반부에 중심을 잃고 뒤집혀지는 사고를 당했다. 경기를 중간에 포기할 법도 했지만 프리쉐는 끝까지 썰매를 잡고 미끄러지면서 결승선을 통과했다.이날 경기는 이번 대회를 마치고 은퇴하는 그의 마지막 1인승 레이스였다. 투혼의 완주를 펼친 프리쉐는 아쉬움이 컸지만 웃으며 트랙 밖으로 걸어나갔다.

프리쉐는 2018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특별 귀화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평창에선 여자 루지 1인승 8위에 올라 한국 루지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냈다. 프리쉐는 평창 올림픽 뒤에도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 국가대표로 남았다. ‘진짜 한국인’이 되기 위해 한국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19년 월드컵 대회 도중 트랙 벽에 부딪혀 양손과 꼬리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3년간의 재활 끝에 2회 연속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절망의 순간에도 품격 있는 소감 남겨

스노보드 간판 ‘배추 보이’ 이상호(27·하이원)는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8강에서 2014 소치 올림픽 2관왕인 36세 베테랑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빅토르 와일드에 불과 0.01초 뒤져 4강행이 좌절됐다. 꿈이 단 0.01초 차이로 멈춰선 것. 아쉬운 마음이 크겠지만 그는 품격 있는 올림피언 답게 소감이 남달랐다. 이상호는 “주위에서 기대하신 금메달을 갖고 오지 못했지만 그래도 후회가 남지 않는 경기를 하자는 제 개인적인 목표는 이뤘기 때문에 후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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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 스케이팅 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 한국 대표팀 이승훈, 김민석, 정재원이 역주하고 있다.[베이징(중국)=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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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34·IHQ), 정재원(21·의정부시청) 김민석으로 이뤄진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대표팀은 13일 팀추월 준준결선에서 6위로 1~4위에 주어지는 준결선 티켓을 놓쳤다. 이날 팀을 이룬 세 명은 2018 평창 대회에서는 함께 호흡하며 은메달을 일군 바 있다. 이승훈은 경기 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결과를 받아들인다. 우리의 수준을 확인했다. 다음 올림픽을 위해 더 끌어올려야 한다”며 객관적으로 전력을 평가하며 미래를 내다봤다.

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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