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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내일은 말이 없고[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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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당신은 내일에 가보셨나요
    내일의 주소는 몇 번지지요

    어떻게 하면 내일에 가볼 수 있죠
    밤을 지새우고 나가보니 문 앞에 내일이 없네요
    내일이 달아났나요

    나는 내일에 대한 비전문가입니다
    나는 기다림의 불구자,
    기쁨이 오면 낯설고 맞이하는 데 서툴러요
    행복을 만나면 어색하고 부끄러워
    소리 내어 웃지도 못합니다
    그 사이에 고난이 또 업그레이드되었군요

    주문하지 않았는데
    불안한 요리 한 접시가 나왔어요
    결제하지 않았는데
    입체적인 긴장 한 박스가 착불로 왔네요
    누가 보냈을까요 내일이 시킨 걸까요

    (중략)

    오늘로 건너올 수 없는 내일이
    무지개 건너에서 꽃다발을 들고 서 있습니다

    ―사윤수(1964∼)



    시를 읽고 놀랐다. 우리 중 누구도 ‘내일’에 당도한 사람이 없구나! 어제는 등 뒤에 있고, 오늘이 우리가 머무는 방이라면 내일은 아직 없는 시간이다. 약속하고는 오지 않는 손님이다. 누구도 진짜 내일을 모른다. “밤을 지새우고 나가보니 문 앞에 내일이 없”기 때문이다. 내일은 오늘에게 바통을 넘기고 사라졌다. 내일은 ‘오늘의 유령’인듯 소문으로만 존재한다. 내일은 오지 않는 ‘고도’, 영원한 미래, 연주된 적 없는 음악이다.

    의미심장한 4연을 보자. 누구도 원하지 않은 “불안한 요리 한 접시”를 받아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주문하지 않았는데 “입체적인 긴장 한 박스”가 착불로 도착하는 날들! 우리가 원한 게 아니라면 불안과 고통은 “내일이 시킨” 걸지도 모른다. 내일이 없다면 우리의 걱정도 불안도 사라질까. 행복할 때 소리 내어 웃을 수 있을까. 삶이 오늘까지라면 복잡한 고통이 없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되면 희망도 기대도 태어나는 아이들도 없을 것이다. 그건 좀 슬프겠다.

    박연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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