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

카밀라 발리예바가 14일 여자 싱글 경기를 앞두고 훈련하고 있다.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표현력과 예술성까지 갖춘 발리예바는 현역 최강 선수로 꼽힌다. [로이터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가 적발된 러시아의 '피겨 괴물' 카밀라 발리예바(16)가 예정대로 15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에 출전한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14일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 통보를 받은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징계를 철회한 것과 관련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등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CAS 측은 발리예바가 만 16세 미만(15세 10개월)의 경징계 대상자이고, 이번 올림픽 기간 도핑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 아니며, 결과가 늦게 통보된 것도 선수가 법적으로 자신을 방어할 기회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대회 때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협심증치료제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되면서 시작됐다. 하필이면 발리예바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해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에야 이를 알게 된 RUSADA는 발리예바에게 잠정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가 선수 측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하루 만에 징계를 해제했다. 이 사실에 반발한 IOC, ISU, WADA가 CAS에 제소를 했고, 13일 약 6시간의 청문회를 거쳐 14일 결과가 발표됐다. 이탈리아, 미국, 슬로베니아 법률가로 구성된 3인의 CAS 청문위원들은 숙고를 한 끝에 발리예바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단 조건은 있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발리예바의 구체적인 도핑 징계 등을 다루지 않고, 여자 싱글 경기 출전 여부만 결정했다. 하지만 CAS의 발표 이후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올림픽위원회 등은 "CAS의 결정이 실망스럽다. 선수들이 같은 레벨에서 경쟁할 권리가 무시당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피겨 여왕' 김연아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핑 규정을 위반한 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 원칙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 모든 선수의 노력과 꿈은 공평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글을 올렸다. 김연아는 2014년 소치대회에서 판정 논란 끝에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심판 판정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 화두로 떠오른 도핑 논란에 대해서는 CAS의 결정이 올바르지 못했다는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IOC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전략은 투명인간 취급. IOC는 성명을 통해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IOC는 발리예바의 출전을 허가한다"며 "다만 모든 선수들의 공정성을 위해 지난 7일 획득한 금메달 시상식은 물론, 오는 17일 여자 싱글에서 발리예바가 3위 안에 든다면 메달 시상식을 열지 않겠다. 이 시상식은 나중에 다른 선수들을 대상으로 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상위 24명에게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출전권에 발리예바가 포함될 경우 이를 25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용익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