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스포츠재판소, IOC 제소 기각
“뒤늦은 양성 통보는 부적절
출전 금지, 피해 회복 어려워”
4회전 점프 독보적 ‘금’ 후보

카밀라 발리예바가 14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 연습링크에서 열린 공식훈련에서 연습을 마친 뒤 만족스러운 듯 박수를 치고 있다. 베이징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핑 규정 위반이 확인된 러시아의 피겨스케이팅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16)가 15일 열리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14일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의 발리예바 징계 철회에 이의를 제기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세계반도핑기구(WADA)·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요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CAS는 기각 사유로 미성년자인 발리예바가 세계반도핑규약(WADC)에서 정한 ‘보호 대상자’라는 점, 징계의 공정·비례성 원칙에 따라 올림픽이 한창인 가운데 출전을 금지하면 발리예바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는 점, 올림픽 출전 이후 뒤늦게 양성 판정을 통보받은 건 발리예바의 잘못이 아닌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CAS는 이번 결정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경기 출전 여부만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핑 규정 위반과 관련해 어떤 징계가 필요한지, 지난 7일 열린 피겨 단체전 금메달 수상의 적법성 등 본안은 다른 절차를 통해 검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대회 때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트리메타지딘은 협심증 치료제로, 혈류량을 늘려 지구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어 2014년 금지약물로 지정됐다. 검출 결과는 지난 8일에야 RUSADA에 통보됐다. 발리예바를 앞세운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이번 대회 피겨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다음날이었다. 통상 20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받지만 6주 이상 걸린 것이다.

결과를 받은 RUSADA는 지난 9일 발리예바에게 선수 자격을 잠정 정지하는 처분을 내렸지만, 발리예바 측의 이의 제기 후 처분을 철회했다. 이에 IOC가 지난 11일 WADA·ISU 등과 공동으로 처분 철회에 이의를 신청하는 소송을 CAS에 냈다.

CAS는 전날 오후 9시30분부터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과 관련한 긴급 청문회를 화상회의 방식으로 약 6시간 진행했다. 중재재판부에는 이탈리아·미국·슬로베니아 국적의 재판관이 참여했고, 재판부는 이날 오후 발리예바의 처분 철회를 유지한다고 결정했다.

발리예바는 이번 대회 여자 싱글에서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거론된다. 남자 선수 전유물이라 불리던 쿼드러플(4회전) 점프뿐 아니라 리듬체조 선수 같은 유연성으로 놀라운 비점프 연기를 선보여 독보적인 실력을 자랑한다. 그는 지난해 11월에 열린 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 87.42점, 프리스케이팅 185.29점으로 합계 272.71점을 받아 자신의 세계 기록을 갈아치운 바 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뉴스레터]교양 레터 ‘인스피아’로 영감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