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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발리예바 도핑 파문...정정당당이 사라진 베이징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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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아시아투데이 정재호 기자 =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서 이브티하즈 무하마드(37)는 미국인 최초로 머리에 히잡을 쓰고 올림픽을 치렀다. 미국에서 태어난 흑인 이슬람교도인 그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히잡과 운동복 안에 몸 전체를 가리는 긴 옷을 입었다.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은 머리색이나 종교가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일임을 몸소 증명해 박수를 받았다.

올림픽 정신의 기본 중 기본은 ‘정정당당’이다. 결과보다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 가치를 둔다는 얘기다. 최선을 다한 선수를 를 아낌없이 응원하는 것이 국격이고 올림픽 정신이다.

반환점을 돈 베이징올림픽에선 논란이 꼬리를 물고 있다. 세계의 눈이 쏠린 개막식에선 ‘한복 공정’과 위구르족 성화 파문이 도마에 올랐다. 정치적 개입이 마땅히 금지돼야 할 올림픽에서 중국이 정치적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키웠다. 대회 시작과 함께 편파판정 시비가 종목을 가리지 않고 들끓었다.

‘피겨 여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를 둘러싼 도핑(금지약물 사용) 파문은 정점이었다. 특히 러시아 측 입장이 가관이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도핑 샘플은 올림픽에 제출된 것이 아니므로 정직하게 따낸 권리를 지키기 위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발리예바의 소변 샘플이 올림픽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12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선수권대회를 위한 것이어서 올림픽과 무관하다는 러시아 측의 논리는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적반하장을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러시아의 주장을 받아들인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발리예바에게 피겨 여자 싱글 출전 허용이라는 사실상의 면죄부까지 부여했다. 이미 동료 선수들의 분노와 좌절감은 극에 달했다. 러시아의 도핑 위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러시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국가 차원의 도핑 샘플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국가명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기기 위해 반칙을 하고 반칙이 당연하다는 듯 반응하는 러시아를 보면 올림픽 정신을 곱씹게 된다. 그런데도 돈과 힘에 휘둘려 적극적인 대처를 주저하는 IOC나 CAS 등 국제 스포츠 기구의 행태도 황당하다. ‘세계인의 화합·정정당당한 승부’는 올림픽이 존재하는 이유다. 베이징올림픽이 더 이상 반칙과 부정으로 올림픽 존재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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