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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NOW]'약물 파문' 발리예바 1위, 해결 본능 잃은 IOC 권위 급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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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베이징, 이성필 기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권위를 잃었다고 본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후반부는 '도핑 올림픽'으로 젖어가고 있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 나선 카밀라 발리예바(16, 러시아 올림픽위원회)의 도핑 파문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IOC는 뭇매를 맞고 있다.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발리예바의 선수 자격을 정지시켰다가 러시아 올림픽위원회(ROC)와 발리예바 측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해제한 것을 IOC,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함께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지만, 기각됐다.

되려 미성년인 발리예바의 나이가 도핑 여부와 관계없이 보호 대상이 됐다. 출전이 허용되자 IOC는 발리예바가 메달권에 들어와도 시상식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IOC의 이런 태도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것과 같았다. 15일 중국 베이징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도 각국 취재진은 모두 IOC의 권위와 흔들리는 원칙을 지적했다.

특히 IOC가 직접 결정짓지 못하고 CAS의 결정에 공정성을 스스로 땅에 떨어트린 것은 큰 문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를 두고 데니스 오스왈드 IOC 징계위원회 국장은 "RUSADA를 CAS에 제소한 것은 그들이 출전 정지를 시켰다 해제해 그렇다. 다만, 옳고 그른 결정은 CAS에 위임한 것이다. 도핑 사건의 경우 IOC와 ISU의 이해관계가 상출한다. 독립 기관에 맡겨야 한다"라며 공정성 논란을 피해 갔다.

오히려 WADA가 늦게 발리예바의 도핑을 발표한 것이 문제라며 책임을 떠밀었다. 재미있게도 WADA는 ROC가 신속한 검사를 요구하지 않았다며 검사 속도가 느려진 책임을 피하는 자세를 보였다.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자세는 이날 캐피탈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에 그대로 전해졌다. 기자석이 만석이 될 정도로 올림픽 취재를 온 각국 기자가 모여 제각기 가진 정보와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러시아 취재진은 꽤 격앙된 모습이었다. 영국, 미국 취재진과는 성난 말투로 대화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러시아 매체 RBC 기자는 "발리예바의 주장을 믿어야 한다. 미성년 선수가 무엇을 알겠는가"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훈련마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무응답으로 대응하던 발리예바는 CAS 청문회에서 대리인을 통해 "할아버지가 심장 질환이 있어 약을 복용하는데 함께 컵을 사용했고 여기에 트리메타지딘이 섞여 나온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방송과 채널원과는 인터뷰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국가를 대표해 여기에 있는 게 행복하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라며 금메달 의지를 다졌다.

이 기자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발리예바가 그랬다면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대회 이전에 나선 유럽선수권대회에서도 무슨 일이 생겼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누적된 복용이 아닌 일회성 실수라는 것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하지만, 피겨 강국들의 생각은 달랐다. 미국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기자는 "누가 러시아 말을 100% 그대로 믿는가. 러시아는 이미 화려한 전력이 있다. 설사 발리예바가 그렇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주변인 조사는 필수다. IOC가 속도를 내야 한다"라고 전했다.

단체전에서는 ROC가 금메달, 미국 은메달, 일본 동메달 순이었다. 캐나다가 4위를 차지했다. 일본도 메달 수여식이 연기되면서 피해자가 됐다. 일본 선수단 이토 히데히토 단장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연기가 되니 선수들이 실망했다. 선수들이 관심 갖는 것은 자기의 메달을 수여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다"라며 발리예바 사건 장기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결국 발리예바가 82.16점을 받아 1위에 오르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만약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순항해 금메달 내지는 은, 동메달이라도 따게 된다면 소모적인 논쟁은 더 커진다.

해결사가 되지 못한 IOC로 인해 모두가 혼란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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