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 '올림픽'

[올림픽]최후에 웃는 자가 가장 오래 웃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료간 갈등·부상·편파판정…모든 악재 이긴 최민정 스토리

라이벌 스휠팅의 성장마저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

"과거의 나 넘어선다고 생각…이제는 마음껏 웃고 싶어"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긴 최민정(성남시청)은 대회 전만 해도 확실한 우승 후보로 분류되지 않았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2관왕(여자 1500m·여자 3000m 계주)을 달성할 때와 처한 상황이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최민정의 폭발적인 힘과 순발력, 지구력 등 기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취약점으로 꼽혀온 500m에서까지 기대를 품게 할 정도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누구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대표팀 동료 심석희(서울시청)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코치에게 최민정과 김아랑(고양시청)을 험담한 메시지가 유출되면서 자격정지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메시지에는 당시 심석희가 최민정에게 고의로 충돌한 게 아닌지 의심하게 하는 내용도 있었다. 소식을 전해 들은 최민정은 한동안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괴로워했다고 한다.

그는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에서 김지유(경기일반), 마르티나 발체피나(이탈리아)와 두 차례 충돌해 부상했다. 오른쪽 무릎관절 타박상과 슬개골·십자인대·발목 염좌 진단을 받아 한동안 부상 회복과 재활 치료에 전념해야 했다. 월드컵 3·4차 대회에 어렵게 복귀했지만 좋은 성적과는 거리가 멀었고, 동계올림픽 메달 사냥은 금이 가는 듯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민정이 주춤한 사이 맞수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은 여자 쇼트트랙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월드컵 3차 대회에서 4관왕에 오르는 등 1~4차 월드컵에서 금메달만 아홉 개를 휩쓸었다. 최민정은 "‘쇼트트랙은 대한민국’이란 말이 계속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불운은 계속 그의 발목을 잡았다. 첫 종목인 2000m 혼성계주에서 예선 탈락했다. 첫 개인 종목인 여자 500m에서는 빙질 문제로 넘어졌다.

유럽 선수들은 예상대로 한층 향상된 기량을 선보였다. 중심에는 스휠팅이 있었다. 500m를 42초379 만에 주파하며 올림픽 기록을 다시 썼다. 팀 동료들과 함께 뛴 3000m 계주에서도 올림픽 기록(4분3초409)을 작성했다. 1000m에서는 세계기록(1분26초514)까지 갈아치웠다.

최민정은 중국의 편파 판정까지 더해져 분위기가 어수선했으나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다. 휴식일에도 홀로 남자 선수들과 훈련하며 반전을 노렸다. 최민정은 1000m에서 2위를 차지했다. 그는 은메달을 목에 걸고 눈물을 쏟았다. "아쉬운 부분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준비 과정이 되게 힘들었는데 그 힘든 시간이 은메달이라는 결과로 나와 북받친 것 같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민정에게 아쉬움은 더 크게 성장하는 자양분으로 작용했다. 스휠팅의 성장마저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로 삼았다. 최민정은 “대단한 선수와 4년 동안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면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발전하는 게 선수로서는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도전자의 자세로 바뀐 그는 여자 3000m 계주에서 은메달 획득의 일등 공신 노릇을 했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 마지막 종목인 16일 1500m에서는 대회 3관왕에 도전하는 스휠팅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최민정은 약속을 지켰다. 준결승에서 올림픽 기록(2분16초831)까지 수립하며 ‘쇼트트랙은 대한민국’이란 말을 입증했다. 그는 이제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부담에서 해방됐다. "과거의 나를 계속 넘어선다는 생각으로 준비해 마지막까지 잘할 수 있었다. 이제 마음껏 웃고 싶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