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오늘의 피겨 소식

발리예바, ‘일회용 컵’처럼 버려지나…메달 따고 사라지는 러 피겨 선수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사진제공=게티이미지코리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집어 삼켰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 출전을 강행한 발리예바의 첫 올림픽 출전은 무성한 논란과 비판만 남겼다. 메달을 따든 따지 못하든 발리예바가 다음 올림픽에 출전해 명예회복을 노릴 수 있을까. 결론은 ‘일회용 컵’처럼 버려질 가능성이 높다.

발리예바는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48·러시아) 사단의 선수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발리예바를 비롯해 안나 셰르바코바,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이상 18) 등 3명의 선수와 함께 이번 올림픽에 참가했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여자 피겨를 지배하고 있는 인물이다. 다만 여기서 눈 여겨 볼 것은 영광을 함께 한 선수는 곧바로 은퇴를 하거나 투트베리제 코치의 곁을 떠났다는 점이다.

2014년 소치 올림픽 피겨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율리아 리프니츠카야(24·러시아)는 거식증으로 고생하다 3년 뒤 은퇴했다.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한 알리나 자기토바(20)와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23·이상 러시아)의 운명도 마찬가지였다. 자기토바는 1년 뒤 같은 사단의 선수들에게 뒤쳐지자 은퇴했다. 메드베데바는 올림픽 3개월 뒤 “친구 같은 코치와 일하고 싶다”며 김연아(32)의 코치였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에게 갔다. 이 외에도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올라간 선수들이 잠깐 두각을 보이다 부상 등을 당하면 가차 없이 투트베리제 코치에게 버림을 받았다.

동아일보

투트베리제 코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현재 여자 피겨의 쿼드러플(4회전) 점프 시대를 만든 장본인이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 출신 선수 3명 모두 쿼드러플 점프를 뛴다. 여자 선수 중 러시아 선수를 제외하고 쿼드러플 점프를 실전에서 뛰는 선수는 일본의 키히라 리카(19) 정도에 불과하다. 키히라도 몸에 무리가 가는 쿼드러플 점프 때문에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어린 선수들에게 살벌할 정도의 강도 높은 훈련과 식단 조절을 요구한다. 하루에 12시간 넘는 훈련은 기본에 물 마시는 것까지 통제한다. 그럼에도 7년 넘게 러시아피겨선수권에서 우승자를 계속 배출해 투트베리제 코치가 이끄는 삼보70 클럽에는 배움을 청하는 어린 선수들이 줄을 서 있을 정도다.

무한경쟁 체제에서 지난해부터 두각을 나타낸 투트베리제 사단 선수들이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3명의 선수다. 물론 이들 말고도 삼보 70 클럽에는 쿼드러플 점프를 뛸 수 있는 유망주들이 10여명 넘게 있다. 이 말은 발리예바가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하더라도 다시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들이 줄을 서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외 피겨 전문가들과 코치들은 발리예바가 ‘일회용 컵’ 운명에 처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