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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 '올림픽'

[기자수첩]MZ세대 선수들이 올림픽 축제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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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베이징=뉴시스]권혁진 기자 = "메달을 따지 못해 죄송합니다."

과거 아쉽게 금메달을 놓치거나 ‘한 끗’ 차이로 입상에 실패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다녔다. 2010년대 들어 조금 누그러지긴 했지만, 은메달을 따고도 잔뜩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이같은 기류는 MZ세대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처음 치러진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출생 선수들이 주를 이룬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통해 하나의 트렌드로 확실히 자리 잡는 모양새다.

가장 큰 특징은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쿨'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선배들과 다르다. 단, 근거는 있다. 성적에 순응한다는 조건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을 때만 통용된다.

숱한 예들 중 하나.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선(23·의정부시청)은 '제2의 이상화'로 불리는 선수다. 500m 레이스에 나선 그의 성적은 30명 중 7위. 결과적으로 빈손이었다. 김민선의 생각은 달랐다. "아쉬움보다는 내가 좀 더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 레이스였다. 남은 4년을 잘 준비하면 밀라노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당차게 말했다.

MZ 세대 선수들의 또 다른 키워드는 '솔직함'이다. 그런 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대중 교통을 5번이나 옮겨 탄 끝에 만났던 스켈레톤 윤성빈(28·강원도청)이다. 윤성빈은 4년 전 평창 대회 챔피언이다. 예전 같았으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목표는 2연패"를 수없이 외쳤어야 했을 위치다.

윤성빈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선배들과 다른 길을 택했다. 일부러 자신을 깎아내린 것은 아니었지만, 없는 사실을 부풀려 말하지도 않았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소개했다.

"내가 너무 그렇게 (비관적으로) 이야기 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라는 윤성빈은 "올림픽은 아마추어 선수들에겐 꿈의 무대다. 긍정적인 것은 당연히 좋지만, 항상 희망적인 이야기만 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를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문화는 팬들과의 소통 방식에도 묻어난다. 1989년생으로 MZ 세대의 선두 주자라고 보긴 어렵지만 이 방면에서는 누가 뭐래도 쇼트트랙 곽윤기(33·고양시청)가 독보적이다.

'꽉잡아윤기'라는 유튜브채널의 주인인 곽윤기는 훈련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과 동료 선수들의 사생활을 소개해 큰 반향을 불렀다.

궁금증을 즉석에서 해소해주는 라이브 방송에는 수만 명의 팬이 몰렸다. 세뱃돈을 준다고 하니 곽윤기에게 한 번 더 절을 하는 김동욱(29·스포츠토토)과 다른 쇼트트랙 후배들은 더할 나위 없는 조연이었다. 팬들은 신선한 시도에 열광했다.

최선을 다했고, 스스로에게 떳떳했다면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최대한 힘을 쏟았지만, 쉽지 않다는 걸 인지한 후에는 솔직한 현실을 털어놨다. 할 때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면서, 노는 것에도 진심을 담았다.

MZ 세대들의 축제를 대하는 방법은 확실히 과거와 달랐다.

☞공감언론 뉴시스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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