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프리뷰쇼가 펼쳐지고 있다. (다중노출) 베이징=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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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얼음의 축제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20일 오후 9시(한국시간) 열리는 폐막식과 함께 끝난다. 코로나19로 인해 선수단은 물론 취재진도 외부와 격리된 채 20박 21일간 현장을 누볐다. 개막식에서 일어난 한복 공정 문제를 시작으로 연일 취재전쟁을 치른 김효경 기자, 김경록 사진기자, 안희수 일간스포츠 기자가 3주간의 이야기를 나눴다.
김효경(경)=코로나19 시국에 열린 올림픽이다. 폐쇄 루프 속 취재 환경은 예상대로 나빴다. 한국 선수단 첫 메달 소식이 늦어 분위기도 초반엔 좋지 않았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김민석이 동메달을 딴 이후 조금 달라졌고, 쇼트트랙 황대헌이 금메달을 획득한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도 활력이 커졌다. 그 전까지는 선수들이 인터뷰를 사양했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아 다행이다.
안희수(안)=체험기사를 많이 썼는데, 대부분 방역 방침이나 현황이 주제였다. 편파 판정과 도핑, 국가 간 알력 다툼 등 부정적인 이슈도 많았다. 지구촌 축제는 없었다.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최민정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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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록)=환경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 취재진이 똘똘 뭉쳤다. 선수단 분위기에 취재진도 동화된 건 사실이다. 메달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더 집중했고, 좋은 사진도 더 많이 나왔다. 한국 선수단의 주요 종목이 빙상이고, 베이징에선 떨어진 탓에 (설상·썰매 종목이 열리는) 장자커우와 옌칭 취재를 많이 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 쇼트트랙 최민정이 (1000m 은메달을 획득한 뒤)울 때 나도 울컥했다. 뷰파인더를 통해 선수 표정만 집중하며 들었던 생각이다. 그에게 특별히 팬심(心)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피겨스케이팅 김예림도 기억난다. '피겨 장군'이란 별명이 붙은 걸음걸이를 비롯한 연기 외의 모습에서 시니컬한 느낌이 났다.
경=러시아 피겨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가 모든 이슈를 삼키지 않았나. 한국인은 아니지만, 한국과 관련된 인물로는 역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을 꼽고 싶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러시아로 귀화했기 때문에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인 지도자가 외국에 나가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축구 지도자) 박항서, 신태용 감독을 향해 환호하면서 왜 김선태 중국 감독은 비판하는가. 오심, 편파 판정과는 별개로 '스포츠에는 국경은 없다'고 한 김선태 감독의 말에 나도 공감한다.
카밀라 발리예바가 15일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펼친 뒤 실망한 모습. 베이징=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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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억나는 선수로는 여자컬링 '팀 킴' 스킵 김은정을 꼽고 싶다. 예선에서 탈락한 뒤 애써 눈물을 삼켰다. 한일전에서 승리했고, 강호 영국도 꺾었다. 두 나라는 이번 대회 결승전에 올랐다. 충분히 잘했는데 김은정은 마치 죄인 같은 표정을 지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선 팀이다. '컬링을 더 알리고 싶다'던 바람을 못 지켰다는 자책도 엿보였다. 그가 어깨에 짊어진 무게가 너무 커 보였다.
경=일본 컬링 대표팀 스킵 후지사와 사츠키도 눈물을 보였다. 스킵은 컬링 팀의 리더다. 리더의 무게감은 스포츠에서 더 극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
안=대회 초반부터 폐쇄 루프 효과를 의심했다. 내부 방역은 분명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토록 철저한 통제가 몇 주간 이어지다 보니 '어쩌면 이 폐쇄 루프 안이 가장 안전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상당히 요란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 방역 효과는 있었던 것 같다.
경=이번 대회는 국가가 주도하는 올림픽이라 어떻게 보면 '모든 운영 시스템들이 굉장히 원활했다'라는 느낌이다. 지난해 열린 도쿄 여름올림픽은 서류 처리 등 사무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다. 중국이 올림픽을 어떻게든 성공시키려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18일 자원봉사자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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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나도 그런 부분을 느꼈다. 자원봉사자들이 대체로 친절했다. 기념 배지를 선물로 줬는데, 손편지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더라. 공안(중국경찰)도 빡빡하게 대할 것 같았는데, 예상보다는 유연했다.
경=올림픽을 개최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2026년 겨울올림픽은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가 개최하지만, 2030년 올림픽은 아직 개최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선진국들이 국제 스포츠 이벤트 개최를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처럼 주도적으로 맡아줄 나라가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록=이번 대회 최고 스타는 일본 남자 피겨스케이팅 하뉴 유즈루 같다.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기자회견을 따로 열고, (메달리스트들이 주로 나서는)갈라도 초청받았다. 경기장 밖에 하뉴를 보고, 응원하려는 팬들로 인산인해였다. 하뉴가 좋아하는 곰돌이 푸 인형을 들고 있었다. 은반 위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도 다른 선수들과 달랐다.
중국 국적으로 출전해 중국인들의 응원을 받은 구아이링.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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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프리스타일 스키 구아이링(에이린 구) 인기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중국 기자들 사이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TV에서도 광고 모델도 자주 볼 수 있었다.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중국인이 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중국인에게는 영웅일 것이다. 똑같은 미국 태생 피겨스케이팅 주이는 비난을 받았다. 단체전에서 수차례 넘어진 선수다. 중국인들에게서도 '성적 지상주의'를 엿볼 수 있었다.
안=한국 선수단에서는 단연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 곽윤기를 꼽고 싶다. 오심과 판정 관련 소신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팬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본업도 잘했다. 어수선한 쇼트트랙 대표팀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남자 계주 은메달을 따냈다. 새 얼굴은 아니지만, 재조명된 스타였다.
경=대회 초반에는 메인미디어센터(MCC) 내 로봇이 음식을 조리하는 식당이 주목 받았다. 하지만 솔직히 맛은 아쉬웠다. 원래 해외 출장에서 한식당을 찾아다니진 않는데, 한국 음식이 그리웠다. 선수들도 선수촌 내 식당에 불만이 많았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로봇이 서빙하는 식당.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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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폐쇄 루프를 운영을 할 것이라면, 식사 문제를 더 많이 신경 썼어야 했다. 맞는 음식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각 경기장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토마토 컵라면 덕분에 버텼다.
안=코로나 방역 강화를 위해 자동화 조리 장비를 사용한 것 같다. 하지만 식당 내부에서 서빙이나 계산을 돕는 건 모두 사람이다. 방역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본다. '보여주기'다. 사람이 해도 입맛에 맞을지 모르는데, 로봇이 한 음식은 정말 맛이 없었다.
경=올림픽은 화합과 친목을 다지는 대회인데, 갈수록 경쟁만 부각된다. 중국의 한복 공정이나 편파 판정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투는 모습이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이 이런 모습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2022 베이징올림픽 마스코트 빙둔둔과 패럴림픽 마스코트 쉐룽룽 아래에 선 김경록 사진기자(왼쪽부터), 김효경 기자, 안희수 일간스포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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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민적 관심에 놀랐다. 과거에 비해 스타급 선수가 없었다. 성적에 대한 전망도 낮았다. 흥행 참패가 예상됐다. 하지만 성원이 점차 커졌다. 물론 부정적인 이슈가 시선을 끈 건 사실이지만, 대회 중반 이후에는 온전히 종목과 선수를 더 주목하는 느낌을 받았다. 김연경, 김연아 등 대중에 영향력이 큰 스포츠 스타들이 태극전사들을 향해 응원 메시지를 보낸 점도 인상적이었다.
김효경=젊은 세대들이 판정이나 오심을 보며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크게 냈다. '공정이라는 가치에 목말라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베이징=김효경, 김경록, 안희수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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