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파동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러시아라는 이름과 국기 대신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로 참가해야만 했던 러시아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또 다시 약물 논란에 휩싸였다.
올림픽 후 좌절하고 있는 카밀라 발리예바(가운데). 사진(중국 베이징)=AFPBBNEWS=NEWS1 |
바로 동계올림픽의 꽃이라고 불리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였다. 16세 소녀인 카밀라 발리예바가 그 중심에 섰다.
단체전을 치르고 여자 싱글 경기를 앞둔 시점, 발리예바가 지난해 12월 러시아에서 열린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 때 실시한 도핑 검사에서 금지 약물인 트리메타지딘에 대한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반도핑기구는 발리예바에게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그러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등이 반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CAS는 제소를 기각했다. 발리예바가 만 16세 이하의 어린 선수이며, 도핑 양성 반응 통보가 늦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전 세계는 이 같은 결정에 비판을 쏟아냈다.
한국 중계진은 올림픽 무대에 선 발리예바의 연기 때 침묵으로 일관했다. 결국 사필귀정이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발리예바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잇따라 넘어지는 실수로 최종 4위에 그쳤다. 만약 발리예바가 메달을 따면 시상식이 열리지 않을 예정이었지만,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았다. 발리예바는 고개를 숙였고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러시아의 도핑 문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2010년대 중반 국가 주도 하에 도핑 샘플을 조작한 혐의로 최근 올림픽에서 국가명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또 다시 도핑 문제가 발생한 러시아다. 공정한 경쟁이 최우선 가치인 스포츠, 올림픽 무대에서 러시아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 정도면 고의라고 볼만하다.
특히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는 싸늘한 시선으로 “왜 더 싸우지 않았느냐”고 질책했다.
은메달을 목에 건 알렉산드라 트루소바(18)는 투트베리체 코치에 대드는 볼썽 사나운 장면을 연출했다.
하계와 동계 올림픽을 합쳐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메달을 따낸 국가인 러시아는 자존심만저 내버린 모양새다. 대국의 품격도 잃었다. 정정당당한 경쟁을 무시하고, 잘못이 드러나더라도 이를 뉘우치지 않으며 성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하는 추악한 행태가 바로 러시아다.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으로 확연히 입증됐다.
[안준철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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