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에서 반전 메시지 전한 헤라스케비치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반전 메시지'를 전한 우크라이나의 스켈레톤 선수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23)가 무기를 들고 조국을 침략한 러시아군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AP통신은 28일(한국시간) "헤라스케비치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150㎞ 떨어진 곳에서 무기를 곁에 두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헤라스케비치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나는 (군인이 아닌) 학생이다. 처음 이런 일을 겪는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러시아군과)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헤라스케비치는 11일 베이징 옌칭 국립 슬라이딩센터에서 경기를 마친 뒤 '노 워 인 우크라이나(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라고 쓴 종이를 펼쳐 보였다.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을 금지한 올림픽 헌장 제50조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헤라스케비치에게 어떤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도 위기가 고조됐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다.

헤라스케비치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우크라이나로 돌아왔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이 폐막하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헤라스케비치는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조용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안전한 곳은 없다"며 "국가가 나를 부르면 키예프를 방어하러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IOC와 IPC에 전한 공개서한 [글로벌 애슬레트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헤라스케비치는 '문서'를 통해서도 '전쟁 반대'를 외치고 있다.

스포츠 선수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단체 글로벌 애슬리트(GA)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올림픽과 패럴림픽 헌장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러시아와 러시아를 지원한 벨라루스에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공개서한을 보냈다.

GA는 홈페이지를 통해 반전 동참할 전세계 선수들을 모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선수 34명을 포함해, 20여 개국에서 많은 선수가 트위터 등에 "GA의 공개서한에 이름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여자 마라톤 전설 폴라 래드클리프(영국), 패럴림픽 사이클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그레타 니마나스 등도 동참했다.

하지만 아직 IOC와 IPC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AP통신은 "IOC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올림픽 휴전협정을 위반했다'고 비판했지만, 러시아와 벨라루스 체육계에 직접적인 조처를 하지는 않았다. 3월 4일에 베이징 패럴림픽이 개막하지만, IPC의 움직임도 없다"며 "IOC와 IPC 모두 AP통신의 해명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러시아 카잔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세계주니어수영선수권대회 취소를 알리는 FINA [국제수영연맹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종목별 연맹 또는 협회는 '러시아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대회'를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28일 '반전 메시지'를 전하며 러시아 카잔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2 세계주니어수영선수권대회의 개최지 변경을 선언하며 '반러시아' 움직임에 동참했다.

FINA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8월 23일부터 28일까지 카잔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제8회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를 취소한다"며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러시아에서는 어떤 대회도 개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FINA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에 우리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선수와 FINA 구성원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깊은 위로와 지지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FINA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월 8일 열릴 예정이던 남자 수구 월드리그 러시아-그리스전, 4월 8∼10일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아티스틱스위밍&다이빙 월드시리즈 이벤트도 개최지를 변경하기로 했다.

러시아 리그를 떠나는 팀도 있다.

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에 속했던 라트비아의 리가를 연고지로 하는 디아모 리가는 28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며 KHL 탈퇴를 선언했다. KHL을 탈퇴한 팀은 핀란드의 요케리트에 이어 두 팀으로 늘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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