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전지훈련 중 러시아 침공…"우리가 원하는 건 평화"
보리시우크 우크라이나 경보 코치와 솔로미츠카 |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많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처럼, 올레나 보리시우크 코치(32)와 발레리야 솔로미츠카(18·이상 우크라이나)의 인생도 2월 24일에 크게 요동쳤다.
세계육상연맹은 10일(한국시간) 경보 선수 솔로미츠카와 보리시우크 코치의 사연을 전했다.
솔로미츠카는 지난 4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린 세계경보팀선수권대회 여자 주니어 10㎞ 경보 경기에서 48분11초로 4위에 올랐다.
시상대 위에 올라 '반전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레이스 직전 참가 선수 전원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러시아의 침공을 견디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응원했다.
세계육상연맹은 미성년자인 선수 보호를 위해 솔로미츠카의 인터뷰는 하지 않았다. 대신 보리시우크 코치의 말을 전했다.
보리시우크 코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아침, 나와 솔로미츠카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당시 보리시우크 코치와 솔로미츠카는 터키 안탈리아에서 훈련 중이었다.
불안한 정세 속에서도 보리시우크 코치와 솔로미츠카는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했지만, 러시아의 생각은 달랐다.
솔로미츠카의 세계경보팀선수권대회 출전 여부도 불투명했지만, 세계육상연맹과 우크라이나연맹이 둘을 지원했다.
보리시우크 코치와 솔로미츠카의 사연을 전한 세계육상연맹 |
보리시우크 코치는 "당연히 솔로미츠카는 불안한 상태에서 경기에 출전했다. 나는 솔로미츠카에게 우크라이나의 자부심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좋은 레이스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떠올렸다.
솔로미츠카는 레이스 초반 선두로 나섰지만,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48분11초로 3위에 오른 헤타 베이콜라(핀란드)와는 42초 차이였다.
보리시우크 코치는 "솔로미츠카는 많이 아쉬워했지만, 그래도 좋은 레이스를 펼쳤다. 나는 솔로미츠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보리시우크 코치와 솔로미츠카는 우크라이나 북서쪽의 작은 도시 리우베시우 출신이다.
보리시우크 코치는 "나와 솔로미츠카의 가족은 리우베시우에 머물고 있다. 다행히 리우베시우의 피해는 크지 않다"고 전했다.
보리시우크 코치는 러시아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 대한 생각은 확고하다.
그는 "많은 사람이 죽었다. 나는 자유와 평화를 원한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의 희망을 비추는 등대다. 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세계경보팀선수권대회가 끝난 뒤, 둘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터키 안탈리아로 향했다.
보리시우크 코치는 "솔로미츠카와 8월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주니어경보선수권대회를 준비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참전할 수는 없지만, 다른 방법으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며 "우크라이나와 솔로미츠카의 미래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원한다. 지금 우리가 바라는 건 평화"라고 호소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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