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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박세웅 박세진 ‘용감한 형제들’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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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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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안경 에이스 박세웅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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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는 2015년부터 1군 리그에 참가했다. 첫해엔 144경기 중 52번밖에 이기지 못했다. 패는 무려 91차례. 1경기는 비겼다. 승률 0.364로 최하위. 초년 마법사의 마술 실력은 형편 없었다.

이듬해 KT는 환골탈태를 다짐했다. 시범경기서 10승1무5패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특히 마무리 5연승으로 정규리그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4월 1일 SK와의 개막전서 8-4로 이겼다.

14일 넥센(키움)전까지 상승세가 이어졌다. 7승5패. 그러나 15일 SK전부터 내리 4연패로 일찍 위기가 찾아왔다. 역시 안 되나. 21일 두산전서 간신히 연패를 탈출했다. 4월 26일 현재 11승10패. 그런대로 순조로웠다.

투수진이 문제였다. 조범현 감독은 퓨처스 리그에 아껴두었던 투수 한 명을 1군으로 올렸다. 좌완 박세진(25·KT). 당시 만 19세의 고졸 투수였다. 경북고를 졸업한 후 KT에 1차 지명됐다. 삼성이 동기생 최충연을 지명하는 바람에 후순위로 KT에 낙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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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유망주 시절 박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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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박세진과 최충연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박세진은 좌완에 완성형 투수, 최충연은 우완 강속구의 미래형 자원. 당장 눈앞을 보느냐, 장래성을 택하느냐의 차이였다. 눈앞이라 하지만 박세진도 가능성을 지닌 투수였다.

장래성이라 포장하지만 포텐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영영 기회를 잡지 못하는 선수도 수두룩하다. 삼성의 선택은 최충연이었다. 결국 그 선택은 옳았다. 삼성에게는 2년 전 뼈아픈 기억이 있었다.

이수민(삼성)과 박세웅(27·롯데)을 놓고 저울질하다 전자를 선택했다. 박세진, 최충연의 경우와 반대였다. 이수민은 좌완이고,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평가받았다. 탈삼진 능력도 뛰어났다. 대구 상원고 시절 10이닝 26K를 기록한 적도 있었다.

박세웅의 가능성도 만만치 않았다. 삼성의 애정 손끝은 이수민으로 향했다. 고교시절 명성은 이수민이 더 높았다. 무엇보다 좌투수라는 장점을 높이 샀다. 박세웅은 입단 3년차 12승6패 평균자책점 3.68로 성장했다. 삼성에겐 꽤나 아픈 기억이다.

4월 26일 1군에 올라온 박세진은 다음날 바로 경기에 투입됐다. 하필 친형 박세웅이 선발로 등판한 경기였다. 박세진은 8회 KT의 네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0-2로 뒤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두 점차면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무실점으로 잘 막고, 팀이 역전하면 승리투수가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선발로 호투한 형 박세웅의 승리는 날아간다. 박세웅은 선발 등판 5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의 빼어난 투구를 했다.

형제의 같은 경기 등판, 형의 승리가 걸려 있었고 자신은 프로 첫 1군 무대였다. 박세웅은 그해 2연승으로 좋은 출발을 보였으나 21일 한화전 패배로 제동이 걸렸다. 상승세를 타느냐 내리막길로 가느냐의 기로였다.

박세진은 3타자를 맞아 1안타 1볼넷 1실점했다. 한 점이지만 큰 점수였다. 그로써 형 박세웅의 시즌 3승은 사실상 결정됐다. 웃어야 할 일이지만 웃을 수 없었다. 박세진은 3일 만에 다시 퓨처스로 내려갔다. 이후 박세진은 오랫동안 잊힌 투수가 됐다. 형 박세웅은 지난 14일 한화와의 시범경기서 4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자타공인 롯데의 에이스다.

경북고는 동생 박세진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형 박세웅을 먼저 데려왔다. 그만큼 좋은 투수였다. 그에게도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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