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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 11개' 필릭스 은퇴 예고…"여성 위한 마지막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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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여자 육상 최다 메달, 세계선수권 남녀 합해 최다 메달리스트

딸 캠린 얻은 뒤에는 유명 스포츠 브랜드와 싸우며 '인권의 상징'으로 우뚝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육상 여자 400m 동메달을 딴 뒤 환하게 웃는 필릭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모범생 스프린터'에서 '여성 인권의 아이콘'으로 영역을 넓힌 앨리슨 필릭스(37·미국)가 은퇴를 예고했다.

필릭스는 14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 마지막 시즌이 왔다"고 '2022시즌 뒤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다리가 가늘어서) '닭 다리'라고 놀림당하던 어린 시절에는 내가 이런 직업을 가지고 이렇게 오래 뛰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며 "내 인생을 바꾼 육상에 감사하다"고 썼다.

7월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2022시즌, 필릭스는 마지막 질주를 펼친다.

그는 딸 캠린을 얻은 뒤, 수없이 강조했던 '여성'을 화두로 마지막 시즌을 보낼 생각이다.

필릭스는 "이번 시즌 나는 여성과 내 딸의 더 나은 미래, 그리고 당신을 위해 뛸 것"이라며 "여성을 위한 더 나은 세상이 되도록, 더 많은 메시지도 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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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예고한 앨리슨 필릭스
[앨리슨 필릭스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필릭스는 세계 육상 역사에 길이 남을 스프린터다.

그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까지 5회 연속 출전해 11개의 메달(금메달 7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을 수확했다.

전 세계 육상 여자 선수 중 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이자, 미국 육상 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기록을 보유했다.

세계육상선수권 최다 메달리스트, 금메달리스트도 필릭스다.

필릭스는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 등 총 18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육상 황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1개를 따고 은퇴했다.

이미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13개를 목에 건 필릭스는 올해 유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얻으면, 기록을 더 늘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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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1,600m 계주 우승 멤버들과 기념 촬영하는 필릭스(왼쪽)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리가 유독 가늘어 '닭 다리'로 놀림당하던 필릭스는 웨이트 중량을 늘리며 근육을 키웠고, 만 19세이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 2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적인 스프린터로 자리매김했다.

단 한 번의 구설수 없이, 성실하게 선수 생활을 한 그는 '미국이 사랑하는 스프린터'로 불리기도 했다.

필릭스는 2018년 11월 딸 캠린을 얻은 뒤, 더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임신 기간 후원금은 70% 삭감한다"는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은 스포츠계를 넘어 미국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해당 브랜드는 "필릭스와 모든 여성 선수들, 팬들에게 사과한다. 앞으로 후원 선수가 임신해도 후원금을 모두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필릭스를 후원하는 스포츠 브랜드는 없었다.

필릭스는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며 'SAYSH'라는 '여성 스포츠용품 브랜드'를 런칭해 기업 후원을 받지 못하는 여성 선수들을 지원했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필릭스는 "도쿄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치르는 동안 나는 스포츠 업체의 용품 후원을 받지 못했다.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을 선수를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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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슨 필릭스와 딸 캠린
[앨리슨 필릭스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필릭스는 "딸 캠린을 얻은 뒤 내 두 번째 레이스가 시작됐다"고 했다.

출산 후 처음 치른 메이저대회인 2019년 도하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1,600m 계주와 혼성 1,600m 계주 금메달을 따며 "엄마 스프린터도 할 수 있다"고 외친 필릭스는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예고한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400m 동메달, 1,600m 계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필릭스는 도쿄올림픽 기간 중 SNS에 "나는 메달을 위해 뛰지 않는다. 변화와 평등, 내 딸 캠린을 위해 달린다"고 썼다. 메시지를 담은 30대 중반, 엄마 스프린터의 질주에 전 세계 육상 팬이 환호했다.

올해 3월 미국 타임지는 필릭스를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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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슨 필릭스, '타임지 선정 올해의 여성'
[AP=연합뉴스 자료사진]



2022년 필릭스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달린다. 그는 "이번 시즌은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즐기면서 뛰고 싶다"며 "내가 마지막으로 트랙 위에 서는 장면을 보는 분들과 추억을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전 세계 육상 팬들은 필릭스 덕에 '육상을 보는 즐거움'과 '출산한 여성의 인권에 관해 고민할 기회'를 동시에 얻었다.

필릭스는 즐거움, 변화, 평등 등 많은 메시지를 담고 마지막 질주를 한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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