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트로이카' 중 가장 늦게 성장…김연아 이후 13년 만에 그랑프리 우승
일본 간판 제친 김예림, 김연아 '연지곤지' 시상식 재현까지
태극기 휘날리는 김예림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피겨 장군' 김예림(19·단국대)은 과거 유영(18·수리고), 임은수(19·고려대)와 함께 '꿈나무 트로이카'라고 불렸다.
김연아(은퇴)를 보며 피겨 선수의 길로 들어선 세 명은 어렸을 때부터 두각을 보이며 한국 여자 피겨계를 이끌었다.
사실 김예림은 세 명 중 성장 속도가 가장 느렸다.
유영은 만 11세에 종합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며 김연아의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깨는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고, 임은수 역시 2019년 3월에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 이후 첫 국제무대 200점 돌파 기록을 세웠다.
임은수는 세 선수 중 가장 먼저 세계선수권 톱10에 진입하기도 했다.
반면 김예림은 두 선수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졌다. 그는 큰 대회마다 각종 불운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2017 ISU 세계 피겨 주니어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발가락이 골절돼 무대에 서지 못했고, 2020년엔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회가 취소됐다.
올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는 출국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출전하지 못했다. 김예림은 참 운이 없는 선수였다.
주니어 시절 유영, 임은수, 김예림(오른쪽부터) |
그러나 김예림은 '피겨 장군'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특유의 털털함과 낙관적인 마인드로 묵묵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지난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9위를 차지하며 선전했던 김예림은 특유의 강철 멘털로 2022-2023시즌을 준비했다.
많은 선수는 올림픽을 마친 뒤 목표 의식이 사라져 부진한 경우가 많지만, 김예림은 흔들리지 않고 새 시즌을 준비했다.
시니어 데뷔 후 출전하는 그랑프리 대회마다 고배를 마셨던 김예림은 드디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이달 초 프랑스 앙제에서 열린 ISU 시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 '그랑프리 드 프랑스' 여자 싱글에서 194.76점을 받아 은메달을 획득하며 생애 첫 그랑프리 입상에 성공했다.
그리고 19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펼쳐진 ISU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 NHK 트로피에서 완벽한 연기로 204.49점을 받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예림은 '포스트 김연아' 세 명 중 가장 발전 속도가 느렸지만, 가장 먼저 그랑프리 금메달과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의 성과를 일궈냈다.
한국 여자 싱글 선수가 그랑프리 금메달을 획득하고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하는 건 2009-2010시즌 김연아 이후 13년 만이다.
일장기 사이에 태극기 |
이날 김예림은 2022 베이징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일본의 사마모토 가오리, 4회전 점프를 구사하는 스미요시 리온을 2, 3위로 밀어냈다.
그는 일장기 사이에 태극기를 가장 높이 띄우는 일명 '연지곤지 시상식'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연지곤지 시상식'은 처음이 아니다. 피겨퀸 김연아는 2009년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일본 선수 두 명을 밀어내고 우승을 차지해 아직도 많은 팬이 회자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김예림은 13년 만에 일본에서 이 장면을 재현했다.
일장기 위의 태극기 |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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