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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美 축구 전문기자, 월드컵 경기장에서 취재 중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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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8번째 취재한 베테랑…형제 "살해 위협 받았다" 동영상 올려

아시아경제

9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사망한 미국 그랜트 월 기자. 사진=월 기자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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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르헨티나-네덜란드의 8강전을 취재하던 미국 기자가 경기장 기자석에서 갑자기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숨진 기자는 미국의 유명 축구 전문 기자인 그랜트 월(48)이다. 그는 9일 오후 10시(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네덜란드 경기를 취재하던 중 경기장 기자석에서 쓰러졌다. 월 기자의 근처에 앉았던 동료 기자들은 "연장전 진행 중 월이 갑자기 쓰러졌으며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후 그는 경기장에서 20분간 심폐소생술을 받은 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그랜트는 8일 공개한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자신이 기관지염과 싸우고 있으며 미디어 의료 센터를 두 번 방문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3주간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외신들은 월 기자가 월드컵 기간 내내 격일로 일간 기사를 쓰는 동시에 팟캐스트까지 녹음해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5시간밖에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1996년 미국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월 기자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에서 23년 동안 대학 농구와 축구를 주로 취재하다가 2020년 퇴사 후에는 유료 구독형 뉴스레터 서비스인 '서브스택'을 통해 독자들을 만나왔다. 그는 이번이 8번째 월드컵 취재일 정도로 오랜 경력과 전문성을 겸비한 기자였다.

FIFA의 잔니 인판티노 회장은 성명을 발표해 "고인의 축구 사랑은 엄청났다. 국제 경기를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그의 기사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미국축구협회와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인 최고유산전달위원회(SC)도 월 기자가 축구에 보여온 애정에 경의를 표하는 한편 그의 가족과 친지, 동료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그의 형제는 갑작스러운 월 기자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의 형제인 에릭 월은 SNS에 올린 동영상에서 "나는 에릭 월이고, 워싱턴 주 시애틀에 살고 있다"며 "나는 월의 형제이며 게이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나는 그랜트가 월드컵에서 무지개 셔츠를 입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월 기자는 카타르 월드컵 개막 초기에 무지개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에 입장하려다 제지당한 적이 있다. 그는 이 문제로 안전요원과 25분간 실랑이를 했으며, 당시 휴대폰을 뺏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동영상에서 에릭 월은 "내 형제는 건강했다. 그는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말했다"라며 "나는 내 형제가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와달라"고 울먹였다. 이 동영상은 SNS를 통해 널리 퍼지며 공유되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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