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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배구 황제 김연경

명장과 여제의 운명적 재회…김연경 은퇴 만류+역전 우승, 기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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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 김연경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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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형래 기자] 다시 만나기 힘들 수 있었지만 돌고 돌아 다시 만났다.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52) 흥국생명 신임 감독과 ‘배구 여제’ 김연경(35)이 6년 만의 재회해서 기적을 일굴 수 있을까.

흥국생명 아본단자 신임 감독은 23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리는 ‘2022-20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지난 19일 흥국생명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된 아본단자 감독은 당초 취업비자 발급 문제로 6라운드부터 벤치에 앉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취업비자가 발급되면서 5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도로공사전부터 지휘를 하게 됐다.

흥국생명은 아본단자 감독이 선임되기 전, 감독을 둘러싼 내홍에 시달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권순찬 감독을 지난달 2일, 돌연 경질했다. 구단 수뇌부의 ‘그릇된 관심’은 현장에 대한 ‘월권’으로 이어졌고 결국 감독까지 갈아치웠다. 비상식적인 구단 운영에 최고참 김연경을 중심으로 한 선수단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고 후임 감독 선이 순탄하게 이뤄진 것도 아니다. 이영수 수석코치가 대행으로 1경기만 지휘하고 떠났다. 구단은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을 후임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지만 당사자가 고사했다. 결국 김대경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서 한 달여를 이끌고 버텼다.

일단 대행 체제는 현상유지를 넘어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었다. 선수단은 다시 똘똘 뭉쳤고 김대경 대행은 11경기에서 8승3패를 기록했다. 그 사이 부동의 1위를 지킬 것 같았던 현대건설이 무너졌다. 주포 야스민의 허리 부상 이탈 이후 내리막길을 탔고 최근 5연패 수렁에 빠졌다. 흥국생명이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섰다. 이제는 흥국생명(22승7패 승점 66점)이 현대건설(21승9패 승점 62점)을 완전히 제쳤다.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이제는 선두 굳히기에 돌입해야 할 시점. 김대경 대행은 1위를 만든 뒤 지휘봉을 후임 감독에게 넘겨주는 최고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이제 몫은 아본단자 감독에게 달렸다.

사실 아본단자 감독의 커리어는 화려하다. 클럽 레벨에서는 튀르키예 페네르바체과 튀릐예 항공, 아제르바이젠 라비타 바쿠, 이탈리아 자네티 베르가모 등의 사령탑을 맡았고 국가대표 레벨에서도 불가리아, 캐나다, 그리스 대표팀의 감독직을 역임했다.

특히 김연경과 구면이다. 페네르바체에서 깊은 인연을 쌓았다. 지난 2013-2014시즌부터 2016-2017시즌까지 4시즌을 함께했다. 그리고 2013-2014시즌에 유럽 클럽대항전인 CEV컵 우승과 2014-2015시즌, 2015-2016시즌 튀르키예리그 연속 우승을 함께 일궜다.

김연경과는 6년 만에 재회다. 그러나 이 재회가 어쩌면 불가능했을 수 있다. 이번 시즌 아본단자 감독은 튀르키예항공을 이끌고 있었는데 튀르키예 대지진 여파로 리그가 조기 종료됐고 그 덕에 흥국생명은 유럽 최고의 명장을 영입할 수 있었다. 운명처럼 다시 만났다.

이제 김연경과 아본단자 감독, 그리고 흥국생명은 기적을 꿈꾸고 있다. 최우선은 일단 은퇴를 고려하고 있는 김연경의 마음을 돌려놓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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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라는 김연경은 현재 은퇴를 진지하게 생각 중이다. 구단과도 상의를 하겠다고 하지만 은퇴설이 진짜 은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아본단자 감독의 선임은 내홍의 중심이었던 구단이 새로운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도 있다. 김연경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한 한 수가 될수도 있다. 아본단자 감독의 계약기간은 오는 2024-2025시즌까지다.

아울러 아본단자 감독의 배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선수단에게도 잘 전달할 수 있는 있물이 김연경이다.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는 아본단자 감독 입장에서도 김연경은 대체불가 존재일 것이다. 아본단자 감독의 부임, 그리고 설득이 김연경의 마음을 극적으로 돌려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새로운 사령탑, 김연경과 함께 역전 우승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난공불락의 현대건설이 무너졌고 흥국생명은 분위기를 추스르고 다시 앞장서서 나아갈 수 있는 상황이다.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2018-2019시즌 이후 4년 만의 통합 우승, 그리고 김연경과 재결합 이후 첫 통합우승 기회가 찾아왔다. 김연경이 11년 만에 국내 무대로 복귀했던 지난 2020-2021시즌에는 개막 10연승을 달리는 등 독주했지만 시즌 막판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며 사태가 커졌고 팀을 이탈했다.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정규시즌 2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에 그쳤다.

판은 만들어졌다. 이제 그 판의 주인공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이끌어가느냐에 달려있다. 흥국생명과 아본단자 감독, 김연경은 운명 같은 결합 이후 기적과 같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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