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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이 뿌린 씨앗… 한국 피겨에 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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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피겨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목에 건 이해인.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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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여왕이 뿌린 씨가 꽃을 피웠다. 이해인(17·세화여고)과 차준환(22·고려대)이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에서 함께 메달을 따냈다.

이해인은 24일 일본 사이타마 수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 점수(TES) 75.53점, 예술점수(PCS) 71.79점, 합계 147.32점을 받았다. 쇼트 프로그램(73.62점) 점수를 합친 총점 220.94점으로 사카모토 가오리(일본·224.61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차준환은 이튿날 열린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96.39점을 받았다. 쇼트에서 ISU 공인 개인 최고점을 기록했던 차준환은 프리 개인 최고점도 종전(182.87점) 기록보다 13.52점이나 끌어올렸다. 합계 296.03점을 받은 차준환은 우노 쇼마(일본·301.04점)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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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목에 건 차준환.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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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피겨 역사상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낸 선수는 김연아(33)가 유일했다. 김연아가 2013년 캐나다 런던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뒤 한국 선수는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동시에 두 명의 선수가 메달을 따냈다.

둘만 활약한 게 아니다. 세계선수권에 첫 출전한 김채연(17·수리고)은 프리스케이팅 3위(139.45점)에 올라 스몰 메달(동)을 걸었다. 쇼트를 더한 순위는 6위(203.51점)다. 세 선수의 활약 덕택에 한국은 내년 세계선수권에도 남녀 싱글 각각 3명이 출전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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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펼치는 이해인.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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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도 따랐다. 여자 싱글 최강국인 러시아 선수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러시아는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금·은메달을 휩쓸었다. 남자 싱글은 세계 최정상을 지키던 하뉴 유즈루(일본)가 은퇴했고, 점프 천재 네이선 첸(미국)이 학업을 위해 이번 시즌을 포기했다. 올림픽 직후 시즌엔 전력을 기울이지 않는 선수가 많다.

그럼에도 이번 시즌 한국 선수들의 성과는 괄목할 만 했다.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4대륙 선수권 금메달(이해인), 그랑프리 금메달(김예림)을 수확했다.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도 여자 싱글 은메달(신지아), 아이스 댄스 은메달(임해나-취안예 조)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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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펼치는 차준환.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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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피겨 역사는 김연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피겨불모지였지만 김연아의 등장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김연아를 보면서 꿈을 키운 김예림과 유영, 임은수 등 '연아 키즈'가 등장해 국내 경쟁이 치열해졌다. 자연스럽게 치열한 국내 경쟁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했다.

이해인도 김연아의 영향을 받았다. 김연아가 출연한 아이스쇼를 본 9살 때 선수가 되고 싶다고 부모를 졸랐다. 같은 소속사인 김연아는 평소 이해인에게 많은 팁을 줬고, 자연스럽게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 이해인은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물론, 경기 외적인 것들에 관해서도 많은 조언을 해줬다. 김연아 언니는 내게 영원한 롤 모델"이라고 고마워했다.

'남자 김연아'로 불렸던 차준환은 김연아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하지만 김연아의 성장과정을 성공적으로 벤치마킹했다. 훈련 환경이 좋은 캐나다에서 체계적으로 훈련했다. 김연아를 지도한 브라이언 오서, 지슬란 브라이어드 코치를 만나 한 단계 더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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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케이팅 점수가 발표된 뒤 놀라는 차준환(가운데)과 브라이언 오서 코치(왼쪽). 오른쪽은 지현정 코치.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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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는 나란히 어려움을 이겨냈다. 이해인은 지난 시즌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해 꿈에 그리던 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스텝과 스핀 등 모든 퍼포먼스가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선보였다.

차준환은 고질적인 고관절 부상 때문에 이번 시즌 인상적인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에선 4회전 점프를 세 번(쇼트·프리) 모두 성공해냈다. 4회전-3회전 콤비네이션 점프까지 완성한다면 2026년 밀라노 올림픽에서도 메달에 도전할 수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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