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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피겨 ‘은은’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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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차준환, 남자 싱글 선수 최초

피겨 세계선수권대회 메달 쾌거

이해인 이어 남녀 동반 ‘새 역사’

한국 피겨스케이팅 간판 차준환(22·고려대)이 국내 남자 싱글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싱글 이해인(18·세화여고)에 이어 차준환까지 나란히 입상하며 한국 피겨에 새 역사를 썼다.

차준환은 지난 25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했다.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에서 99.64점을 얻고,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196.39점을 따내 총점 296.03점으로 최종 2위에 올랐다. 금메달은 301.14점을 받은 일본 우노 쇼마에게 돌아갔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개인 최고점을 뛰어넘었다. 특히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사운드트랙에 맞춰 연기한 프리스케이팅 점수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작성한 182.87점보다 13.52점이나 높다.

한국 피겨 남자 싱글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수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회 전까지 세계선수권 수상자는 여자 싱글에서 금·은·동을 2개씩 손에 넣은 김연아(은퇴)가 유일했다. 김연아가 2013년 대회에서 우승한 후 10년간 메달이 나오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달랐다. 지난 24일 이해인이 여자 싱글 은메달을 거머쥔 데 이어 차준환도 시상대에 올랐다. 피겨 강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ISU의 제재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가운데 한국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성장세를 보였다. 직전까지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남자 싱글 역대 최고 순위는 2021년 차준환이 기록한 10위였다. 차준환은 지난해 대회에선 스케이트가 망가져 기권했다.

차준환은 한국 남자 피겨에 무수한 ‘최초’와 ‘최고’ 기록을 남겨왔다. 2016~2017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남자 싱글 사상 최초로 메달(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열일곱 살에 출전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올림픽 최고 순위인 15위를 기록했다. 2018~2019시즌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시상대(동메달)에 선 것도 최초였다.

2021 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톱10’에 진입했고, 이듬해 ISU 4대륙선수권대회 우승 신기록을 추가했다. 기술뿐 아니라 연기 완성도도 높인 차준환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5위라는 값진 성과를 냈다. 지난달 4대륙선수권대회에선 4위에 그쳤지만 심기일전하면서 세계선수권 2위로 우뚝 섰다.

한국 남녀 피겨스케이팅은 차준환과 이해인의 활약으로 다음 시즌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3장씩 확보했다. 차준환은 “즐기면서 모든 것을 쏟아낸 것 같다. 드디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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