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9일 밤에 ‘대한축구협회 이사회 축구인 사면 의결에 대하여’라는 제하의 입장문을 통해 해명했다. 협회는 이번 사면이 “재기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라면서도 승부 조작에도 사면받은 48명을 포함해 100명의 대상자가 지도자나 심판, 임원으로 활동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협회의 사면 명분이 재기의 기회인데, 그 기회를 잡을 수 없다는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은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면 추진단’을 구성할 때부터 우려가 컸다. 정 회장을 비롯해 협회 고위직 임원을 중심으로 사면을 추진하자 내부에선 2009년 사면 이후 신설된 대한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회 규정과의 충돌을 우려했다.
체육회 규정에 따르면 사면이 아닌 구제 신청만 가능한데 수사기관의 불기소 결정이나 법원의 무죄 판정을 받아야 신청할 수 있다.
협회의 주장대로 “승부 조작 가담자 48명은 벌금형과 집행유예형, 그리고 1년 내지 2년의 징역형 등의 형벌을 받았다”는 게 사실이라면 사면에도 애초 재기는 불가능했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협회의 한 관계자는 입장문 발표 전 승부 조작을 저질렀던 이들의 현장 복귀 가능성을 질의하자 “이 문제는 규정상 어렵다. 현장 지도자나 협회와 관련된 단체도 어렵다고 본다. 유권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던 이 관계자의 발언은 결국, 협회가 알고도 헛발질을 했다는 점에서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축구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 않은가. 이번 사면은 그 길을 열어주는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이 승부 조작의 피해자 격이라 할 수 있는 프로축구연맹이 여론 수렴 과정에서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반영하지 않은 것도 비판을 받아야 한다. 산하 단체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석한 프로축구연맹은 이사회에서도 승부 조작 재발을 우려했지만 사면 통과를 막지는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이사회가 거수기로 전락한 느낌”이라면서 “이사회에 포함된 일부 고위 임원은 2009년 협회에서 사면받았던 전력이 있다. (이번 사면 건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도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협회도 이번 사면에 거센 역풍이 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축구의 근간이 무너지는 것을 우려한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협회는 이날 자문 변호사와 함께 이번 사면과 관련된 규정을 따져본 뒤 31일 임시 이사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번 이사회에서 사면이 번복될지 관심이 쏠린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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