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세계 피겨스케이팅선수권에서 개인 최고점으로 은메달을 따낸 ‘피겨 왕자’ 차준환. 2026년 겨울올림픽에선 메달에 도전한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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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22·고려대)의 별명은 ‘피겨 왕자’다. 아역 배우 출신에 빼어난 실력까지 갖춰 ‘은반 위의 아이돌’로도 불린다.
지난달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에서 그는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초로 메달을 따냈다. 총점 301.04점의 우노 쇼마(26·일본)에 이어 개인 최고점인 296.03점을 받아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 전까지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낸 한국 선수는 남녀를 통틀어 2013년 김연아(33)가 유일했다. 한국 피겨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차준환을 최근 서울 태릉빙상장에서 만났다.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심정을 묻자 차준환은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내 자신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불안감이 컸는데 이번 세계선수권을 통해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차준환은 지난달 세계선수권 이전까지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고관절 부상과 스케이트 부츠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체력을 다진 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는 4회전 점프를 세 차례 모두 성공해냈다. 차준환은 “대회를 앞두고 스케이트 부츠가 부서져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어려움이 컸지만, 훈련을 통해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올 시즌 내내 실수가 나왔던 프리스케이팅 후반부의 3회전 점프를 성공하기 위해 체력 훈련을 중점적으로 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했다.
차준환은 13일 일본 도쿄에서 개막하는 월드 팀 트로피에 출전한다. 2009년 신설된 단체전으로 6개국이 남녀 싱글과 페어, 아이스댄스 부문에서 경쟁을 펼친다. 한국은 처음으로 출전한다. 대표팀 주장을 맡은 차준환은 “일반 대회보다는 부담감이 덜한 편이다. 선수단 응원석도 있다고 하더라. 무대를 마음껏 즐기면서 동료 선수들을 응원할 생각이다. 팬들에게도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차준환의 꿈은 원래 피겨 선수가 아니었다. 스케이트를 처음 신은 초등학교 2학년 전까지는 아역 배우로 활동했다. 만약 연예인의 길을 걸었다면 어땠을까. 그는 “노래는 잘 못하니 배우로만 활동하고 있지 않을까. 아마 드라마나 영화를 열심히 찍고 있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연기 대신 피겨스케이팅을 선택하면서 차준환의 삶은 또래들과는 많이 달라졌다. 학교보다 빙판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렇게 초·중·고교를 거쳤고, 어느새 22세의 대학생(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이 됐다. 차준환은 “하필 신입생이던 2020년, 코로나가 터졌다. 마음 속으로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코로나 학번’이다 보니 비대면 강의가 많아져 학교에 갈 기회조차 사라졌다”며 아쉬워했다.
역대 겨울올림픽 한국 피겨 주요 성적 |
최근엔 춤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스트리트댄스를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차준환은 “아무래도 무용과 스케이트는 비슷하다. 틈날 때마다 스트리트댄스를 배운 뒤 갈라쇼에서 꼭 춤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차준환의 시선은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으로 향한다. 차준환을 어릴 때부터 지켜본 곽민정(29) 해설위원은 “(차)준환이는 그동안 쇼트프로그램에선 4회전 점프 1개를 잘 성공시켰지만, 프리에선 두 번째 4회전 점프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세계선수권에선 이를 완벽하게 소화했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또 “문제는 4회전-3회전 콤비네이션 점프다. 훈련할 때는 잘 성공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쯤 대회에서 이를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올림픽에 버금가는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낸 만큼 3년 뒤 올림픽에선 한국 남자 피겨 최초의 메달리스트 탄생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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