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지난 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와의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100-91로 승리했다. 2승 2패, 시리즈 균형을 맞춘 이 전술은 KGC에 패배 이상의 큰 숙제가 됐다.
전희철 감독 이전 문경은 감독 때부터 SK의 ‘드롭 존’은 그들의 상징과도 같았다. 특히 트랜지션 게임으로 물 흐르듯 이어지는 이 수비 전술은 SK가 오랜 시간 KBL의 강자로 군림할 수 있도록 도운 영혼의 파트너이기도 했다.
서울 SK가 꺼내든 ‘드롭 존’ 같은 3-2 존 디펜스. 어쩌면 이번 챔피언결정전의 운명을 가를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사실 SK는 올 시즌 ‘드롭 존’을 전만큼 많이 활용할 수 없었다. 애런 헤인즈 이후 ‘드롭 존’의 핵심인 탑의 주인인 최준용이 오랜 시간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또 40분 내내 미스 매치를 만들고 또 윙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달린 안영준이 없었다. 어설프게 사용했다간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이 수비 전술을 올 시즌은 물론 플레이오프에서도 많이 볼 수 없었던 이유다.
그러나 전 감독은 1승 2패, 위기에 몰린 4차전에서 반전 카드로 존 디펜스를 사용했다. 허일영을 탑에 세운 ‘드롭 존’처럼 보였으나 전 감독은 ‘아니’라고 했다.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의 3-2 존 디펜스였다고 설명했다.
KGC는 1쿼터 막판 SK 수비에 완벽히 막히자 대릴 먼로를 조기 투입했다. 오마리 스펠맨보다 BQ가 좋은 먼로에게 존 디펜스 공략을 맡긴 것. 효과는 있었다. 먼로, 그리고 오세근은 좌우 코너에 위치한 슈터들에게 볼을 전달했고 3점슛으로 존 디펜스 공략에 나섰다. 슈팅 컨디션이 좋았고 이로 인해 패했음에도 91점이라는 다득점을 해낼 수 있었다. 무려 14개의 3점슛도 기록했다.
다만 SK에 100점을 내주고 말았다. KGC는 KBL 최고의 공수 밸런스를 자랑하는 팀이다. 상대보다 많이 넣고 적게 주는 게임에 능하다. 그러나 4차전에선 많이 넣고도 많이 먹혀 패했다. 밸런스가 무너진 것. 존 디펜스 공략에 집중하다가 수비를 놓친 것이다.
SK ‘존 디펜스’를 깨기 위해선 결국 스펠맨의 컨디션이 살아나야 한다. 사진=천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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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스펠맨보다 먼로를 중용하게 되면 결국 자밀 워니에게 골밑을 내주게 된다. 3차전에서 워니를 비교적 잘 막아낸 먼로이지만 4차전에선 다득점을 허용했다. 그렇다고 해서 스펠맨을 넣자니 존 디펜스에 대처하기가 까다로워진다. 먼로보다 스펠맨을 중용하려면 변준형, 박지훈이 존 디펜스를 공략할 수 있어야 하는데 4차전에선 그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또 좌우 코너에 슈팅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넣게 되면 자연스럽게 슈팅이 약한 문성곤의 출전 시간이 줄어든다. 그렇게 되는 순간 김선형을 제어하기 어려워진다. 역시 4차전에서 노출된 문제점이다.
여기에 오세근의 체력 문제도 존재한다. 존 디펜스를 깨려면 3점슛만큼 중요한 것이 미드레인지 점퍼다. 현재 KGC에서 가장 뛰어난 점퍼를 갖춘 건 오세근. 그런 그가 4차전에선 크게 지친 모습을 보였다. 쉬운 득점 기회도 수차례 놓치는 등 체력과 집중력 모두 문제를 드러냈다.
정규리그와 4강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20분대 출전 시간을 기록한 오세근은 챔피언결정전에선 모두 30분 이상 출전하고 있다. 3차전과 4차전은 사실상 풀타임 출전에 가까운 37, 38분 동안 코트 위에 섰다. 그를 대체할 선수가 없고 또 챔피언결정전의 중요성을 아는 만큼 쉽게 교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지금 페이스라면 오세근이 지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현재로선 SK의 존 디펜스를 KGC가 어떤 방식으로 공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다만 KGC, 그리고 김상식 감독은 이번 시리즈 내내 SK가 꺼낸 필승 카드를 다음 경기에선 반드시 파악, 공략해 왔다. 선제공격을 허용한 후 확실히 대처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5차전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존 디펜스를 공략하느냐, 아니면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느냐에 따라 이번 챔피언결정전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밌는 포인트다. 과연 챔피언결정전에서의 마지막 잠실 경기는 누가 웃으며 끝낼 수 있을까.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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