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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류현진보다 두 살 어린 1100억 투수가 아직도 백수라니… 가을 영웅 이대로 잊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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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매디슨 범가너(34)의 부진을 참다못한 애리조나는 4월 21일(한국시간)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아직 계약 기간이 1년 반 이상 남은 그를 양도선수지명(DFA)했다. 좀 더 쉬운 표현으로 방출이었다. ‘설마설마’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메이저리그 전체가 깜짝 놀랐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을 영웅’으로 이름을 날렸던 범가너는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애리조나와 5년 총액 8500만 달러(약 1100억 원)에 계약했다. 애리조나는 같은 지구에서 지겹게도 봐온 이 강인한 성격의 좌완이 어린 선수들의 성장까지 걸리는 시간을 벌어줄 에이스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성적은 기대와 몸값에 크게 못 미쳤다.

범가너는 애리조나에서 3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69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15승32패 평균자책점 5.23에 머물렀다. 계속 나아질 것이라 위안을 삼았지만,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뚜렷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4경기에서 16⅔이닝 소화에 그치면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10.26으로 붕괴됐다. 서서히 어린 선발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올라올 때가 된 애리조나는 미련 없이 범가너의 유니폼을 회수했다.

당연히 잔여 연봉을 지불하면서 범가너를 쓸 팀은 없었다. 그렇게 범가너는 4월 27일 양도지명 절차를 모두 통과했다.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범가너의 연봉은 애리조나가 내년까지 다 지불하는 것이고, 범가너를 쓰고 싶은 팀은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만 지불하면 됐다. 고점이 높은 선수라 재취업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 몇몇 팀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예상이었다.

하지만 범가너는 아직도 ‘무적’ 상태다. 아무도 범가너를 찾지 않고 있다. 한 달 이상 소속팀이 없는 상황이 이어졌고, 이제는 올 시즌 범가너에게 손을 내미는 구단이 있을지 자체가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현지 언론 보도도 아예 없는 상황이다. 그냥 잊히는 선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부진했어도 한때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였다. 메이저리그 통산 358경기(선발 355경기)에서 134승과 평균자책점 3.47이라는 좋은 기록을 벨트에 두르고 있다. 게다가 아직 만 34세다. 일반적으로 전성기에 있을 나이는 아니어도, 2~3년 정도는 더 불꽃을 태울 수 있는 나이다. 팔꿈치 수술까지 받고 재기를 노리고 있는 류현진보다도 두 살이 어리다. 이대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사라질 선수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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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우선 떨어진 구위를 혹평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범가너의 패스트볼 구속과 구위는 계속 떨어졌다. 지난해 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6.4개로 경력 최저였는데, 올해는 5.4개로 더 떨어졌다. 그에 비해 볼넷은 계속 늘어난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면 힘 없는 공이 난타를 당한다. 범가너의 올해 투구 내용만 보면 반등에 회의적인 시각을 품을 만하다.

여기에 ‘다루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추측할 수 있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범가너가 애리조나로부터 방출된 뒤 그간 있었던 선수와 프런트 사이의 갈등을 조명해 화제를 모았다. 프런트의 투수 파트는 범가너가 패스트볼 비중을 줄이고 커맨드와 구종 조화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범가너는 그런 프런트를 비웃었고, 반대로 구속 증강에 더 힘을 썼다. 한때 성적이 반등하자 비결을 물으니, “프런트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말해 불화설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끝내 양자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실제 범가너가 방출되기 직전까지도 대화가 단절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범가너의 캐릭터를 다른 29개 구단이 모를 리는 없다. 소문은 다 퍼지기 마련이다.

물론 범가너가 이대로 은퇴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된다. 선발 투수가 부상으로 빠지면 임시 선발을 찾을 팀이 생기고, 혹은 6월 말 이후 올 시즌을 접는 팀이 있다면 트레이드로 주축을 팔아넘기고 반 시즌을 메워줄 선수를 찾을 수도 있다. 별다른 돈이 들지 않는 범가너의 이름은 그때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반대로 실전 공백이 길어지면 구단들이 범가너를 더더욱 외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개인 훈련이야 착실히 하고 있겠지만, 범가너는 현재 프로 무대에서 뛰고 있지 않다. 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고, 돌아오면 예열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과연 범가너는 언제쯤 마운드에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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