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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구속 꼴찌 류현진인데 3연승… 희대의 돌연변이 탄생인가, “이게 결정적, 놀라운 일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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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과학이 발전하고 트레이닝 기법도 덩달아 발전함에 따라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전 세계 야구계는 구속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메이저리그를 시작으로 일본 등 다른 나라도 그 대열에 합류했음이 지난 3월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도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점차 투수들의 스피드가 빨라지고 있다.

그 결과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신문’에 날 만한 숫자였던 시속 100마일(160.9㎞)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시대로 접어들었다. 선발로 평균 95마일(152.9㎞)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도 이제 제법 된다. 점점 인간 한계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류현진(36토론토)의 숫자는 또 다른 측면에서 관심을 모은다. 느리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손에 꼽힐 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류현진은 원래 구속으로 먹고 사는 선수가 아니었다. 정교한 제구와 로케이션을 바탕으로 한 ‘커맨드 가이’였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래도 기본적인 포심패스트볼 구속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지는 양상도 제법 있었다. 평균 90마일(144.8㎞)이 상징적인 기준점이 되는 시기도 있었다. 포심 구속이 평균 90마일을 넘으면 무난하게 가고, 그렇지 않으면 다소 고전하는 양상이 읽혔던 까닭이다.

지난해 6월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은 류현진의 구속은 조금 더 올라올 것으로 예상됐던 게 사실이다. 일단 팔꿈치 통증에서 자유로워져 공을 더 강하게 던질 수 있다. 1년이 넘는 재활 기간 동안 다른 신체 부위도 보강하고 강해졌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아직 그 기대가 실현되지는 않고 있다. 싱커성 무브먼트가 가미되기는 했으나 류현진의 올패 포심 평균 구속은 88.3마일(142.1㎞)로, 경력 이후 최저치였던 지난해(89.3마일)보다도 떨어졌다.

그럼에도 류현진의 성적은 건재하다. 부상 복귀 후 5경기에 나가 24이닝을 던지며 3승1패 평균자책점 2.25의 호성적이다. 아직 표본이 작기는 하지만, 피안타율(.211), 이닝당출루허용수(1.00), 평균 타구 속도(86.7마일) 모두 리그 최정상급 성적이다. 27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와 경기에서도 노련한 투구로 5이닝 3실점(2자책점)을 기록, 시즌 3승째를 거두기도 했다. 80마일대 포심패스트볼을 가지고 놀라운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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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블랜드전에서 류현진은 솔로홈런 두 방을 맞기는 했으나 나머지 이닝은 무난하게 정리하며 베테랑의 진가를 보여줬다. 6회 위기는 연이은 내야 실책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총 11번의 헛스윙을 유도했고, 특히 커브의 헛스윙 비율은 57%에 이르렀다. 1회 라미레스에게 허용한 홈런은 실투였지만, 5회 프리먼에게 맞은 홈런은 초구부터 커브를 노리고 있었던 프리먼의 노림수를 칭찬해야 할 뿐 실투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구속이 돌아온 건 아니었다. 이날 최고 구속은 90.8마일을 기록했으나 평균(88.2마일)은 올 시즌 평균과 별 차이가 없었다. “구속이 갈수록 올라올 것”이라고 모두가 기대를 걸고 있는데 아직 그런 모습이 보이지는 않는 것이다. 오히려 커브의 평균 구속을 더 떨어뜨리며 포심과 격차를 많이 두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어떻게 보면 고육지책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는 올 시즌 전체 성적이 메이저리그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볼 때 더 신기한 일이다.

류현진의 구속은 리그 꼴찌에 가깝다. 올 시즌 250구 이상을 던진 선수를 기준으로 포심 평균 구속은 뒤에서 8번째다. 정통파 선수로는 뒤에서 6번째고, 좌완으로는 3번째로 느리다. 올해 효자 상품으로 톡톡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커브 평균 구속은 단 69.6마일(112㎞). 올해 250구 이상 투구 선수 중 커브 평균 구속으로는 리그 꼴찌다. 커브 평균 구속이 60마일대인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이 유일하다.

투수 분석 사이트인 ‘피칭 닌자’를 운영하는 랍 프리드먼은 27일 류현진이 클리블랜드전 등판을 마치자 “대다수 다른 투수들은 최고 구속을 확인하는데, 류현진은 최저 구속을 확인해야 한다”고 놀라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류현진이 이런 구속으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캐나다 스포츠 네트워크이자 토론토 주관 방송사인 ‘스포츠넷’의 베테랑 해설가 벅 마르티네스는 류현진의 풍부한 경험과 안정적인 딜리버리가 성공 요소라고 짚었다. 마르티네스는 27일 “놀라운 것은 구속이 토미존 이전으로 돌아오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이 체인지업과 커브의 익셉션과 로케이션으로 버티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한국을 포함해 프로 레벨에서 2350이닝을 던진 류현진의 경력을 볼 때 놀라운 일은 아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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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네 가지 구종을 모두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딜리버리의 장점을 뽑았다. 마르티네스는 “체인지업이 정말 좋다. 커브, 체인지업, 그리고 포심이 같은 딜리버리에서 나온다. 매우 자연스럽고 모든 것이 제어되고 있다”라면서 타자들이 속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 구종이 무엇일지도 예상하기 어려운데, 투구폼에서도 실마리를 전혀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다양한 지점, 혹은 같은 지점에 다른 구종을 던지니 타자들이 대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마르티네스를 비롯한 ‘스포츠넷 중계진’은 류현진의 복귀 후 투구에 대해 “2S 이후 모든 구종을 던질 수 있고, 부상 복귀 이후에는 커브를 매우 효율적으로 던지고 있다. 우리는 그의 경험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해 2500이닝을 던졌다”면서 이날 나온 호수비에 대해서도 “류현진은 매우 뛰어난 수비수이기도 하다. 포지션을 잘 잡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점점 더 '유니크한' 선수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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