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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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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3298일 만의 악몽, 美도 놀랐다…"환상적 복귀 시즌이었는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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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토미존 수술 뒤 환상적인 복귀 시즌을 보내던 류현진이 처음으로 정말 힘든 경기를 했다."

미국 현지 언론도 류현진(36,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부진이 믿기지 않는 눈치다. 류현진은 2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89구 7피안타(3피홈런) 3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흔들렸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2.62에서 3.31로 치솟았다. 타선의 도움으로 패전을 면한 데 만족해야 했다. 토론토는 6-7로 끝내기 패하면서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레이스 2위 유지에 비상이 걸렸다.

탬파베이는 얀디 디아스(1루수)-해럴드 라미레스(좌익수)-커티스 미드(3루수)-아이작 파레디스(2루수)-주니어 카미네로(지명타자)-조시 로우(우익수)-마누엘 마곳(중견수)-크리스티안 베탄코트(포수)-테일러 월스(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려 류현진에게 맞섰다.

류현진은 평소처럼 직구보다는 변화구 의존도를 높이면서 타자들을 이겨 나가려 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89.4마일(143.9㎞), 평균 구속은 88마일(141.6㎞)로 지난달 빅리그 복귀 직후보다 확실히 떨어져 있었다. 체인지업(24개), 커터(21개), 커브(14개), 싱커(10개)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 버텨보려 했는데, 올 시즌 새로운 무기로 떠오른 커브는 탬파베이 타자들이 꽤 적극적으로 대응해 앞선 경기보다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통계 자료를 제공하는 '코디파이베이스볼'에 따르면 류현진은 올해 시속 65마일 이하 느린 공을 가장 많이 던진 투수다. 15개로 독보적 1위고, 2위는 7개로 류현진의 과거 LA 다저스 시절 동료였던 베테랑 리치 힐(샌디에이고)이었다. 류현진은 그동안 느림의 미학으로 빅리그 강타자들을 살살 달래며 좋은 투구를 펼쳐왔는데, 탬파베이 타자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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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맨드가 흔들렸다" 슈나이더 감독이 짚은 류현진의 부진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경기 뒤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류현진의 부진과 관련해 "오늘(24일)은 커맨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류현진은 강속구 투수가 아닌 만큼, 훨씬 정교한 제구력과 타이밍 싸움이 요구되는데 이날은 커맨드가 흔들리니 탬파베이 타자들을 누를 수가 없었다.

류현진은 제구가 흔들리는 가운데 탬파베이 타자들이 공격적으로 나오니 계속해서 볼카운트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고, 피홈런과 마찬가지로 볼넷도 3개나 내주면서 고전했다. 류현진 역시 흔들린 제구와 평소보다 떨어진 구속을 이날 투구의 문제점으로 스스로 꼽았다.

# "환상적인 복귀였는데"…3298일 만의 악몽, 美 언론도 놀랐다

류현진은 지난해 6월 토미존 수술을 받고 13개월 동안 재활한 끝에 지난달 빅리그 마운드로 돌아왔다. 이날 전까지 9경기에서 3승3패, 44⅔이닝, 평균자책점 2.62를 기록했다. 원래 강속구 투수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직구 구속이 140㎞ 초반대까지 떨어져 걱정을 샀는데 더 느린 커브를 더하고 변화구 구사력과 제구력을 더 끌어올리면서 지금까지 잘 버텼다.

FA 계약도 가능한 페이스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가 안긴 4년 8000만 달러 계약을 웃돌진 못하겠지만, 선발투수가 필요한 구단에서 단기 계약 정도는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류현진은 토론토의 가을야구 도전에 힘을 실어주면서 자신의 주가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날 부진은 충격이 컸다. 무려 3298일, 약 9년 만에 악몽과 다시 마주했다. '스포츠넷'은 "류현진이 1회에 4점이나 허용한 것은 2014년 9월 1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이후 처음"이라고 알리며 놀라워했다. 당시 다저스 소속으로 빅리그 2년차였던 류현진은 1이닝 5피안타 1볼넷 1탈삼진 4실점으로 무너졌다.

류현진은 1회말 시작부터 홈런을 얻어맞으면서 크게 흔들렸다. 선두타자 디아스가 류현진의 공을 계속 커트해내면서 버텼다. 볼카운트는 1-2로 류현진이 유리했는데, 몸쪽을 공략했던 6구째 시속 89.4마일 직구가 디아스의 방망이에 걸려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 0-1 리드를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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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가 나쁜 공이 아니었기에 리드오프 홈런의 내상이 꽤 큰 듯했다. 류현진은 다음 타자 라미레스와 승부에서 철저히 바깥쪽에 던졌는데 모두 볼이 되면서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계속된 무사 1루 위기에서 다시 영점이 잡힌 듯했다. 류현진은 미드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파레디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고비를 넘기려 했다. 그런데 카미네로에게 또 다시 볼넷을 내주면서 2사 1, 2루 위기로 이어졌다. 풀카운트에서 7구째 커브로 배트를 끌어내려 했는데, 카미네로가 속지 않았다.

결국 류현진은 2번째 홈런을 얻어맞으면서 시작부터 대량 실점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2사 1, 2루에서 로우에게 중월 3점포를 얻어맞아 순식간에 0-4로 벌어졌다. 볼카운트 2-2에서 6구째 시속 87.9마일짜리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니 여지 없이 맞아 나갔다.

토론토 타선이 좀처럼 득점 지원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 류현진은 4회말 또 한번 홈런을 허용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상대 타자는 2019년 KBO리그 NC 다이노스에서 뛰다 방출됐던 베탄코트였다.

류현진은 베탄코트에 볼카운트 1-2로 앞서 있었고, 4구째 시속 87.2마일짜리 높은 직구를 던졌는데 왼쪽 담장 너머로 뻗어갔다. 관중을 맞고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기에 심판의 재량으로 비디오판독을 했는데, 홈런으로 인정됐다. 0-5로 벌어지면서 패색이 짙어진 순간이었다.

MLB.com 토론토 담당기자 키건 매티슨은 "(4회인데) 벌써 홈런을 3방이나 맞았다. 토미존 수술 뒤 환상적인 복귀 시즌을 보내던 류현진이 처음으로 정말 힘든 경기를 했다. 류현진이 4⅓이닝 만에 등판을 마치면서 불펜이 좋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고 평했다. 그동안 류현진이 패전을 떠안아도 득점 지원을 하지 못한 타선을 지적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날 만큼은 류현진의 부진을 짚고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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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 5실점보다…6-5 뒤집고 6-7 끝내기 패배 충격 더 컸다…"로마노는 왜?"

미국과 캐나다 언론은 류현진이 5실점으로 무너진 것보다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친 점에 중점을 두고 보도했다. 슈나이더 감독의 경기 운영 능력과 직결되는 문제였고,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지금 1패는 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에 더더욱 비판적일 수밖에 없었다.

토론토 타선은 상대 선발투수 잭 리텔을 좀처럼 공략하지 못하다 6회초에만 대거 4점을 뽑으면서 추격을 알렸다. 2사 후 탬파베이의 2차례 실책에 힘입어 1, 3루 기회를 잡았고, 조지 스프링어가 좌중간 2타점 적시 2루타를 날려 2-5로 따라붙었다. 이후 블라디미로 게레로 주니어의 1타점 적시타, 캐번 비지오의 1타점 적시 2루타가 터져 4-5까지 따라붙었다.

토론토는 8회초 2점을 뽑으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자연히 류현진은 시즌 4패 위기에서 벗어났다. 2사 3루에서 상대 투수 피트 페어뱅크스의 폭투에 힘입어 5-5 균형을 맞췄고, 페어뱅크스의 제구가 흔들린 덕분에 맞이한 2사 만루 기회에서 윗 메리필드가 얻은 밀어내기 볼넷에 힘입어 6-5로 뒤집었다.

슈나이더 감독은 9회말 조던 로마노를 마운드에 올렸다. 로마노는 필승 카드긴 했지만, 이날은 등판 전부터 손가락 쪽을 계속 확인하며 부상을 의심하게 했다. 로마노는 우려를 지우지 못하고 디아스에게 2루타, 라미레스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무사 1, 3루 위기에 놓였고, 미드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해 6-6이 됐다.

슈나이더 감독은 로마노가 흔들리는데도 바꾸지 않고 밀고 갔다. 1사 1, 3루에서 카미네로를 유격수 병살타로 돌려세우며 연장전으로 끌고 가나 싶었는데, 탬파베이의 챌린지 요청 결과 타자주자 카미네로는 1루에서 세이프인 것으로 번복됐다. 2사 1, 3루 위기가 이어졌고, 로우에게 좌익선상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면서 6-7로 패했다. 통한의 끝내기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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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티슨 기자는 "슈나이더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로마노는 전날(23일) 밤 손톱이 깨지는 부상이 있었지만, 공을 던질 수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슈나이더 감독은 경기 뒤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로마노의 손톱 상태를 알고 있었고, 그가 괜찮은지 확실히 확인하고 싶었다. 로마노가 손톱을 확인하긴 했지만, 손톱 상태가 투구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로마노는 '괜찮다. 투구할 수 있는 상태다. 나중에 보자'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로마노는 "때때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면, 상대가 내 빈틈을 찾기도 한다. 오늘(24일)이 바로 그날이었다. 마운드 위에서 고전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오늘은 충분히 좋지 않았다"며 부상 여파라기 보다는 투구 자체가 좋지 않았던 날이라고 설명했다. 어쨌든 슈나이더 감독은 끝까지 로마노를 믿었고, 그 결과 뼈아픈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캐나다 매체 '토론토선'은 '류현진이 4⅔이닝 동안 3피홈런 5실점으로 일찌감치 흔들리면서 롤러코스터가 시작됐다. 이때는 탬파베이가 쉽게 승리할 줄 알았다. 그런데 토론토가 6회 4점을 뽑고, 8회 2점을 더 뽑으면서 시즌 7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엄청난 승리를 챙길 준비를 했다. 로마노가 6-6 동점을 허용하고, 한번에 2아웃을 챙길 수 이었으나(병살타 번복) 다시 누상에 주자가 남았고 로우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다. 좋은 팀은 뭔가 상황이 틀어졌을 때 이길 방법을 찾아낸다. 이것은 토론토에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 같았고, 분명 그런 경기로 만들고 있었다'며 뼈아픈 패배를 지적했다.

MLB.com은 '토론토는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엄청난 승리를 챙기기 직전까지 갔지만, 대신에 탬파베이에 6-7로 끝내기 패했다. 로우는 좌익선상으로 빠져나가는 끝내기 안타를 쳐 탬파베이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쏟아져 나와 외야 잔디 위로 몰려들게 하는 영웅이 됐다. 토론토는 로우의 엄청난 한 방이 터지기 전까지 보기 드물게 고전한 류현진이 남긴 5실점 적자를 지우면서 매우 많은 고무적인 신호를 보여줬다'고 총평하면서 기적의 승리 직전에 무너졌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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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토의 가을 기적은 계속될까

토론토는 이날 패배로 시즌 성적 86승69패를 기록했다. 가까스로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기 직후 3위 휴스턴 애스트로스(85승69패)와 0.5경기차까지 좁혀졌다. 휴스턴이 이날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 패하면 1경기차를 유지할 수 있지만, 잡을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치면서 살얼음판 순위 싸움을 이어 가게 됐다.

슈나이더 감독은 그래도 긍정적으로 현재 상황을 지켜봤다. 그는 "선수들이 지금 우리가 어떤 상황인지 잘 이해하고 있고, 그들은 지금 우리가 가을야구 경쟁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5점을 뒤진 상황에서 지금 투수진으로 회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리드를 잡았고, 9회에 로마노가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최종 결과만 제외하면 그런 결과(6-5로 뒤집은 상황)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패전을 떠안은 로마노 역시 "9월에 접어들었고, 모두 알지 않나. 정말 모두 다 열심히 하고 있다.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 계속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며 토론토의 가을 기적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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