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선수 대거 포진 홍콩에 무릎
발목 잡지마 한국 7인제 럭비 대표팀(푸른색 유니폼)이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사범대 창첸캠퍼스 경기장에서 열린 홍콩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상대 수비를 뚫고 전진하고 있다. 항저우 |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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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를 알리는 나팔 소리가 울려퍼졌다. 필드 위 한국 대표 7명이 풀썩 쓰러졌다. 최선을 다했지만 힘이 모자랐다. 한국 럭비가 21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에 아쉽게 실패했다.
대표팀은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사범대학 창첸캠퍼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7인제 남자 럭비 결승전에서 홍콩에 7-14로 졌다. 전반 종료 16초를 남기고 트라이(5점)를 허용해 컨버전킥까지 7점을 먼저 내줬고, 후반 시작 48초 만에 다시 트라이에 컨버전킥으로 7점을 더 내줬다. 후반 2분41초 장용흥(30)이 트라이를 성공시키며 추격을 시작했지만, 그 이상 점수를 내지는 못했다.
영국계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홍콩은 힘싸움에서 대표팀을 밀어붙였다. 경기장을 메운 관중들의 응원도 오로지 홍콩으로 향했다. 앞서 열린 여자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하면서 중국 팬들의 기세가 한층 더 올랐다. 풍선봉을 요란하게 두들기며 ‘짜요 홍콩’을 연호했다. 장내 아나운서의 마이크 소리가 대학 캠퍼스의 밤하늘에 쩌렁쩌렁 울렸다.
베테랑 한건규(36)는 “너무 아쉽다”고 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울음 섞인 목소리가 간신히 이어 나왔다. 한건규는 “정말 준비 많이 했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아 속상하다”면서 “응원해주신 가족들과 팬분들에게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꽉 막힌 럭비 금맥을 뚫으려 모두가 애썼다. 트라이를 기록한 장용흥은 아픈 와중에도 마취 주사를 맞고 뛰었다. 최고참 박완용(39)은 지난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가 항저우 금메달을 위해 복귀했다.
판정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한건규는 “홍콩 선수가 우리 득점을 반칙으로 저지했다. 심판이 점수를 줘야 하는데, 왜 안 줬는지 납득이 잘 안됐다”고 말했다. 주장 이진규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판정도 경기의 일부”라고 말했다.
결승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대표팀은 2006년 도하 대회 은메달 이후 17년 만에최고 성적을 거뒀다. 2006년 대회 이후 대표팀은 동메달만 3개를 차지했다.
한국 럭비는 이제 내년 파리 올림픽을 준비한다. 아시아에 단 1장뿐인 티켓을 따내야 한다. 2020 도쿄 올림픽 당시 한국은 홍콩을 꺾고 사상 첫 올림픽 진출에 성공했다.
난적 일본을 제쳐야 한다. 이날 결승에서 만난 홍콩도 꺾어야 한다. 2019년 올림픽 예선전 승리 이후 한국은 홍콩을 이기지 못했다. 이날을 설욕의 무대로 별렀지만, 한 걸음이 모자랐다.
하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한건규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응원을 받았다”며 “올림픽 예선전에서 무조건 1등을 해서 올림픽에 나가겠다. 받은 사랑을 2배, 3배로 돌려드리겠다”고 다짐했다.
항저우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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