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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1 (목)

    시 당선작 - 졸업반[2026 경향 신춘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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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부문 | 김남주

    경향신문

    그림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졸업반

    우리는 술에 취해 무궁화
    무궁화 흙바닥에 선을 죽 그어놓고

    꽃이 피었습니다

    내가 술래,
    무궁화는커녕 나무 하나 없는 운동장에서

    너희들은 내게 다가온다 한 발 두 발
    시치미를 떼며

    나는 노래를 부른다 전주도 후렴도 없는 첫 소절이 마지막 소절인

    그러니까 반복해서 불러야 해 노래가 끝나지 않도록
    놀이가 끝나지 않도록 한 소절이 노래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노래보다는 구호에 가까운 한 문장을

    우리는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집 안에는 우리가 없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뒤의 인기척
    무엇인가 오고 있다
    손가락과 손가락이 끊어지는 서늘함

    우리들은 달린다
    우리가 그어놓은 출발선을 향해

    저기서부터 출발이야,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는

    울지 마 울지 마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모두 혼내주자
    그게 설령 우리를 낳아준 사람이라도

    이 도시는 깨끗해서 외롭고
    무엇인가 오고 있어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재난 경보 문자들
    일기예보처럼 읽어내는 재난 말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선명해지는
    나를 웃기기 위한 해괴한 표정과 자세 말고

    뒷덜미에 울리는 숨소리
    과장된 웃음소리

    오고 있어,
    무궁하고 무진하고 꽃 같은 것들이

    그림 | 김상민 기자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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