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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의상감독은 올해 MBC 최고의 화제작이자 인기작인 드라마 '연인'의 숨은 공로자다. 병자호란을 마주한 두 연인 장현과 길채의 험난하고도 애틋했던 러브스토리로 안방극장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이 드라마는 '보는 맛'도 각별한 웰메이드 사극이었다. 21부에 이르는 긴 호흡 내내 의상을 책임진 이가 바로 이진희 의상감독이다.
남궁민의 장현, 안은진의 길채는 물론이고 여러 주변인물과 병사들·민초들의 의상까지, 수천벌의 옷이 모두 그녀의 손을 거쳐 태어났다. 김성용 감독이 "최고의 전문가를 모셔서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드렸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을 정도다.
"1년 내내 죽으라고 일한 것 같아요. '연인'은 그저 콘텐츠로만 소비하면 안 되는 이야기이기도 했죠. 픽션이지만 우리의 역사, 그 중에서도 아픈 역사에 입힌 이야기니까. 고증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성장해가는 캐릭터를 보여주려고 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했고 현 한예종 무대미술과 교수이기도 한 이진희 의상감독은 드라마 '하얀거탑'(2007)부터 올 여름 히트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까지 시대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 공연을 세공했다. 그 중에서도 여러 사극에서 그녀의 의상이 빛을 발했는데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2010), '구르미 그린 달빛'(2016)의 의상은 그 우아한 아름다움으로 아직까지 회자된다. 전세계에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린 것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이다.
'연인'은 그런 이진희 의상감독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저 아름다운 의상을 내보이기보다는 그 시절 사람들이 진짜 입었을 법한 의상을 고증하고, 드라마틱한 변화를 거듭하는 길채의 성장을 의상에 녹였다. 일년 내내 찍은 드라마의 사계절을, 그 속에서 성숙해가는 길채의 성장을 컬러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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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 속의 고된 피난길. 이진희 감독은 눈밭의 길채에게 가차없이 흰색 두루마기를 입혔다. 주인공에게는 가능하면 튀는 컬러를 입혀 돋보이게 하는 여느 사극 드라마 의상과는 전혀 다른 노선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다른 디테일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 누빔은 겉감이 무명이고 안감이 실크예요. 보통은 실크를 바깥에 대잖아요. 하지만 실제 사료에서 가장 많이 입은 건 실크를 안에, 무명을 겉에 대는 거죠. 실크가 보온성이 좋고 무명이 바람을 막아주니까 훨씬 따뜻하게 입을 수 있어요. 또 백색을 많이 썼는데, 시청자들이 생경하고 낯설어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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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의상은 들여다볼수록 절묘하다. 디자인을 고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재까지 고증해 낸 집념과 정성 덕이다.
"보통은 '화섬'이라는 가짜 실크를 안감으로 쓰는데 이번엔 안감도 실크를 썼어요. 그래서 옷이 가볍고 단단하면서도 편하게 흐르죠. 뭐에 홀렸는지, 다들 이러다 파산하는 거아니냐, 괜찮겠냐고 걱정할 정도였죠. 하지만 17세기 고증을 그대로 한 '연인'은 저고리가 기장이 길고 치마도 그대로 뚝 떨어져요. 생활감까지 안 나면 안되니까 재료까지 그 당시 썼을 법한 것들을 썼어요. 이번에야말로 사계절 의상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저 보여주기보다 실제 있을법한 리얼리티에 집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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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은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이면서도 무게중심을 잡고 가죠. 무게감이 있어야 하는 캐릭터라 전통 소재를 많이 썼어요. 그간 비단 공장이 있는 진주를 왔다갔다 하며 모은 골동품 원단을 이번에 다 풀다시피 했어요. 재질이 살아있죠."
전통을 따라 세 겹으로 제대로 만든 단단한 의상은 장현의 당당하고도 꼿꼿한 캐릭터를 함께 드러냈다. 동시에 포위에 포를 입는 식으로 풍성한 레이어드를 더해 우아한 힘을 살렸다. 여기에 고증을 놓치지 않았다. 고증 상으로는 활을 쏠 때 주로 입는 철릭(융복)을 입혔는데, 매듭 단추로 소매를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다. 장현의 도포에 이런 사냥복의 디테일을 차용해, "부채질을 하다가도 당장 말을 타고 뛰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인물을 표현했다. 이런 세세한 하나하나가 모여 장현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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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의상감독은 특히 '소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물성'에서 나오는 힘이 엄청나다"는 게 그의 지론. 집착하다시피 원단을 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드라마 3~4편에 해당하는 '연인'의 살인적인 작업량 속에서도 KTX를 타고 원단을 찾아다녔고, 영화 '안시성' 때는 인도까지 가서 원단을 구하기도 했다. 아픈 역사를 다룬 작품을 그저 '소비'해선 안된다는 책임감도 있었단다.
그녀의 집념과 생고생이 아름다운 결과물로 완성된 '연인'은 그래서 더 소중한 작품이다. 반응이 뜨거워, 내년 1월25일에는 '연인'의 의상을 한꺼번에 선보이는 전시회도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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