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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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종영된 tvN 주말극 '무인도의 디바'에서 박은빈은 15년 만에 무인도에서 구조된 가수 지망생 서목하로 분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뜨거운 팬심으로 똘똘 뭉쳐 안방극장에 힐링 에너지를 전달했다. 전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세계적 흥행에 성공해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이 컸을 법도 하지만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 수상 이후 마음을 더 내려놓고 즐기며 연기 중이라는 설명.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 박은빈의 얼굴에서 편안함이 묻어났다.
-종영 소감은.
"7, 8개월 동안 길게 촬영해도 6주 만에 방송이 끝나니 짧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자체 최고 시청률로 끝나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잘 쌓아나가면 시청을 하는 분들이 늘지 않을까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첫 방송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케이블 가구 기준 3.2%)이 기대보다 낮다고 해서 절망적이거나 낙담하지 않았다. 배우로서 준비한 걸 많이 봐주면 보람이 될 것 같았는데 숨은 노력까지 알아봐 줘 감사했다."
-극 중 직접 소화한 노래들이 쉽지 않은 곡들이었다.
"이번에 노래 레슨을 받으면서 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좀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발성 연습을 시켜준 선생님이랑 어디까지 가능한지 해보자고 해서 불러봤는데 음역대가 높은 편이라 4옥타브 도까지는 가능하더라. 극 중 '그날밤'이라는 노래가 3단 고음이라 살짝 화제가 됐었는데 그게 3옥타브 솔샵이었다. 4옥타브 도까지는 소리가 나니까 생각보다 고음이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원래 노래를 잘했나.
"노래를 잘한다기보다는 좋아했다. 듣기 좋은 것과 부르기 좋은 건 다른 것이지 않나. 실력을 쌓을 그런 밑바탕은 없었다. 목하라는 캐릭터를 만난 덕분에 실력을 쌓게 됐다. 고되지만 즐거웠던 작품이다."
-연기하며 어려웠던 지점은.
"그냥 노래를 잘하는 역할이었으면 나의 노래 실력만 키웠으면 됐는데 이게 란주의 최전성기가 목소리가 되는 역할이다 보니 란주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게 어울릴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나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김)효진 언니 얼굴에 어울리는 목소리가 되어야 하고 란주의 전성기를 납득시킬만한 노래 실력이 되었어야 했기 때문에 매 순간 좌절하곤 했다. 그리고 시청자분들이 나의 노래에 납득될까. 몰입하기에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싶어 장벽을 낮추고 싶었다.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목하는 어떤 친구였나.
"항상 1년에 한 작품씩은 선보였는데 한 해를 돌아보면 작품의 캐릭터가 남더라. 2022년은 우영우였다면 2023년은 어떤 캐릭터로 기억하고 싶나를 많이 생각했다. 목하는 내게 필요했던 성격을 가진 캐릭터였던 것 같다. 단순한 연예계 소재였으면 그리 흥미롭지 않았을 텐데, 목하는 스스로 머리를 질끈 묶고 정돈을 해나가는 친구이지 않나. 그런 모습들이 많은 위로가 됐다."
-목하와 란주의 관계는 어떻게 정리했나.
"처음엔 목하의 사랑의 세기가 일방적으로 크지 않았나. 팬분들이 내게 보여주는 눈빛과 말 그런 것들을 통해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작년에 아시아 투어라는 걸 진행하며 세계 각국의 팬들을 대면하며 많은 힘을 얻었다. 목하가 란주에게 보여준 사랑과 비슷하다고 생각, 빙고 분들을 떠올리며 목하를 연기했다."
-댄스가 없어 아쉽다는 반응도 있더라.
"목하는 설정 자체가 싱어송라이터가 되어야 한다였다. 디바에 좀 더 가까운 모습이길 바랐다. 춤까지 배울 시간은 없었다. 기타와 노래를 배우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간이었다. 그 이외의 것들은 팬 콘서트를 하게 될 예정이라 그때를 기대해 주면 좋을 것 같다."
-목하에게 기호는 어떤 존재였을까.
"신발이었던 것 같다. 신발을 계속 가방에 매고 다니지 않나. 맨발로 15년 전 기호를 찾아갔을 때 어디로든 갈 수 있게 신발을 줬을 뿐만 아니라 신발이 발의 생채기를 보호해 줄 수 있는 보호장벽이 되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처음 시작은 연민과 공감이었지만 켜켜이 밀도 있게 쌓여서 서로를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하다 보면 판타지적인 사랑을 보여주게 되는데 목하와 기호는 절대적인 세계관 속에서 떼어지지 않을 사랑으로 완성됐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디바 성장기가 아니었다.
"드라마에 대해 언급하면 모든 게 스포가 되더라. 노래를 미리 공개할 수 없었고 가정폭력을 다룬 음악 드라마라고도 할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까 어려운 작품이었다. 1부에 가정폭력에 대한 아픔이 둘의 공감대가 되기 때문에 '이런 드라마였어?' 놀란 분들도 많았을 것 같다. 인물마다 아픔과 결핍으로 인해 서로를 채워주고 인생을 완성시켜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사람으로 치유받고 위로받길 바랐다."
-아역이었던 이레의 연기를 어떻게 봤나.
"너무 훌륭했다. 이레와 문우진 친구가 한 연기를 보며 너무 잘해줬다고 생각했다. 이레 친구의 경우 사투리를 너무 잘 소화해 줘서 저런 느낌으로 내성을 가지고 목하를 연기하면 되겠다 싶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친구들이었다. 언젠가 또 만나겠지란 생각을 하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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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부터 레슨을 시작했다. 기타와 노래 발성을 레슨 받았는데 하루에 세 시간씩, 6개월 동안 43번의 레슨을 받았다. 초반 4월까지는 집중 레슨을 받았는데 4월부터 촬영이 시작되고 나서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레슨을 받았다. 그렇게 6개월 동안 기초를 다졌고 실제로 노래 실력이 늘었던 건 녹음실에서였다. 8월부터 녹음을 시작했는데 녹음실에서 작곡가의 디렉팅을 받으니 출제자의 의도를 아는 지름길이 있더라. 거기서부터 실력이 쑥쑥 성장한 것 같다."
-채종협과의 키스신에서 생각보다 적극적이었다.
"목하가 11부에 이르러서 드디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지 않나. 목하의 삶 자체가 파워 직진녀였기 때문에 먼저 기호의 얼굴을 잡고 스킨십을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호는 성향 자체가 많이 참아온 사람이었고 참는 게 가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목하는 지금 당장, 바로 지금 여기인 친구다."
-이번에도 도전에 성공했다.
"도전을 좋아하지 않는다.(웃음) '도전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 그때 당시의 내 마음에 충실한 결과인 것 같다. 이번엔 이걸 했으니 다음에 이런 것도 해 봐야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지보다는 대본을 봤을 당시 이런 걸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하는 편이다. 근데 끝나고 뒤돌아보면 어려운 도전이었더라. 스스로 한 결정에 책임질 줄 아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항상 쌓아오다 보니 덕분에 캐릭터랑 같이 성장한 한 해 한 해였던 것 같다."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워낙 다양한 장르들이 동 시간대 많이 송출되고 있지 않나. 물론 시청률이 잘 나오면 좋겠지만 콘텐트 홍수 시대라 시청률에 연연하지는 않았다. "
-진정한 휴식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쟁을 싫어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까지 살고 싶지 않다. 세상에 부딪칠 일이 그것 외에도 많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관대해지자는 생각을 하며 산다. 내가 생각하는 쉼은 비움이다. 게을러진다. 할 일을 최대한 미루고 데드라인까지 미루고 일을 처리하는 편이다. MBTI가 'P'로 끝난다. P 그 자체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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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의 기대감 때문에 '무인도의 디바' 시작 전 부담이 컸을 것 같다.
"확실한 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사람들의 기대감이 달라졌다는 건 체감이 됐다. 근데 내겐 4월 28일 받은 백상예술대상 대상이 개인적으로 터닝포인트가 됐다. 상을 받기 위해서 연기를 한 적은 없었지만 그렇게 큰 상을 받고 나니 배우로서 좀 내려놔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부담감이 낮아졌다. 뭔가 이미 받았던 걸 쟁취하기 위해 뭘 해야지보다는 언젠가 받고 싶었던 대상을 이미 받았으니 앞으로는 즐기면서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연기를 재밌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생활에 있어서 마음의 변화가 있었다. 연기적으로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앞으로도 그냥 내가 해왔던 것처럼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생각이다. 조급해하지 않고 그냥 할 일들을 해나가고 싶다."
-논란이 없는 자신만의 비결이 있나.
"그냥 내 한 몸 건사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산다. 요즘엔 후배 배우분들도 많이 생겨 조언을 청하기도 하는데 내가 그 사람의 삶을 책임져줄 게 아니라면 청하지 않은 조언에 말을 얹지 말자는 생각이다. 또 남한테 민폐 끼치지 말고 내 앞가림하며 살자, 소박한 꿈을 품고 살자고 생각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니까. 현장에서는 잘 웃는 선배인 것 같다. 어렵게 느껴지게 하고 싶지 않아서 따뜻하게 바라보고 웃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2023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스스로 자신 있게 '보람찼다'라고 얘기해 줘도 되겠다 싶다. 배우로서 쌓아온 커리어를 통해 뜻깊은 상을 받은 해였고, 2023년 목표가 목하가 이정표가 되어 목하로 충만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목표를 이룬 것 같아 만족스러운 한 해였던 것 같다. 작품 끝나면 작품에서 얻은 노래를 팬 분들께 선물하는 차원에서 팬 콘서트를 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잘 마무리해서 내년 초에 팬 콘서트를 선보이고 새로운 작품으로도 인사를 드리는 게 2024년 목표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나무엑터스
황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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