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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손흥민조차 "받아들일 수 없는 패배"…토트넘, 또 역전패 → 5경기 연속 무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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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실책을 연발하며 무너졌다. 5경기 연속 무승 슬럼프다.

토트넘은 8일(한국시간) 홈구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에서 1-2로 패했다. 이번에도 선제골은 토트넘의 몫이었지만 어김없이 후반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패배로 토트넘은 8승 3무 4패 승점 27점을 유지하며 5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토트넘이 분위기를 바꿨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요즘 토트넘은 한창 좋았던 개막 때와 정반대 흐름이다. 올 시즌 개막 초기만 하더라도 무관 탈출을 기대하는 좋은 페이스를 보여줬다. 무려 10라운드까지 한 번의 패배도 허용하지 않고 질주했다. 토트넘이 이른 시점부터 선두를 달리자 비로소 무관을 탈출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섞인 예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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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는 늘 찾아온다. 부진을 짧게 가져가는 게 강팀의 힘일텐데 토트넘은 한 달 넘게 가라앉고 있다. 좋았던 분위기가 흐트러진 건 지난달 첼시전부터. 자신감이 과도하게 넘쳤는지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데스티니 우도지의 퇴장, 제임스 매디슨과 미키 판 더 펜의 부상 이탈이 겹치는 악재에도 라인을 계속 올리다가 1-4로 크게 패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첫 패배를 기록한 뒤 무승이 이날까지 이어졌다. 첼시전 패배는 한 경기로 끝나는 출혈이 아니었다. 주전 다수가 이후 일정까지 영향을 주는 치명적인 이탈이었다. 예상대로 흔들리기 시작한 토트넘은 12라운드 울버햄튼 원더러스전에서도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무너졌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 1-0으로 이기고 있었는데 내리 2실점한 게 컸다.

아스톤 빌라와 13라운드도 역전패였다. 계속해서 선제골을 넣고도 지는 경기를 반복하면서 토트넘은 1위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미끄러졌다. 급기야 빅4 바깥으로 떨어져 나갔다. 한 번 떨어진 성적은 다시 오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직전 맨체스터 시티전을 무승부로 만든 게 다행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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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맨체스터 시티와 14라운드를 앞두고 토트넘은 지지만 않아도 성공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래도 토트넘에는 맨체스터 시티에 아주 강한 손흥민이 있었다. 손흥민은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 전술에 상성이 아주 좋다. 2016년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체스터 시티 지휘봉을 잡으며 시작된 천적 관계다. 침투가 좋은 손흥민이 날 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맨체스터 시티라 벌써 16번을 만나 8골 4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손흥민이 과르디올라 감독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시점은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이다. 손흥민은 1차전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었고, 2차전 원정에서도 멀티골로 맨체스터 시티를 당황시켰다. 손흥민이 1~2차전에 걸쳐 3골을 넣으면서 당대 최고라던 맨체스터 시티를 떨어뜨렸고, 토트넘 홋스퍼는 결승까지 진출했다.

이를 반복하듯 손흥민은 이번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도 첫 골을 뽑아내면서 리드를 안겼다. 맨체스터 시티를 만날 때마다 보여주던 전매특허 득점이었다. 손흥민은 킥오프 6분 상대 코너킥을 잘 차단한 동료의 롱패스를 받아 맨체스터 시티 뒷공간을 파고 들었다. 자신을 마크하는 제레미 도쿠를 스피드로 따돌린 손흥민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 경기도 사실 패색이 짙었다. 손흥민의 선제골에도 맨체스터 시티에 3실점을 하면서 끌려갔다. 손흥민이 후반에 지오바니 로 셀소의 골을 돕기까지 했지만 경기 막바지 2-3으로 패배를 눈앞에 뒀다. 다행히 이날은 공격 집중력이 좋아 후반 45분 브레넌 존슨이 올려준 크로스를 쿨루셉스키가 헤더로 연결해 맨체스터 시티 골문 구석에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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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승리는 아니었지만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얻어낸 승점이었고, 극적인 무승부였기에 토트넘의 분위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웨스트햄을 홈으로 불러들인 토트넘은 승리 각오를 다졌다. 리그에서 9골을 넣고 있는 손흥민이 예상대로 선발 출전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공격 선봉에 세우는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한 가운데 데얀 클루셉스키, 로셀소, 존슨이 2선으로 출격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이브 비수마와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맡았고, 포백은 페드로 포로, 크리스티안 로메로, 벤 데이비스, 데스티니 우도지가 형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꼈다.

경기 초반에는 확실히 맨체스터 시티전 무승부 효력이 나오는 듯했다. 한껏 자신감이 오른 토트넘은 경기 시작과 함께 손흥민을 중심으로 웨스트햄 수비를 괴롭혔다. 손흥민은 연달아 기가 막힌 패스를 전개했다. 한 차례 쿨루셉스키에게 기회를 만들어줬던 손흥민은 우도지를 향해서도 위협적인 패스를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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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을 앞세운 토트넘의 공세에 웨스트햄은 일찍부터 수비 라인을 내렸다. 압도적인 초반 10분을 증명하듯 토트넘이 무려 92%의 볼 점유율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결과물도 냈다. 전반 11분 포로가 문전으로 올려준 코너킥을 로메로가 높이 뛰어올라 머리로 해결했다. 첼시전 퇴장으로 지금의 슬럼프를 만들었던 로메로였기에 사죄를 하는 듯한 세리머니를 팬들에게 건넸다.

토트넘은 신을 냈다. 손흥민도 골을 노렸다. 전반 17분 상대 아크 정면에서 볼을 받아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비록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지만 손흥민까지 점차 슈팅 시도에 가세하는 형국이었다. 이어 21분에는 로 셀소, 25분 포로까지 기회만 나면 중거리 슈팅으로 웨스트햄을 위협했다. 로 셀소는 전반 35분에도 강력한 슈팅으로 상대 골키퍼 간담을 서늘케 했다.

전반 막바지까지 공격을 펼친 토트넘은 추가 득점을 뽑지 못했어도 일방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비교적 신승을 예상케 했다. 그만큼 완벽했던 전반이었다. 볼 점유율은 무려 76%대24%로 앞섰고, 슈팅 시도 역시 13대4로 3배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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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뒷심이었다. 토트넘은 앙제 포스테코글루 지휘봉을 잡고 기존의 수비 축구에서 탈피해 강하게 압박하고 많이 뛰는 공격 축구를 펼치고 있다. 어느 상황에서도 공격만 생각하는 움직임이 팬들에게 큰 재미를 부여했지만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다. 이 문제가 현재의 슬럼프 배경이다.

5경기 내리 선제 득점을 하고도 지키지 못하는 답답함을 또 이어갔다. 전반부터 워낙 많이 뛰다보니 후반이 되면 선수들의 발이 멈추는 게 보인다. 유럽대항전도 치르지 않는 시즌인데 토트넘이 상대보다 먼저 지치는 모습은 분명 쉬지 않고 라인을 올리는 전술과도 맞닿아있다.

이날도 후반 들어 웨스트햄이 라인을 올리기 시작하자 토트넘은 대응하지 못했다. 결국 후반 6분 어이없이 동점골을 내줬다. 모하메드 쿠두스의 다소 먼 거리에서 슈팅이 토트넘 수비수를 연달아 맞더니 제로드 보웬에게 흘러갔다. 보웬이 그대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불운이 더해진 실점이지만 토트넘의 흐름을 단숨에 앗가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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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은 이제 수비만 해야했다. 웨스트햄이 곧바로 루이스 파케타의 슈팅을 시작으로 공격을 펼쳤다. 그럴수록 전반에 여유가 넘쳤던 비카리오 골키퍼가 바빠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흐름이 이상하다 느꼈는지 히샤를리송과 올리버 스킵을 투입해 변화를 모색했다. 그때부터 손흥민과 히샤를리송이 투톱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실수가 문제였다. 후반 29분 우도지가 비카리오 골키퍼에게 백패스를 한다는 게 미스를 범했다. 이를 제임스 워드-프라우스가 가로챘고 강하게 슈팅했다. 첫 슈팅이 골대를 때려 토트넘에 운이 따르는 듯도 했다. 그런데 골대 맞고 나온 볼이 재차 워드-프라우스에게 향했고 두 번 실수는 없었다.

또 뒤집혔다. 1-2가 된 토트넘은 후반 34분 아크 부근에서 얻어낸 프리킥으로 기회를 엿봤다. 손흥민이 키커로 나서 슈팅했으나 수비에 막혔다. 총 공세 속에 손흥민이 다소 몸에 불편을 호소했다. 결국 후반 43분 벤치로 물러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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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아쉽게도 연속골에 실패했다. 이날 한 번의 슈팅으로 마친 게 컸다. 손흥민은 웨스트햄을 상대로 42번의 패스를 시도해 33번 연결시켜 79%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기회 창출은 두 번 있었지만 공격포인트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수비면에서 3차례 태클을 시도해 모두 성공하기도 했다.

패배 속에서도 공수 괜찮은 모습 덕에 손흥민의 평점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축구 통계 사이트 '풋몹'은 손흥민에게 7.2의 평점을 줬다. 또 다른 통계 업체 '소파스코어'도 손흥민을 7.8점으로 평가했다. 준수했다는 의미다.

물론 더 해줬어야 했다는 시선도 있다. 현지 언론 '풋볼런던'은 "활약이 저조했다. 후반에 교체로 나올 때는 다리를 절뚝였다"며 4점을 줬다. 다른 매체 '이브닝 스탠다드'도 5점으로 팀 내 최저 평점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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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침묵 속에 토트넘은 후반 종료 직전 포로의 프리킥이 상대 수비수 팔에 맞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VAR) 결과 이상이 없어 끝내 1-2로 패했다. 이 패배로 불명예 기록이 쓰여졌다. 축구 통계 사이트 '옵타'는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5경기 연속 선제골을 넣고도 이기지 못했다"며 "그것도 홈에서 3경기 연속 역전패"라고 꼬집었다.

손흥민도 패배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경기력이 좋은 건 의미가 없다. 패배라는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5경기 연속 선제골을 넣고도 이기지 못하는 결과를 용납할 수 없다"라고 답답함을 표했다.

흐름을 놓친 데 대해 "웨스트햄은 까다로운 팀이다. 그런데 우리가 순하게 반응했다"며 "프리미어리그는 2-0, 3-0으로 앞서고 있을 때도 어떻게 결과가 바뀔지 알 수 없다. 1골 차 리드로는 부족했다. 완벽한 승리를 위해서는 더욱 노력해야 한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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