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챔피언스리그 데뷔골을 터뜨린 직후 환호하는 이강인.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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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잇단 맞대결을 앞둔 한일 축구의 두 미래가 유쾌한 신경전을 시작했다. 양국 팬들은 물론 미디어도 두 아시아인 영 스타가 벌이는 우정의 기 싸움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대표팀 미드필더 구보 다케후사(22·레알 소시에다드)는 지난 18일 스위스 니옹에서 열린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조 추첨 결과가 나온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대진표를 올렸다. 그러면서 해당 게시물에 2001년생 동갑내기 절친이자 라이벌 이강인을 태그했다.

구보가 이강인을 SNS 마당에 불러낸 건 두 선수가 유럽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맞대결을 벌이게 됐기 때문이다. 구보의 소속팀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는 내년 2월15일과 3월6일에 이강인의 소속팀 파리생제르맹(프랑스)과 두 차례 맞대결을 벌여 8강 진출 여부를 가린다. 두 선수가 유럽클럽대항전 무대에서 맞대결을 벌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마요르카(스페인)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이강인(파리생제르맹)과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가 올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맞대결한다. 사진 이강인 인스타그램 캡처

이강인은 구보의 게시물을 자신의 계정에 고스란히 올렸다. 아울러 구보의 이름을 태그했다. 두 선수 모두 별도의 멘트를 남기진 않았지만 ‘재미있게 붙어보자’고 서로에게 이야기하는 듯했다.

두 선수의 축구 인생은 여러모로 닮았다. 나란히 11세 때 발렌시아(이강인)와 바르셀로나(구보)로 건너가 스페인 축구를 배우며 아시아 최고의 유망주로 성장했다. 지난 2021년에는 마요르카(스페인)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유럽 무대에서는 구보가 상대적으로 먼저 주목 받았지만, 이강인이 마요르카에서 가파르게 성장해 빅 클럽 파리생제르맹 이적을 이끌어내며 뛰어넘은 모양새다.

숙명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의 차세대 에이스로 함께 주목 받는 두 선수는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에도 끈끈한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카타르월드컵 기간 중에는 서로의 월드컵 데뷔를 축하하는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지난여름엔 이강인이 파리생제르맹 유니폼을 입은 직후 구보가 SNS를 통해 절친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했다.

구보는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지난 10월 프리메라리가 이달의 선수상을 받는 등 핵심 멤버로 자리매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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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앞서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먼저 맞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두 나라 모두 계획대로 순항한다면 결승에서 맞붙는다. ‘아시아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일본에게도, 1960년 이후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에게도 물러설 수 없는 승부다.

대표팀과 클럽팀을 오가며 우정의 대결을 벌일 두 선수에 대해 일본 언론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니치 아넥스는 “마요르카 시절 뜨거운 우정을 나눈 두 동갑내기 이강인과 구보가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이라는 큰 무대에서 적으로 다시 만난다”고 전했다. 사커다이제스트는 “이강인과 구보의 스토리는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소재”라면서 “비슷한 인생 여정을 거치며 함께 성장한 두 소년이 이제 나란히 국가대표가 돼 아시안컵 우승을 놓고 격돌한다”고 소개했다.

어린 시절 각각 발렌시아(이강인, 왼쪽), 바르셀로나(구보 다케후사) 유스 소속으로 성장한 두 선수는 한일 축구의 미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사진 이강인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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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르카 시절 함께 우정을 나눈 이강인(오른쪽)과 구보. 사진 이강인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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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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