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의 원맨쇼가 벼랑 끝 한국 축구를 살렸다.
짜릿한 역전승으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에 올랐다.
클린스만호가 호주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9년 전 패배를 설욕하고 아시안컵 4강에 올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호주에 2-1로 승리했다.
전반전 실점하고 끌려가던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토트넘)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성공시켜 1-1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 전반 14분 손흥민이 직접 프리킥으로 역전 결승골을 꽂아 극적으로 4강행 티켓을 따냈다.
한국은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부터 4경기 연속으로 후반전 추가시간에 득점하며 '좀비'를 방불케 할 정도로 끈질긴 축구를 펼쳐 보이고 있다.
조별리그 3차전 말레이시아전에서 나온 추가시간 골을 제외하면 3골이 동점골이다. 한국은 앞서 열린 경기에서 타지키스탄을 1-0으로 물리친 요르단과 7일 오전 0시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결승 진출을 다툰다.
한국과 요르단은 조별리그 E조에서 경쟁했다. 양 팀은 2차전에서 맞붙어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한국은 2015년 호주 대회 결승에서 호주에 연장 접전 끝에 당한 1-2 패배를 시원하게 되갚았다.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준결승에 진출한 것은 호주 대회 이후 9년 만이다. 한국은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에서는 8강까지 올랐다.
한국은 호주와 역대 전적에서 9승 11무 9패로 균형을 맞췄다.
9년 전 결승전에서 1-1 동점골을 넣고도 결국 팀이 패배해 눈물을 흘렸던 손흥민이 이번 대회 5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승리의 선봉에 섰다. 스트라이커 조규성(미트윌란) 아래에 포진한 섀도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았다. 황희찬이 대회 처음으로 선발 출전해 왼쪽 공격수로 나섰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오른쪽 공격을 맡았다. 황인범(즈베즈다)과 박용우(알아인)가 중원에 포진했다.
포백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설영우, 김영권(이상 울산), 김민재, 김태환(전북)이 구성했고, 조현우(울산)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호주는 일본 J리그에서 뛰는 공격수 미첼 듀크(마치다 젤비아)를 비롯해 마틴 보일(하이버니언), 크레이그 굿윈(알 웨다)을 공격수들로 낙점했으며 잭슨 어바인(장크트 파울리), 키아누 바커스(세인트 미렌), 코너 맷칼페(장크트 파울리) 등이 미드필더로 나섰다. 나다니엘 앳킨슨, 카이 롤스(이상 하츠), 해리 수타(레스터 시티), 아지즈 베히치(멜버른 시티)가 백4로 나섰다. 골문 앞엔 베테랑 매튜 라이언(알크마르)이 섰다.
한국은 체력의 열세 속에서 호주를 상대했다.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 끝에 8강에 오른 반면에 호주는 한국보다 이틀 먼저 16강전을 치렀고, 경기를 90분 안에 끝냈다.
이날 한국은 전반전 공 점유율에서 70대 30으로 앞섰으나 상대 위험지역을 공략하기에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예리하지 못했다.
전반전 호주가 슈팅 6개를 기록하는 동안 한국은 1개도 시도하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 31분 땅을 칠 찬스를 날렸다. 이강인이 아크 먼쪽에서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날카로운 중거리패스를 올렸고 설영우가 이를 지체 없이 가운데로 밀어넣자 황희찬이 넘어지면서 오른발 슛을 한 것이다. 골망을 출렁이면서 호주에 비수를 꽂는 선제골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설영우가 상대 수비라인을 깨트릴 때 무릎이 먼저 나간 것으로 판정됐다. 반자동 오프사이드(SAOT) 판독 기술이 미세한 설영우의 오프사이드를 잡아냈다. 아쉬운 순간이었다.
호주의 조직력에 시간이 갈수록 밀리던 한국은 결국 전반 42분 실점하고 말았다. 호주는 너새니얼 앳킨슨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구드윈이 발리슛으로 마무리해 득점했다.
앞서 한국 위험지역 근방에서 패스 실수로 공을 호주에게 헌납한 황인범의 플레이가 아쉬웠다. 한국은 후반 8분 연이은 추가 실점 위기를 조현우의 선방으로 모면했다. 마틴 보일의 문전 헤더와 오른발 슈팅을 조현우가 모두 막아냈다. 이어진 미치 듀크의 리바운드 발리슛은 다행히 골대 위로 벗어났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25분 조규성을 불러들이고 이재성(마인츠)을 투입하며 변화를 모색했다. 손흥민이 왼쪽으로 빠지고 황희찬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후반 32분에는 황인범이 빠지고 홍현석(헨트)이, 후반 40분에는 김태환이 빠지고 양현준(셀틱)이 투입됐다. 이후에도 좀처럼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못하던 한국은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서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후반 49분 손흥민이 골대 왼쪽으로 돌파하다가 루이스 밀러로부터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키커로 나선 황희찬이 후반 51분 골대 왼쪽으로 슈팅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연장전은 막판 동점포로 기세를 탄 한국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전개됐다. 연장 전반 4분엔 황희찬과 이강인이 골문 앞에서 연달아 슛을 쐈으나 라이언이 반사 신경으로 막아냈다.
한국은 후반 막판 교체로 들어간 셀틱 소속 윙어 양현준이 상대 수비진을 휘저으며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연장전에서 손흥민의 그림 같은 프리킥 골이 나왔다. 황희찬이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 모서리 부근에서 돌파하다가 상대 파울을 얻어냈는데 이 때 손흥민이 키커로 나섰다. 정면보다는 측면에 가까운 위치였지만 손흥민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오른발 감아차기를 시도했다.
볼은 라이언의 쭉 뻗은 팔을 피해 골문 왼쪽 구석을 흔들었다. 앞서 이번 대회에서 페널티킥으로만 두 골을 넣었던 손흥민이 페널티킥이 아닌 첫 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이날 한국 선수 아시안컵 경기 최다 출전(17경기) 기록을 세웠는데 자신의 골로 자축한 셈이 됐다.
호주는 자멸했다. 연장 전반 추가시간 황희찬에 거친 반칙을 범한 것이다. 주심이 비디오판독을 한 뒤 그에게 준 옐로카드를 레드카드로 바꿨다.
한국은 이날 호주전 뒤집기 승리를 통해 강력한 우승 후보의 면모를 되찾았다. 요르단과의 리턴매치에서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 다만 핵심 수비수 김민재가 경고를 받아 경고누적으로 요르단전에 빠지는 것은 아쉽게 됐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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