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호주전에서 역전골을 터뜨리자 황희찬도 함께 기뻐하고 있다. / 박재만 스포츠조선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손흥민(32·토트넘)과 황희찬(28·울버햄프턴)은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 각각 12골(4위)과 10골(7위)을 터뜨리고 있는 세계적인 골잡이다.
둘의 공통점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같은 동네에서 태어났다는 것. 손흥민과 황희찬 모두 강원 춘천시 후평동이 출생지다. 면적 3.87㎢에 불과한 작은 동네에서 한국 축구 대들보들이 4년 간격을 두고 첫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손흥민은 아버지 손웅정씨가 춘천에 터를 잡고 살면서 자연스레 ‘춘천의 아들’이 됐다. 중학교를 인근 후평중에서 다니다 2학년에 원주 육민관중으로 전학 갔다.
황희찬은 건설업에 종사하던 아버지가 춘천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 세상에 나왔다. 태어난 직후 경기 부천으로 이사를 갔다. 황희찬은 일전에 “흥민이형에게 나도 후평동 출신이라는 말을 했더니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다. 형도 그만큼 놀라웠던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후평동 형제’의 콤비 플레이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미 위력을 떨쳤다. 조별리그 최종전 포르투갈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추가 시간 손흥민이 질풍 같은 드리블로 내달린 뒤 상대 수비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침착하게 패스를 내줬고, 이를 황희찬이 결승골로 연결하며 한국은 감격의 16강 진출을 이뤄낼 수 있었다.
이번 아시안컵에선 황희찬이 부상으로 벤치를 주로 지키며 16강전까지 둘의 호흡을 잘 볼 수 없었지만, 황희찬이 처음으로 선발로 나선 3일(한국 시각) 8강 호주전에선 ‘후평동 콤비’가 한국을 구해냈다.
호주에 2대1로 승리를 거둔 뒤 얼싸안은 손흥민과 황희찬. /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0-1로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3분 손흥민이 골라인 쪽으로 돌파를 시도했고, 호주 수비수 루이스 밀러가 손흥민을 걸어 넘어뜨리며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이날 전체적으로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손흥민이 결정적인 순간 ‘캡틴’의 면모를 발휘한 것.
절체절명의 순간 키커로 황희찬이 나섰다. 그는 손흥민과 함께 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3-3 상황에서 키커로 나서 골망을 가르며 한국을 4강에 올린 바 있는 강심장. 지난 16강전 사우디전 승부차기에서도 절정의 킥 감각을 자랑했던 그는 이번에도 시원하게 골네트를 흔들며 경기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연장에선 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엔 황희찬이 돌파하다가 페널티박스로 들어가기 직전에 수비수에 걸려 넘어졌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파울을 한 선수는 루이스 밀러.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황희찬이 성공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손흥민은 이번엔 황희찬이 얻어낸 프리킥 찬스를 기가 막힌 감아차기로 역전골로 연결했다. 황희찬은 손흥민에게 다가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기뻐했다. 마치 ‘자랑스러운 우리 형 보세요’와 같은 제스처였다.
황희찬은 경기 후 “흥민이 형에게 페널티킥을 차고 싶다고 했고, 흥민이 형도 바로 ‘오케이’ 해줬다. 그래서 자신 있게 마무리할 수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내가 1번 키커라는 건 변함이 없지만 힘들기도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희찬이가 힘을 내서 골을 넣었다는 게 중요하다”며 “도움을 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모든 경기에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소화한 손흥민은 왼쪽 무릎을 테이핑으로 꽁꽁 싸맨 채 경기에 나서고 있다. 황희찬도 양쪽 허벅지 쪽에 테이핑을 잔뜩 하고 호주전을 뛰었다. 투혼의 EPL 듀오는 7일 오전 0시에 열리는 요르단과 준결승에도 변함 없이 출격할 예정이다.
[장민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